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느끼는 풍경

손정실展 / SONJUNGSIL / 孫正實 / painting   2008_1015 ▶︎ 2008_1021

손정실_마음으로 느끼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72.5×91cm_2008

초대일시_2008_1015_수요일_06:00pm

Landscape of my mind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_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3층 Tel. +82.2.734.1333 www.ganaart.com

묘사에서 해석으로 ● 손정실의 그림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항상 묵묵히 그리기에 몰입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진화는 어느 정도 예견이 되었던 터이다. 작가는 현란한 기교나 번득이는 감각보다는, 대상에 대해 집요하고도 유연하게, 그리고 끈기 있게 접근해 가는 작가적 근성을 강점으로 하고 있는 작가이다. 만약 작가가 전자의 유형에 속했다면 화면은 고답적이고 아카데믹한 재현에 머물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외양에 대한 감각적인 재현보다는 대상에 내포된 유, 무형의 심미적 요소들을 채집하여 그것들을 다시 화면에서 재구성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근성적인 그리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손정실_마음으로 느끼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50×65cm_2008
손정실_마음으로 느끼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52.5×73cm_2008

작가는 오래 전부터 독을 소재로 해서 그림을 그려 왔다. 독은 많은 작가들의 향수어린 화면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서 친숙한 대상이다. 오늘의 주거양식이 많이 바뀌어 이제는 그 모습도 흔한 풍경은 아니다. 그러나 독은 우리의 체질과 원형적 미감 깊은 곳에 소리 없이 자리하고 있는 대상이다. 이제 우리가 독을 풍경적으로만 그리는 것은 큰 의미 부여를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진에 의존해 그리는 일이 어딘지 모르게 진부해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 언젠가 필자가 남도 여행 중에 식당을 들렀는데, ㄷ자 모양의 가옥 한 가운데 장독대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식당이니 장을 수시로 옮길 수 있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필자의 눈에는 좀 다른 각도로 다가왔다. 그 장독대야 말로 우리 전통적 옥외조형의 단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초옥의 둥근 선과 어울리기도 하고, 기와집의 기와와 흙담의 흙이라는 재질이 서로 통하고 있는 점도 정서적으로 감지되고 있는 내용이다. 아무튼 독 자체가 우리에게 다양한 조형적 원천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손정실_마음으로 느끼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8

작가도 한동안은 독 자체의 사실적 묘사에 충실한 적이 있었다. 단순한 재현적 화면의 대상으로 정겨운 추억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 역시 어느 정도 작업을 진일보시켜야 하는 시점에서 이제 그러한 재현적 묘사와는 일정한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가의 관심은 독의 기능과 형태, 시각환경에서의 역할 등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고 조형적으로 담아내는 쪽으로 쏠리게 된다. 바로 이러한 관심 속에서 작품의 양식이 변화해 가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 현재 추구하는 화면의 주된 변화는 의외로 다양하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이 바로 민화적 도상을 결합하는 것이다. 독이라는 대상과의 조합을 작가는 전통적 규방회화인 초충도, 혹은 그 밖의 민화 등에서 찾고 있다. 자연의 상징으로 등장하면서도 그 자체가 장식성을 갖는 풀과 꽃, 곤충 등의 이미지들이 때로는 원화에 가깝게, 때로는 원화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펼쳐지면서 독과 생경하고도 친숙한 조합을 이루게 된다.

손정실_마음으로 느끼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60.5×50cm_2008
손정실_마음으로 느끼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60.5×50cm_2008

이 밖에도 화면이 무중력 상태로 보이는 과감한 생략, 혹은 어떤 부분만을 강조한 구성 등으로 이제 독의 외양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고 있는 역할과 의미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방향으로 시도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여백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재현적 묘사의 과부하를 덜고, 대상에 대한 관조적 해석이 보다 활기를 띠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작가의 화면을 누비는 필치는 그다지 감각적으로 세련되고 리드믹한 맛을 주지는 않는다. 어눌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의 필치는 있는 그대로의 신체와 인격이 실린 자연 그대로의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무기교의 소박미와 단순미를 바탕에 두고 있는 독이라는 대상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사진 이미지를 캔버스에 출력하여 덧칠하고서 극사실인양 제스츄어를 보이는 그림들이 범람하는 오늘의 화단 실정에서, 작가와 같은 어눌한 필치는 오히려 호소력 면에서 돋보이기까지 한다. ● 작가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진행중인지라 앞으로 어떤 결과를 보여주게 될지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바람직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작가가 대상에 대한 이해를 폭넓게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양식에 속박 당하지 않고 부단히 변화를 위한 자기성찰을 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 이재언

손정실_마음으로 느끼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65×45.5cm_2008

From Representation to Interpretation ● Son Jung-sil's paintings are in the process of evolution day by day. Seeing the reticent artist being engrossed in painting, the evolution is rightly predicted. Son's merit is an artistic approach on subjects with persistence yet flexibility, not depending too much on flamboyant technique or sharp sensitivity. If Son has depended to much on skills and senses, the artist's pictures are destined to become a stereotypical and academic representation. But the artist has concentrated rather on collecting visible and invisible aesthetical elements in objects and reconstructing them on a picture plane, than on sensitively representing their outer appearances. This approach is obviously owing to Son's artistic tenacity. ● Son has long been drawing jars. The earthen pots were familiar subjects commonly appearing in paintings that evoke nostalgia. The scene is no longer common as our way of living has considerably changed. However, the jars remain as a subject that is kept in the dark in our archetypical sense of beauty and our constitution. Drawing the traditional jars is no longer in fad. Drawing them using photographs looks banal. ● Once I visited a restaurant during my trip to a southern province, I happened to see a stand filled with earthenwares in the middle of the U-shaped house. The restaurant owner must have arranged the jar stand that way for easy transportation of edible contents within the jars. But the scene impressed me the other way. I felt that the jar stand is a core of our traditional outdoor landscaping. It matches with the round curve of a traditional thatched roof and it is in the same sentimental context with the traditional roof tiles and earthen walls, both made from earth. Anyhow, many people feel the same way as the jars are a backbone of various forms of composition. ● In the past, Son was faithful to realistic description of the jar itself. In a sense, it was meaningful as an object of simple representation as it conveys warm stories from our old memories. But Son, apparently at an artistic turning point, seemed to have realized that she should not concentrate too much on such a representation. So the artist's concern has been turned towards understanding the jar's function and form, its role in visual environment, and subsequently creating a new dimension of composition. In this vein, Son's style has begun to change. ● The changes in picture scenes are unexpectedly varied. Of them, what catches our eyes is introducing the images of traditional folk paintings. The artist borrows such folk painting themes as grasses and bugs commonly seen in the traditional women's paintings and combines them with jar images. The images of grasses, flowers and insects, which are symbols of nature and have ornamentary attributes in themselves, are becoming companions of traditional jars in a familiar way or sometimes in a totally new interpretation of original folk paintings. ● The artist boldly omits something in paintings to make it look as if there is no gravity. Or Son overemphasizes some parts in the composition. So the jar's role in the scene is not overly important so as to make us ponder the jar's roles and meanings in our lives. Son reduces overburdens in the descriptive reinterpretation by increasing empty spaces, to prompt a deliberative reinterpretation of the objects. ● Son's brushstrokes do not seem to be sensitively refined and rhythmic. Sometimes they seem to lack mastery. But the brushstrokes are natural, reflecting her physical body and personality. This may be the best way to represent the jar as an object featured by simple beauty without technique. Considering the recent sweep of hyper-realistic works, using photo images and applying colors on them, in the Korean artistic circle, Son's unrefined style has more appeal to viewers. ■ LEEJAEON

Vol.20081015d | 손정실展 / SONJUNGSIL / 孫正實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