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함과 그렇지 않음

오제훈展 / OHJEHOON / sculpture   2008_1014 ▶︎ 2008_1031

오제훈_존재함과 그렇지 않음 2008-4_혼합재료_50×40×56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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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관_금호미술관

관람시간 / 평일_09:00am~08:00pm / 휴일_09:00am~07:00pm

푸르지오갤러리_PRUGIO GALLERY 서울 강남구 역삼동 831-21번지 Tel. +82.2.556.5218 valley.prugio.com

오제훈은 버려진 사물들을 모아 작품을 제작한다. 버려진 오래된 나무 등을 모아 다듬고 재단하여 작품을 만드는데, 버려진 사물들은 시각적으로 존재하기는 하나 그 존재 가치의 측면에서는 이미 폐기되어 이 세상에서는 부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들이다. 이처럼 작가는 세상의 눈 밖에 난 부재하는 사물들에게 예술작품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층위를 부여하여 이들을 다시금 사람들의 시야로 불러들인다. 작가의 작업을 통해 이 사물들은 이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맥락에 속하게 되며 새로운 상황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으로서 사람들과 대면하게 된다. ● 오제훈의 작품은 작게 만들어진 연극 무대를 연상시킨다. 작품은 거실, 창고 등과 같은 집의 내부 공간을 배경으로 하며 내부를 은밀하게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가는 이 공간들을 작은 규모로 축소하여 제시함으로써 관람자가 작품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하는데,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이 제시하는 상황에 직접적으로 가담하기보다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확보하게 하여 한 발짝 물러서서 전체를 관조하게 하는 특징을 지닌다.

오제훈_존재함과 그렇지 않음 2008-4_혼합재료_40×50×56cm_2008_부분
오제훈_존재함과 그렇지 않음 2008-5_혼합재료_30×67×27cm_2008

그 결과 관람자는 자신의 신체와 감각을 사용하여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 속에서 작품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눈과 머리로 감상하게 된다. 그렇지만 작가의 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그저 공간을 관조하고 마는 수동적인 상태에 머물게 하지는 않는다. 신체와 감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대신 작가의 작품은 눈과 머리, 상상력으로 작품을 더듬어 나가는 감상 방식으로 관람자를 이끈다. ● 작가가 제시하는 작품 속 공간에는 곧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존재한다. 이는 작품에 내재된 외부공간으로부터의 침입 혹은 내부공간으로부터의 탈출을 암시하는 요소들에 의해 유발된다. 창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와 가지를 뻗은 나무, 책장구석이나 마룻바닥의 구멍, 낡은 지붕 틈새로부터 슬그머니 뻗어져 나온 손, 삐죽 나온 발 등이 그것들이다.

오제훈_존재함과 그렇지 않음 2008-3_혼합재료_35×67×17cm_2008
오제훈_존재함과 그렇지 않음 2008-3_혼합재료_35×67×17cm_2008_부분

별다른 설명 없이 불쑥 개입한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관람자는 거리를 두고 작품을 바라보되 그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을 갖고서 작품 속 공간 이곳 저곳을 탐색하게 된다. ● 관람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펼치며 작품 속 공간을 살펴보게 하는 방식은 작품과 관람자 그리고 작가와 관람자 간의 소통에 대한 작가의 바람을 반영한다. 작가의 작품은 연극무대와 같이 닫혀진내부 공간을 외부인인 관람자를 향해 열어둠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게 한다.

오제훈_존재함과 그렇지 않음 2008-2_혼합재료_20×90×50cm_2008_부분
오제훈_존재함과 그렇지 않음 2008-2_혼합재료_20×90×50cm_2008

관람자의 시선을 향해 열려있는 작품의 물리적인 개방 구조는 또한 작가가 작품에 부여하는 의미도 열어두었음을 의미하는 시각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작가의 작품은 작가가 부여하는 의미만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이를 관람자에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능동적으로 작품에 개입하여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열린 구조를 갖는다. 이를 위해 작가는 관람자에게 본인이 의도한 작품의 의미와 관련된 단서 없이 그저 하나의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관람자가 나름의 상상력과 추리력을 동원하여 작품에서 자기만의 내러티브를 자유롭게 만들어 가게 한다. ● 오제훈의 작품은 물리적인 공간이나 그 의미에 있어서 모두 열려있음으로써 보다 충만한 공간이 된다.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나 작가의 작품은 관람자의 시선이 침투하면서 작품과 관람자가 상호 소통하는 공간이 되며 관람자가 작품의 의미와 내용을 채워나가는 작가와 관람자가 교류하는 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작가의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빈공간은 그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부재의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시선과 상상력이 부딪히고 서로 소통하면서빚어내는 무수한 의미들로 채워지는 가득 찬공간이 된다. 이러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능동적으로 작품에 의미와 내용을 부여하는 생산자가 됨으로써 작품을 자기만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나가는 감상의 자유로움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주은정

Vol.20081018h | 오제훈展 / OHJEHOON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