THE 3RD POWER_RENEW

박근우展 / PARKGUNU / sculpture   2008_1008 ▶︎ 2008_1021

박근우_RENEW-ㅁ_화강암_좌측160×55×50cm/우측_170×55×35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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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0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관훈갤러리_KWANHOO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신관 1층 Tel. +82.2.733.6469 www.kwanhoongallery.com

보다 심화된 주체성, 더욱 뚜렷해진 실존성 - 박근우의 조각에서 엿보이는 특징들 ● 작가 박근우의 작업을 수년 째 보아온 필자는 그의 근작들이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진일보했음을 체감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그의 작품들이 지닌 시각적 명료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예전만 해도 재료적 특성이나 수단 따위를 통해 자신의 작업형식을 피력하고 직관에 따라 공간 내에서 일정한 결과물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면 현재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혹은 의도한 것에 관해 재료의 상관성을 떠나 어떻게 하면 표현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주안점을 두고 있어 사뭇 다르다. 그렇게 해서 가시화된 결과물들 역시 차이를 지녀, 다분히 외적 시각성에 의존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많았던 반면 오늘날엔 보다 내구적인 희구에 다가서고 있어 일정한 간극을 유지한다. ● 표현 전개에 있어서도 박근우는 스페이스를 중심에 두고 그것을 나누고 갈라 재료가 지닌 특성에 몰두하거나 다분히 구조적인 폼에 의존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그의 이전 작업들은 형태를 드러낸 후 공간을 결합하는 양상, 외적 미의 발현을 위한 형상과 물체의 볼륨, 그 밖의 공간성에 관한 자문에 큰 의미를 두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작금의 작품들은 정신의 이입이 훨씬 자연스러워졌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재료와 표현 간 유기성이 완만해졌고 작가의 물질을 대하는 태도도 상당히 자유로워졌음을 읽게 한다. ● 이를 쉽게 재차 서술하면, 그 이전 작품들이 삼차원적인 입체 형상을 창조해내는 조각적 정의에 충실했었다면 지금은 표현적인 주관성이 보다 심화되고 정서적 개입에 초점을 둔, 무엇이 아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초점을 옮겨졌음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소재와 형상의 외형가치를 떠나 의식의 문제를 담지하고 정지된 표상들이 아닌 시공간을 초월하는 개념과 능동적인 가치를 드러내려는 시도는 언제나 실험적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연구해야할 작가적 자세로써 매우 의미 있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박근우_RENEW-ㅁ_화강암_45×220×200cm_2008
박근우_RENEW-ㅁ_화강암_가변설치_2008
박근우_RENEW-ㅁ_화강암_가변설치_2008

하지만 그의 근작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테크닉과 같은 표현방법에 관한 정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학적 관점이 심층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사실에 있다. 단순한 외피의 모양 뜨기에서 탈피하면서부터 부여되기 시작한 이러한 관점은 철학을 배경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개념의 자유로운 왕래와 시간에 비례하여 확실히 각인되어온 '주체성'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이 주체성이야말로 여러 관점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박근우 작업의 미적, 조형언어들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실 작가는 지난해 백송화랑 개인전 때만 해도 완연한 주체적 적시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그동안 일궈왔던 고루한 과정에선 물러섰음을 보여줬지만 또 하나의 과정이라는 연장선상에 머물렀다고 하는 게 옳았다. 신체의 일부를 형상화하던 것에서 떨어져 나와 존재감을 담은 세상 유일무이한 '지문(指紋)'을 각인함으로써 자신의 주체적 정신을 이어가려했고, 그 지문들을 마치 오래된 화석의 그것처럼 돌에 새기거나 또 다른 매체를 입히는 방식으로 자신의 실존성과 불완전성을 동시에 표현하려고 했다.(그 당시 개인전에 선보인 이미지로써의 지문은 사실적 재현에 머무는 매개는 아니었으며 변형되거나 파편화되면서 세상과 교류하는 실존의 매제로 작용하는 것이었기에 그만큼 변화의 폭은 크게 다가왔다.) ●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점은 그 당시의 작품들이 그 전전 작업과의 선을 긋고 작가 개인에게 있어 차후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는 나침반 혹은 조타로 작용했다는 데 있다. 커다란 매스의 갈라진 틈을 통해 발화한 파열된 공간과 빛이 스스로와 우리를 직접적으로 조우토록 만드는 열쇠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박근우_RENEW-ㅁ_화강암_170×35×55cm_2008

박근우는 이미 작년에 지문이라는 열쇠를 통해 정체성과 실존의 문을 열었다. 그리곤 이를 완만하게 전개하기 위해 예술적 '행위'를 도입했음을 작품으로 일러줬다. 여기서 말하는 행위란 그 당시 평론에서도 밝힌 적 있지만, 주체가 개입된 심상이 물질을 변형시키고 정해진 틀을 비정형으로 환치시키는 의식적 진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었던 가치들은 겉으로야 작품의 '변형'으로 귀납되는 것이었지만 궁극적으론 실존에 대한 관념의 구체적 획득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는 존재방식의 되물음을 병행하는 진보된 방향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진보된 방향이 이미 획득한 불변성과 보편성 내부로의 전입이 아니라 작가가 창출시킨 새로운 시공간으로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이입한다는 논리를 파생시켰다는 점에 있다.(이 부분에서 앞서 언급한 미학적 고찰을 수반한다는 내용과 맞물린다.) ● 여기에 덧붙여 최근 들어 작가는 기존의 행위와 변형을 넘어 물성을 개념으로 치환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펼쳐 보이고 있다. 1회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가시적 형체, 즉 지문의 의미가 사적인 내레이션으로 자리를 내 주고 대신 훨씬 거세게 부유하는 개념들을 생성시켰다. 그리고 이 개념들이 작품과 작가를 단단히 묶는 고리 역할을 하게끔 만들었다. 이와 같은 작품의 개념화가 뜻하는 것은 외부에 각인되는 작업의 본질이 단지 보이는 것에만 있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며 동시에 시공 속에 놓인 작품에 반대로 시공을 완전히 전이시키는 순연의 과정으로 한발 더 내딛고 있음을 선언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근작들은 이와 같은 필자의 주장을 무리 없이 증명한다. ● 투영 발산하는 빛과 크렉의 정도는 신비로움을 더할 만큼 시각적인 충만함을 전달하고 화강석 덩어리를 조각으로 분열시켜 원형으로 가공한 작품들에선 돌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성과 무한성이 감지된다. '그리드'로 분할된 공간들은 행위와 변형이라는 기본적인 작업방향을 거쳐 현실과 가상을 잇고 고착화시킨다. 특히 어둠 속에 설치된 작품의 내부로부터 실처럼 흘러나오는 빛줄기를 이용해 전시장을 거대한 시공간으로 변신시킨다거나 변화와 굴곡에 의한 공간의 가변성과 역동성을 배가시키는 일련의 에너지들은 그의 작품이 어떠한 변화를 수용하고 있는지 인지토록 한다. ● 결과적으로 그렇게 설치된 작품들은 어떤 메시지를 여울지게 한다. 덩어리 속에 공간을 재구성하거나 강한 녹색조명 아래 넓어진 가시적 스펙트럼은 관객들을 파편화된 무의식적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이를 접하는 이들은 특정한 부호를 통해 작가가 지향해온 실존성을 향한 메타포, 혹은 마치 아주 오래 전 주술적 대상이었던 스톤헨지처럼 신성한 메시지를 파생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자체가 추상성을 근간으로 한 알레고리라 누구나 쉽게 의식할 수 있을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린 지문이라는 열쇠로 열어 놓은 문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비로소 구분할 수 있다.

박근우_RENEW-O_스텐레스_70×70×25cm_2008
박근우_RENEW-O_화강암_20×220×50cm_2008

한편 작은 작품들이 모여 큰 군집을 형성하는 신작들과 금속성 재료를 도입한 작품들은 기 언급한 알레고리의 또 다른 시도이자 차후 방향성을 언급할 수 있는 조타라고 할 수 있다. 사각, 또는 원형을 한 30~40cm정도 크기의 수십 개 단단한 원석들이 공간을 둘러싸 조각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살아 움직이고 꿈틀거리는 듯한 여운을 전달하거나 벽과 천정 사이에 와이어를 이용하여 설치되는 작품들에선 탈고정성은 물론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유기적인 사인을 완숙하게 보여준다. 이 모든 것들은 앞서 언급한 자기지시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임과 함께 통속적인 스타일에 대한 반발과 전위성을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보다 긴밀하게 이입하는 방식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신작들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그 전과 뚜렷한 변별성을 갖는다. 고도의 노동력과 뛰어난 감성이 결합되어야만 시도될 수 있는 과감함, 작고 예쁜 것만을 쫒는 것에서 인위적으로 탈피해 다양한 실험적인 양상을 띠고 있음은 시장 중심의 동시대미술에서 변별성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 그러나 조각자체의 순수성을 부각시키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서술적인 이야기들을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주목해야할 작가적 가치가 아닌가 싶다. 특히 다양한 언어들을 유희적으로 사용하기 보단 한두 가지의 필요한 언어만 활용하는 근래의 조형어법은 보다 심화된 주체성과 뚜렷해진 실존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이 더욱 더 값진 비전을 가늠케 하는 요인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것이 이번 전시를 포함해 내년, 또는 그 다음 전시를 기대케 하는 이유다. ■ 홍경한

Vol.20081014h | 박근우展 / PARKGUNU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