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space & empty object

이문호展 / LEEMOONHO / 李文虎 / photography.installation   2008_1024 ▶︎ 2008_1103

이문호_space1_람다 프린트, 디아색_126×80cm_2004

초대일시_2008_1024_금요일_05:00pm

SeMA 신진작가 지원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포럼스페이스_GANA FORUM SPACE 서울 종로구 평창동 98번지 Tel. +82.2.720.1020 www.ganaart.com

착시의 번역자, 보는 방법을 사진 찍다 ● 이문호의 사진작업은 액자소설을 닮아있다. 하나의 공간을 대상으로 재현 속 재현, 공간 속 공간, 복제의 복제 등의 방법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아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시점을 이동하며, 하나의 대상을 다른 방식과 과정을 거쳐 다각도로 보여주는 그의 작업은 공간과 그것의 번역,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를 해부하듯, 낱낱이 그리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눈으로 어떤 대상을 보고, 즉, 실재공간을 이미지로 재현한다면 어떤 모습인가? 또 이미지를 실재로 재현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공간을 보는 방식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의 작품은 이러한 질문에 공간을 세트처럼 제작하고 그것을 다시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탐색하고 있다. ● 실재 어떤 특정한 일상공간이 아닌 모호한 공간을 실재처럼 만들고, 인공조명으로 공간감을 극대화해 사진으로 기록하는 방식은 재현과 연출, 복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것은 곧 그의 작품속에서 시각성에 대한 집요한 해석과 의문을 강화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눈의 시각성, 손에 의한 재구성, 기계눈(카메라)의 시각성을 순차적으로 , 결국에는 중첩해 보여주는 그의 사진은 동시대미술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시각성, 원본과 복제와 같은 중요한 지점들을 짚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만드는 행위와 사진 찍는 행위, 즉 사진적 행위는 결합되어 신체적인 눈과 심리적인 눈이 얽히게 된다. 이같이 다양한 시각성의 프리즘을 거쳐 재현과 기록의 방식,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문호_distortion_람다 프린트, 디아색_100×130cm_2007

기억과 경험을 압축한 공간_Imaginary Space ● 그가 만드는 대상공간의 대부분이 실제의 특정한 공간이 아니라 그의 기억 속, 혹은 상상 속 대상공간이라는 데서 이러한 확증은 더욱 분명해진다. 경험과 감각에 의한 장소의 이미지가 현실을 압도하는 상황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공간의 기능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채, 중성적인 면모를 드러낸 공간시리즈에서, 그는 점차 특정 기억의 공간으로 대상을 확장해나간다. 폐쇄적으로 닫힌 공간들 사이 열린 공간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통해 중성적이면서도 신비감, 초현실적 분위기를 구축했다. 그가 구축한 공간의 미묘한 에너지는 우리 주변 공간속 의식 주위를 떠도는 수많은 의미 없는 존재들에 주목하게 한다. 이후 그는 교실, 작업실 등 특정한 공간으로 보이는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한 공간을 구성하고 다양한 칼라를 통한 공간에 대한 다채로운 감각과 기억을 재구성하여 다각도로 보여준다.

이문호_ego2_람다 프린트, 디아색_110×140cm_2007
이문호_Gogh's-room_캔버스에 잉크젯 프린트_설치_2005
이문호_memory(the-room)_람다 프린트, 디아색_90×130cm_2004

이미지의 실상과 허상_Extra Space ● 이제 그는 허상을 실재로 만들어낸다. 실재가 반사되거나 비춰진 허구의 이미지를 실재로 만들어내, 실재와 허구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허상, 이미지의 재현물을 다시 사진으로 기록한다. 재현의 재현, 일종의 지표화를 통해 시각성 그 자체에 복잡한 질문을 제기한다. 인간의 눈과 기계의 눈 사이의 미묘한 차이와 어긋남을 병치해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인식에 대한 균열을 가한다. 벽면에 거울을 통해서 사방의 반사를 가능하게 하는 무용실이라는 공간을 일종의 작은 세트처럼 재현하는데, 거울에 비친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원근법적 시선으로 반영된 이미지를 실재로, 즉 3차원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치 거울 속 세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처럼 말이다. 거울이라는 실재세계가 반사된 공간 내부를 3차원으로 실재화하며 공간을 무한히 확장한다. 그런데, 이 허상의 실재는 매우 정교하여 그것이 거울에 비친 2차원이 아니라, 3차원의 사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여기에서 단순한 재현의 문제가 아니라 입체와 평면의 번역이 이루어지며, 또 다른 미학적 쟁점을 제기한다. ● 왜곡 시리즈에서는 광학 기계 렌즈로 본 세상을 재현하며, 카메라-눈의 시각과정 자체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는 3차원 대상을 2차원 사진으로, 즉 지표로서 복제함에 따라 일어나는 왜곡된 차이를 실상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의 화면에서는 어떤 것이 원본이고 복제본인지 구별하기 어렵도록 만들어져있어, 현실과 이미지의 경계는 완전히 해체되어 버린다.

이문호_Piano
이문호_relativity-by-M.C-Escher_람다 프린트_111×116cm_2005

불가능한 공간의 딜레마_Empty Space ● 한편 그는 실재로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에셔의 그림 「상대성이론(Relativity)」을 입체로 정교하게 재현해, 그것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가능하지 않은 상상의 구조로 여겼던 공간을 실재로 구현해낸 그는 에셔의 그림 속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삭제해 버렸다. 여기서 앞서 살펴본 작품들에도 오직, 빈 공간만 있을 뿐 공간속에 머무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건물의 주체가 증발된 체 공간만 텅 비어 있는 것이다. ● 이처럼 그는 어떤 구체적인 상황이나 상징을 제거하고, 오직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기록할 뿐이다. 또한 공간을 단순한 환상세계로서 다루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각인된 장소를 심리적 환상세계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공간은 또 다른 공간으로 파생되고 복제되어 무한히 확장되는 시각적 환영을 다룬다. 그것이 단순한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넘어 일종의 구조로서의 공간을 직접 만드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공간의 복제, 확장은 오늘날 서로가 서로를 반영하는 이미지 숲의 무한집합인 현실에 대한 인식을 암시하고 있다. 현실 자체가 복제를 반복해 이미지와 뒤섞여 해독되어야 할 하나의 텍스트로 인식된다고 볼 때, 그는 자신의 작업을 자신이 만든 공간을 연속해서 복제함으로써 하나의 텍스트로 시각화하고 있다. 그것은 이미지와 현실의 상호보완성, 즉, 현실의 개념이 변하면 이미지도 변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역설적으로 현실과 이미지의 미묘하게 어긋난 지점을 파고들어 예리하게 보여준다. 즉, 실재 공간과 재현된 공간, 복제된 공간을 통한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 대한 의문과 이미지와 실재가 구별하기 힘들만큼 뒤섞인 현실을 의문시한다. ● 그는 미니어쳐처럼 실재 공간을 축소시켜 다시 사진으로 확대하기도 하고, 실재 사이즈로 확대한 설치를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며, 크기의 변화와 조작을 통해 일어나는 미묘한 차이들까지 담아냈다. 이같은 시각적 환영은 점차 심리적인 층위로 확대된다. 끝없이 반복되며 증폭된 공간 이미지는 공간의 어떤 깊숙한 웅덩이를 통해 복잡한 현실인식과 그 속에 내재된 폐쇄공포 등과 같은 심리적 불안과 환각을 암시하고 있다. 그 곳은 은신처처럼 공포와 안도감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그곳은 일종의 착시의 복제로서 시각성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문호의 집요한 공간읽기와 인식체계에 균열일으키기가 단순한 유희적 차원이 아닌 현실의 반영과 경계에 대한 의문이라는 점에서 그의 정교한 작업은 시각성의 논의를 관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철학적 차원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의 작업에 주목해야만 한다. ■ 김우임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8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임대료(500만원 이내), 도록, 엽서 등 인쇄물 제작,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한 홍보, 전시 컨설팅 및 도록 서문,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81020h | 이문호展 / LEEMOONHO / 李文虎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