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든 자연展

Gray Nature, Gray Forest-The Nature made by you   2008_1015 ▶︎ 2008_1029

안세권_서울 뉴타운 풍경-월곡동 겨울_라이트젯 프린트_150×330cm_2006

초대일시_2008_1015_수요일_06:00pm

기획_백숙영_함성언

참여작가_구성연_김상균_노세환_안세권_정직성

관람시간 / 11:00am~07:00pm

더 갤러리_THE GALLERY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7-13번지 W&H빌딩 B1 Tel. +82.2.3142.5558 www.gallerythe.com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산을 깎고, 물길을 바꾸며 먹고 살 공간을 억지로 만들 어 가는 동안 지도 위의 회색 점들은 마치 세포의 그것처럼 무한 증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파괴하는 행위라 했고, 훼손하는 행위라 했다. 녹색의 자연을 지켜야 할 가치는 분명했지만 대의를 위하자니 당장 내가 누울 자리가 부족했다. 생존의 논리로 대의와 명분을 애써 무시하는 만큼 회색의 도시의 크기도 함께 커가기 시작했다.

노세환_조금 긴 찰나_디지털 프린트_160×200cm_2008

그러나 지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에게 저마다의 공간이 허락되었다면, 그래서 그 존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갈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행위라면, 인간이 나름의 방식으로 제 누울 자리를 찾아 만들어 가는 것 역시 매우 당연한 행위가 된다. 비버가 숲의 나무를 깎고, 그 나무로 물길을 막아 살 집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면, 인간이 산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고층 건물을 올리는 것 또한 당연하다. 우리는 숲을 없애고 강을 콘크리트로 덮었지만, 그것은 우리가 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몰상식하지만 어쩔 수는 없는 행동들이었을 공산이 크다. 다만 그와 같은 행위들이 지구 위의 다른 구성원들을 배려한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그 동안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해 온 행동들에 대한 가치 판단은 분명해지지만,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을 배제한다면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행위라는 점 또한 자명해진다. 인간에게도 생존의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그저 살아 남기 위해 나름의 형태로 자연을 변형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김상균_Collection2007-02_그라우트_65×90×90cm_2007

그렇게 인간이 스스로의 편의를 위하여 변형하고 이용한 자연은 회색의 거대한 콘크리트 도시로 변화한다. 녹색의 숲을 터전 삼아 먹을 거리를 구하고 잠 잘 곳을 구하는 다른 존재들이 그러하듯, 인간은 제 손으로 만든 회색의 숲 속에서 먹이와 잠 잘 곳을 구하는 존재다. 생존의치열함이그대로살아있는이회색숲은인간에게말그대로의야생이며자연이다. 그들의 회색 숲은 오직 인간에게 특화된,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고 인간을 위해 변화하는 자연이 된다.

정직성_200804_캔버스에 유채_194×260cm_2008

다닥다닥 붙어있는 달동네의 주택들과 고층 아파트, 철거촌의 집들과 지금은 없어진 청계천의 고가도로에 이르기까지 콘크리트 구조물들에 대한 전시 작가들의 시선은 작업의 동기가 그렇듯 모두 제각각 이다. 그러나 그들의작업은우리가살고있는'숲'이변하는과정에대한, 혹은 '숲'이 가진 모양새에 관한, 또는 그 안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가감 없는 애증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같은맥락에서 21세기의 첨단을 걷고 있는 이 전시 참여 작가의 작업들은 과거 만프레디와 벨로리에서 밀레와 터너, 꾸르베에 이르기까지 일반적 의미에서의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만들어 낸 작업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치 이것은 전시 참여 작가들이 수 년 간 꾸준히 보여준 작업은 17세기 무렵 유럽에서 시작된 자연주의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형태로 발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구성연_화분시리즈_C 프린트_120×150cm_2005

결국 '콘크리트의 숲' 혹은 '고층빌딩 숲'과 같은 표현은 은유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다른 의미의 '자연'에 대한 매우 적절하고 직설적인 표현이며, 그것을 바라보고 나름의 표현 방식으로 재현한 작가들의 작업은 우리가 만들고 들어가 살고 있는 '콘크리트의 숲', '고층빌딩의 숲'에 두 발로 들어가 가까이서 그것을 지켜보고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 함성언

Vol.20081016h | 당신이 만든 자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