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테로토피아_보르헤스의 8개의 공간들

강민경_김형무_남현주_박소영_박은선_조수현_최윤정_한상미展   2008_1022 ▶︎ 2008_1108 / 월요일 휴관

박은선_Door_0806.예술의전당-10_가변설치_2008

초대일시_2008_1022_수요일_06:30pm

관람시간 / 화~토요일_11:00am~07:3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PC-프라이빗컬렉션 GALLERY PC-THE PRIVATE COLLECTION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번지 코엑스 도심공항터미널 B1 Tel. +82.2.551.0813~4 www.gallerypc.com

Heterotopia_8 spaces of Jorge Luis Borges ● 시작도 끝도 없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사이 공간들... 고정된 중심도 반드시 따라야 할 법칙도 없이 부유하는 공간들... 단일한 시점을 거부하고 무한히 변주하며 또 다른 세계로의 문을 열어주는 공간들... 우리가 반드시 자명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여 낯설게 만들어주는 공간들... 현실에서 잠시 빗겨나 위안과 휴식처를 제공해주는 공간들... 쉽게 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함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 바로 '헤테로토피아'라 할 수 있다. ● 20세기 문학계의 거장이자 소설가, 철학가였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그만의 해체적인 글쓰기 방식과 형이상학적인 사고로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을 전 세계에 각인 시켰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정체되지 않은 다양한 사고를 가능케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 그의 주요저서인 『불한당들의 세계사(Historia universal de la infamia)』(1935), 『픽션들(Ficciones)』(1944), 『알렙(El Aleph)』(1949) 등에서는 자주 기이하고 역설적인, 무질서와 혼돈, 역설이 뒤섞여 있는 변주의 공간이 묘사된다. 마치 사막 한 가운데서 발견한 신기루와도 같이, 혹은 쉽게 출구를 드러내지 않는 상상의 도서관처럼 즉 그 어디서도 질서정연하고 통일감 있으며 안정된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 ● 보르헤스가 보여주는 또 다른 가능성의 공간들은 그 자체로 현실도 아니며 허무맹랑한 상상의 세계만도 아니다. 다시 말해 경험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허구적 사실주의'라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보르헤스의 공간은 시간과 공간, 현실과 허구라는 흑 과 백의 이분법적인 논리로 귀결되지 않는다. 즉 허구라 하기엔 너무나 치밀한, 현실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보르헤스의 공간들은 현실을 통해 그 너머에 존재하는 감성과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고 상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의 구조를 넌지시 드러내줌으로 인해 고정되지 않는 다양한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또 다른 '사이 공간'이라 할 수 있다. ● 이러한 '사이 공간'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1967년 한 강의에서 언급했던 공간개념인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이질적인 세계들이 공존하는 세상, 큰 흐름 속에서 맥락화 되고 연속선상에 서있는 질서정연한 시공간이 아닌 어느 한지점이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시공간의 층위에 틈이 발생했을 때의 공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 전이적이며 부유하는 공간을 지칭한다.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이론으로만 가능한 꿈의 세계인 유토피아(Utopia)도 아니며, 동질화되고 획일화된 호모토피아(Homotopia)와도 대립되는 공간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는 삶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휴식의 공간이자 현실과는 또 다른 위안과 안식처를 제공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상상의 공간이다. ● 이번 전시는 마치 보르헤스 소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듯 시작도 끝도 아니며, 어느 하나의 고정된 측면이 아닌 하나를 통해 또 다른 '사이 공간'들 즉 '헤테로토피아'를 보여주는 8명의 작가가 주체가 된다.

강민경_눈물(tear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97cm_2004

강민경_Kwang Min Kyung_달콤한 파스텔톤의 색면으로 채워진 강민경의 작품에는 벽과 바닥, 대상과 배경, 인물과 오브제 간의 명쾌한 구분이 없다. 단지 명쾌한 색들과 형상들의 라인을 따라 서로 서로를 구분지어 줄 뿐이다. 사람들 역시 단색의 실루엣으로만 기호화 될 뿐 세부적인 묘사는 볼 수 없다. 마치 수족관 안과도 같이 버스의 창문으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과, 밝은 모자이크의 색채로 표현된 바닥, 하늘과도 같은 공간에서 터지는 폭죽의 표현이 현실도 허구도 아닌 사이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인물들도 일반적 공간에 얌전히 서있지 만은 않는다. 바닥에 스며들어 서로를 포옹하거나 공간감을 알 수 없는 세계에서 마치 정물처럼 고정되어 서로를 응시한다. 사탕과도 같이 달콤한 색채와는 반대로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이다. 「눈물」, 「운명」, 「마르베야의 추억」 등의 작품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과거의 어느 한 시점의 추억과 경험의 순간을 작품에서 밝게 승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 때의 기억은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되어 관객들 앞에 선다.

김형무_단상채집-복제된 일상_캔버스에 혼합재료_170×257cm_2007

김형무_Kim Hyoung Moo_하나하나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작가 김형무의 캔버스에는 각기 다양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에게는 크게 눈길이 가지 않는다. 창밖을 통해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듯 캔버스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익명성이 강조되어 마치 풍경과도 같아 보이는 군상들과 시공간에서 부유하듯 분열적으로 보이는 이질적인 공간감이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어느 늦은 오후 우연히 창밖을 통해 바라보게 된 일상의 모습은 작가로 하여금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한걸음 물러나서 이질적인 공간감을 경험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우연히 접하게 된 낯선 삶의 모습은 「단상채집」시리즈에서 복제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많은 타자들을 객관화시키고 비로소 타자들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통해 캔버스에 담아낸다.

남현주_외출Ⅰ_도침장지에 수간채색_33×77cm_2006

남현주_Nam Hyun Joo_시공을 초월한 듯 한 작가 남현주의 세계에서는 우리는 뜻밖의 매우 아이러니한 대상 및 사물들과 마주칠 수 있다. 벽에 뚫려진 문을 통해 살짝 보이는 외부 풍경들, 한곳으로 이동하듯 나란히 지나가는 코끼리, 양과 같은 동물들의 행렬, 담벼락 위나 액자들 속에서 부유하는 의자들에 이르기까지 장지에 채색된 전통 한국화의 재료로 표현되는 이 기묘한 공간들은 입체감 및 명암 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지 식별하기 불가능하다. 현실과 가상, 안과 밖, 전통과 현대, 서양과 동양, 대상과 배경, 평면과 입체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혼재하는 그의 공간들은 관객들을 호기심과 궁금증의 세계로 초대하여 길을 잃게 만든다.

박소영_자리잡기_캔버스에 유채_162.1×227.3cm_2007

박소영_Park, Soyoung_마치 골프연습장을 연상시키듯 거대한 모기장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 구름 위를 유유히 항해하는 배, 하늘로 승천하는 것인지 혹은 자리 잡기 위해 하강중인지 알 수 없는 나무들, 심장에서 자라나는 꽃, 손에서 이어지는 나뭇가지, 문을 통해 연결되는 또 다른 세상들, 창가에 이질적으로 놓여있는 오브제들에 이르기까지 작가 박소영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스스로 '중간자(中間子)'라 칭하듯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 사이, 즉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다. 그의 작품 안에서의 '창'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서로 다른 세계들을 연결되는 통로가 되며, 하나의 대상은 작가의 시선을 거쳐 전혀 엉뚱한 대상들과 관계 맺은 후, 결국 자아의 문제로 회귀된다. 이처럼 안과 밖의 경계, 현실과 상상의 중간에 있는 사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작가의 유희는 캔버스의 세상에서 재구성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 ● 박은선_Park, Eunsun_작가 박은선의 작품에서 우리가 확고히 믿고 있던 모든 공간개념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 마치 매트릭스 영화를 감상하는 듯,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공간들은 치밀한 트릭과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표현력으로 인해 끊임없이 변주해 나간다. 종종 그의 작품 앞에서 신기한 듯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관람객들을 발견할 수 있다. 보르헤스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출구를 발견하듯, 벽 혹은 캔버스 뒤에 숨겨져 있던 미지의 공간들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끝없는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준다. 그의 작품에서는 단 한 면도 고정된 공간이 없다. 벽은 더 이상 막혀진 가림막이 아니라 바닥이 되고, 천장이 되며, 문이 되고, 풍경도 되며, 배경도 된다. 시작도 끝도 없이 끊임없이 확장되는 공간의 변주 속에서 관객들은 놀라움을 넘어선 시각적인 즐거움에 빠져든다.

조수현_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07

조수현_Cho Su Hyun_조수현은 커다란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이 밑바닥에는 결국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타자와의 관계가 깔려있다. 그가 만들어 내는 공간은 현실의 한 부분인 듯도 하고 혹은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공상의 공간인 듯도 하다. 그 곳에는 침대, 욕조, 먹음직스러운 음식 등 상징적인 오브제들과 함께 미지의 공간으로 인도하기라도 하듯 굽어져있는 '길'이 등장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길은 결국 작가 스스로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한 과정이기도 한다. 내면을 깨끗이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욕조와 침대 등의 사적인 내부공간은 작가의 캔버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나를 발견해내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화려한 빛깔과 형태로 유혹하듯 자극적으로 그려져 있는 쿠키, 사과, 샌드위치 등은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얻고자 아옹다옹하는 돈, 명예, 안락한 삶 등의 가치를 상징한다. 유혹하는 모든 것들을 등지고 소신을 지키려는 작가의 모습은 길에 빗겨서 있는 삐에로의 모습이 되며, 내면으로 돌아가 나를 찾고자하는 여행은 새로운 가상의 공간을 창조한다.

최윤정_nostalgia_캔버스에 유채_34×130cm_2008

최윤정_Choi yunjung_열려져 있는 문 사이로 보이는 낯선 풍경, 제 자리가 아닌 듯 어색하게 놓여있는 우산이나 화분 등의 오브제, 마치 신화의 한 풍경을 재현한 듯 신비하고 성스러운 공간들 위에 세워져있는 입구인지 출구인지 알 수 없는 조형물들로 대변되는 작가 최윤정의 작업은 마치 수수께끼의 공간과도 같다. 얼핏 보면 연속적으로 통일감 있게 제시되는 공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한 곳이 어긋난 듯 기묘한 인상을 준다. 대부분의 작품 제목이기도 한 「노스텔지아 nostalgia」에서 알 수 있듯 최윤정의 작업은 다분히 감성적이다. 그의 작품에 전체적으로 녹아있는 핵심적인 분위기는 이성이나 논리적인 분석이 아니라 진한 그리움, 즉 향수와 관련한 감성적인 부분에서 기인한다. 허구라 하기엔 너무나 치밀하고, 사실적이라기엔 뭔가 한군데 빗겨나 있는 듯한 공간은 관람객을 낯선 세계로 이끈다. 보르헤스의 소설 중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을 만난 듯, 문과 창문을 통해 끝없이 변주하며 다양한 공간을 열어 보여주는 작품에서는 그 너머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상미_우리는 서로 다가가고 있는거야_캔버스에 유채_41×73cm_2008

한상미_HAN SANG-MI_작가 한상미의 근작에는 이름 모를 나무와 풀이 심어진 '정원'이 주 공간으로 등장한다. 저마다 뾰족한 잎을 자랑하는 풀과 아담한 나무들, 그리고 하늘로 막 상승하기라도 하듯 높이 솟아있는 키 큰 나무들은 따뜻하고 안락해 보이는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표현되어있다. 음영의 표현보다는 고운 색 면들의 대비로 표현된 '또 다른 정원'들은 마치 높은 하늘 위에 떠있는 천상 세계의 정원 같은 평온함과 기묘한 느낌을 수반한다. 사람은 단 한명도 그려져 있지 않은 그의 정원이지만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마치 풀과 나무들의 속삭임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강한 생명력을 내뿜고 있다. 저마다 감정과 욕망을 담고 있는 그의 나무들은 사람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으며, 어딘지 짐작하기 힘들만큼 무한한 공간 위에 놓여진 정원들은 높지 않은 담장들로 둘러 쌓여있다.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계들에는 서로의 공간으로 넘어가는 뻥 뚫린 문만이 존재할 뿐이다. ● 이번 전시에 참여한 총 8명의 작가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방식과 접근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고정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해주는 또 다른 세상을 열어 보인다는 점에서 그 맥을 같이한다. ■ 갤러리PC '더프라이빗 컬렉션'

갤러리PC '더프라이빗 컬렉션'(대표 최창묵)은 현대미술을 소개하고 작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고자 2008년 8월 무역센터 코엑스 중심부에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특히 갤러리PC '더프라이빗 컬렉션'이 위치한 코엑스는 편리한 교통을 기반으로 지상으로는 무역센터, 아셈타워, 도심공항터미널, 인터콘티넨털호텔, 카지노, 현대백화점 등이 위치하여 글로벌 비지니스의 메카로 자리 잡았으며, 지하로는 쇼핑, 영화관람, 전시, 아쿠아리움 및 각종 문화행사를 복합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여가시설들이 밀집하여 새로운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각종 비즈니스종사자, 외국인, 청소년, 관광객 등 하루에도 20만 명이 넘는 계층이 이용하여 최대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코엑스쇼핑몰 지하공간 150여 평에 2층의 복층구조로 설계된 갤러리PC '더프라이빗 컬렉션'은 국내작가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의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전 세계 유명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역량 있는 신진작가 육성에 집중하여 대중과 호흡하고자 합니다. 갤러리PC '더프라이빗 컬렉션'은 앞으로도 온 오프라인을 통한 참신한 기획전시 및 국제교류전시의 활발한 개최를 통해 소장가치가 있는 국.내외 유수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꾸준한 컬렉터 개발로 국내 미술문화의 저변확대에 기여할 것입니다.

Vol.20081022i | 헤테로토피아_보르헤스의 8개의 공간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