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나무를 그리다

이정인展 / LEEJOUNGIN / 李廷寅 / furniture   2008_1016 ▶︎ 2008_1025

이정인_참나무 테이블_47.8×200×42.5cm_2008

초대일시_2008_101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아트다_GALLERY ARTDA 서울 종로구 효자동 40-1번지 Tel. +82.2.722.6405 www.artda.co.kr

착한 목수가 만든 순한 가구 ● 어렸을 때 우리 집 안방에는 이층장이 하나 있었다. 큰어머니가 62년 전에 시집올 때 해 오신 옷장인데, 장식이라야 백동 고리와 손잡이밖에 안 달린 수수한 경상도 가구였다. 문판은 소나무고, 서랍이랑 뒷판은 오동나무였는데 나뭇결 말고는 어떤 무늬도 없었다. 큰어머니는 이 옷장을 매우 아꼈지만 신식 바람이 불면서 자칫하면 사라질 뻔하기도 했다. 큰 거울이 달린 호마이카 장롱이 들어왔을 때는 구석으로 밀려나더니, 호마이카 장롱 자리에 육중한 티크장이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윗방으로 쫓겨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골집 안방에는 번쩍이던 호마이카 장롱도 아니고, 높디높던 티크장도 아닌 큰어머니의 이층장이 오도카니 앉아있다. 내가 나고 자라서 고향집을 떠나던 날까지 지켜보았듯이, 귀밑머리가 희끗해져서 고향집 방문을 왈칵 열었을 때도 가장 먼저 나를 반겨 준다.

이정인_참나무와 다래나무가 있는 테이블_71.6×159.8×58.9cm_2008
이정인_스탠드가 있는 테이블_129×160×59.8cm_2008_부분
이정인_참나무 보조 테이블_43×135×42cm_2008

이정인 목수의 가구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이층장이 생각났다. 새로 짜 맞춘 가구들인데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눈에 설지 않았다. 고급 가구를 처음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다가오던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랬다. 이 목수의 가구는 모든 게 순했다. 순한 모양, 순한 빛깔, 순한 무늬, 그리고 순한 냄새. 이 목수의 순한 삶이 보이는 듯했다. 무늬는 나무의 세월일 뿐 무엇 하나 보탠 것이 없었다. 다갈색 바탕에 진한 갈색 곡선이 때로는 물결처럼 때로는 바람결처럼 흐르고 있을 뿐이다. 가구의 맵시 또한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얼마나 매만졌을까. 대리석처럼 매끄러워졌을 뿐 무엇 하나 보탠 것이 없었다. 튼튼한 다리, 편안한 윗판, 굳세게 맞물려 있는 짜임. 그 뿐이다. 이 목수의 가구는 이미 사람의 방으로 수굿하게 들어가 있었다.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함께 지내온 이층장처럼.

이정인_참나무 3단 서랍장_74×99×40cm_2008
이정인_참나무 벤치_44.2×167.5×37.4cm_2008
이정인_호두나무 장식장_42.5×200×47.8cm_2008

이 목수의 가구가 어진 이의 책상으로, 해맑은 아이의 걸상으로, 따뜻한 이들의 생활공간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다시 아이를 낳을 때까지 이야기를 빚어내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 심조원

Vol.20081017e | 이정인展 / LEEJOUNGIN / 李廷寅 / furni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