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ummer wasting_여름에 버린 시간들

이버들이展 / LEEBUDULLEE / photography   2008_1017 ▶︎ 2008_1106 / 일요일 휴관

이버들이_green moss_C 프린트_24×24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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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01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월~금요일_10:00am~06:00pm 토요일_01: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 크로프트_SPACE CROFT 서울 종로구 평창동 98-3번지 Tel. +82.2.391.0013 www.spacecroft.com

올해 여름, 이버들이는 알고 지내던 인디 밴드의 베이시스트, 아티스트, 가수의 남자 친구 등을 데리고 서울의 근교로 간다. 장마가 막 지난 여름의 숲 속, 폐허가 된 수영장,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창고에서 작가는 이 남성들의 옷을 벗겨 사진 촬영을 한다. 이 사진 속에서 모델들은 화분을 머리에 써보기도 하고, 창고의 지붕 위에서 뛰어다니기도 하며, 나무 위에 올라가 서있기도 한다. 이 모델들이 누드에 응하게 된 이유 또한 다양하다. 군대가기 전 추억이 되기도 하고, 20대의 기억이 되기도 한다. ● 『A Summer Wasting』展 에서 이버들이는 이전의 작품인 20-30대 여성에 관한 사진에서 방향을 바꾸어, 남성을 향한 관음증과 진부한 누드 사진을 섞는 위험한 경계를 실험한다. 작가가 찍는 20대 초반의 남성 누드 모델은 성적이고 사회적 의미를 담는 함축된 존재이다. 작가는 야외에 놓여진 남성 모델이 전달하는 에로티즘을 조용하게 조율한다. ● 본 전시가 보여주는 것은 여자 사진 작가가 은밀하게 품었던 마른 소년의 몸을 가진 20대의 남성에 대한 페티쉬이자 판타지의 노출이다. 본 작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연극적인 상황들이 존재한다. 작가는 야외에서 남성 모델의 옷을 벗기고, 그들의 몸을 사진 촬영을 한다.

이버들이_play stick_C 프린트_20×20cm_2008
이버들이_play plant_C 프린트_20×20cm_2008

공공의 장소에 놓여진 청년들의 누드 사진을 바라보는 옷을 입은 관객들은 당황하게 된다. ● 왜 우리는 야외에 있는 나체를 볼 때 불편한가. 나체로 옷이 벗겨지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주체를 박탈한 자아의 상징이다. 즉, 나체가 된다는 것은 사회와는 단절된 상태로서의 불완전한 자아를 노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은 누드 사진을 공공 장소에서는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러한 당혹감은 작가가 폐 수영장의 샤워실에서 누드를 가까이 찍은 사진들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에서 벗은 남성의 상체는 가냘프기만 하다. 사진 속 모델의 카메라를 향한 시선은 계속적으로 흔들리며, 그를 둘러싼 콘크리트 벽과 천장은 금방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사회적 패턴에서 벗어난 불연속적 존재로써의 인간이 드러나는 것에 관객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 작가는 폭력적이지 않은 시선의 거리두기를 통해 에로티즘과 외설의 미묘한 경계에 선다. 외설이란 시스템 속 안정되어 있는 개인성의 상태를 뒤엎을 때 발생하는 편하지 않은 우리 자신의 상태이다. 여기에 성적인 행위가 따른다면, 외설은 완성된다. 대상을 향한 집착적이지 않은 듯한 작가의 시선을 통해 관객은 『 A Summer Wasting』展을 불편하지만,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에로티즘으로 이해하게 된다. 'play_plant'에서 누드의 남성 모델은 모자처럼 보이는 파란 화분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숲 속을 뛰어다닌다. 이러한 연극적 상황을 통한 모델과의 거리두기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남성의 누드를 바라보는 관객에게 외설이 흔히 상징하는 부정적 거부감을 차단한다. ● 작가는 에로티즘에서 여성이 희생자로, 남성이 주체로 나타나는 관습적 시선의 전환하여, 관음증을 여성의 시선으로 해석한다. 미술사에서 피카소로 흔히 상징되는 남성의 지배적 시선을 넘어서, 작가는 자신의 페티쉬인 마른 남성의 몸을 탐구한다.

이버들이_green portrait_C 프린트_24×24cm_2008
이버들이_play ramose_C 프린트_20×20cm_2008

관습화된 시선을 전복함으로써, 남성 모델이라는 대상은 무언가 편하지 않은 이상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를 바라보는 관객은 동정심을 느끼며, 모델 위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전시 타이틀에서 말해주듯, 왜 남성 누드를 여름 내 촬영하는 것이 소모적인(wasting) 행위인가. 에로티즘은 생산과 축적의 목적이 배제된, 소비의 논리에 기반한 욕망의 가치관이기에 기독교에서는 죄악으로 단정짓는다고 바타이유는 말한다. 즉, 생산이 아닌 욕망을 목적으로 성을 탐닉한다는 것은 금기가 된다. 욕망의 대상인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있는 남자의 누드를 찍는 데 보내는 여름은 버린 시간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소모는 곧 청춘의 사라짐, 고독과 죽음으로 우리를 이끈다. ● 『 A Summer Wasting』展에서 이버들이는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청춘의 사라짐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쓸쓸함의 감정들에 주목한다. 작가는 우울, 고독, 허무 등 인간의 실존에 관한 고민을 청년이 되기 전 20대 초반의 가냘픈 남성의 몸에서 발견한다. 이러한 순간을 이버들이는 몽환적이며, 선선하게 담아낸다. ■ 양지윤

Vol.20081019h | 이버들이展 / LEEBUDULLEE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