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입히다

황세진展 / HWANGSAEJIN / 黃世眞 / painting   2008_1015 ▶︎ 2008_1028

황세진_꽃멀미2_캔버스에 천과 아크릴채색_100×100cm_2008

초대일시_2008_1015_수요일_06:00pm

갤러리 도스 기획展 관람시간 / 11:00am~12:00pm

갤러리 도스_운모하(蕓暮霞) terrace GALLERY DOS_WOONMOHA TERR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4-7번지 Tel. +82.2.735.4678

꽃으로 말하다. ● '인간 욕구의 단계설'이란 이론을 주장한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는 단계적으로 실행이 된다고 했다. 그 욕구 중 하나로 심미적인 단계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본능적으로 질서와 안정을 바라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 경제의 발전으로 인해 사회가 안정되었고 물질적 풍요로 인해 기본적인 생존에 따른 욕구의 충족이 쉬워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 다음단계의 것을 갈망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현상 중 하나로 미에 대한 관심이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서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의 심미적인 욕구가 점차 커감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비례해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유래 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지나친 다이어트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미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동경이 왜곡과 폐단을 불러와 일부에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황세진은 이러한 안타까움을 꽃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려 한다.

황세진_꽃멀미3_캔버스에 천과 아크릴채색_145.5×112.1cm_2008
황세진_꽃멀미1_캔버스에 천과 아크릴채색_100×100cm_2008

흔히들 미를 상징하는 여러 이미지 중 꽃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예로부터 절세미인을 한 떨기 꽃 같은 자태라고 표현하는 등, 아름다움을 내포하는 은유적인 상징으로 오래도록 많이 쓰여 왔다. 꽃은 다양한 종류와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그 의미 또한 개인마다 다르게 부여하겠지만 작가는 현시대의 왜곡되고 변형되어져 가는 미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꽃을 소재로 하여 말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어그러져 가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에 따른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켜 이를 꽃으로 입히고 있다.

황세진_악마는 꽃을 입는다_캔버스에 천과 아크릴채색_162.2×321.2cm_2008
황세진_악마는 꽃을 입는다3_캔버스에 천과 아크릴채색_162.2×112.1cm_2008_부분

작가는 소비의 상징으로 자주 표현되어지는 구두, 옷, 가방 등에 더해 그가 한번쯤 소유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코사지, 스카프, 카메라, 우산, 이불, 쿠션 등을 그린다. 그림에 그려진 모든 물건들은 명품 아니면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들이다. 그 제품의 본래 기본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꽃무늬 천으로 작가의 의도를 더해 재해석한다. 이 모든 꽃무늬는 멀리서 보면 그려진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모두 꽃문양 패턴의 천이 밑그림 모양에 따라 잘라 붙여져 있다. 작가는 천을 잘라 붙이고 그 위에 아크릴로 음영을 주는 방법을 취하는데 화려한 꽃무늬 패턴의 천을 다양하게 선택해 스케치한 밑그림대로 잘라 붙인 후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채색함으로써 실재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실재의 것을 실재가 아닌 도구 즉, 꽃무늬 천이나 아크릴 등으로 표현함에서 생기는 이질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밑그림의 스케치를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해내 그 크기에 맞게 천을 하나하나 잘라내어 정교하게 붙여 실감을 준다. 이렇게 정교한 작업으로 오랜 시간을 거쳐 그려진 그림에는 결국 모든 물건마다 꽃무늬 패턴이 들어가 있는데 심지어 꽃을 그린 그림의 꽃잎 하나하나에 조차 꽃무늬가 들어가 있어 그 지나침으로 인해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그 정도의 지나침에 멀미가 날 정도로 포화되어 표현된 그림 속의 꽃무늬들은 그 어느 하나 양보하지 않고 서로 시선을 받으려 하고 있어 그림 앞에 서있는 관람자로 하여금 피로감이 느껴지게 할 정도이다. 그림 속의 꽃은 더 이상 아름답다 하기보다는 인공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이는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며 그 의도된 주제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황세진_화려한 외출1_캔버스에 천과 아크릴채색_130.3×97cm_2008
황세진_화려한 외출2_캔버스에 천과 아크릴채색_97×130.3cm_2008

상업적으로 변형되어지고 획일화 되어가는 외형의 아름다움이 각광받는 이 시대는 일부 사람들에게 그 흐름에 발맞춰 가지 않으면 도태되어지는 것이라는 착각에까지 빠지게 만들어 심한 내적인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적인 것에 일시적으로 투자하는 끝없이 거듭하여 반복되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수많은 꽃무늬가 그려진, 상업성이 다분한 신상구두나 옷, 가방 등의 물건들을 가득 그려 넣음으로써 미에 대한 갈망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고 이러한 갈망을 채우기 위한 일부의 과도한 물욕에 대한 이야기가 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욕구에 따라 과하게 추구되어 아름다움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움에 대한 맹목적이고 왜곡된 추구가 만연화 되어가는 일부 현실의 실태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경계해야 함에 대한 일침이다. ■ 최윤하

Vol.20081016d | 황세진展 / HWANGSAEJIN / 黃世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