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대한 새로운 기억

김영섭展 / KIMYOUNGSUP / 金英燮 / installation   2008_1023 ▶︎ 2008_1028

김영섭_사운드,설치,드로잉_2008

초대일시_2008_1023_목요일_06:00pm

SeMA 신진작가 지원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_TOPOHAU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82.2.734.7555 www.topohaus.com

웅얼거림의 미학, 틈새를 넘나들다일치와 불일치_오브제와 소리의 사이에서 소리-설치작업으로 잘 알려진 김영섭은 채집가이자 작곡가이다.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낸 다기 보다 일상의 소리를 선택하여 '채집'한다는 것은 그의 존재와 작업을 규명하는 가장 분명한 단서이다. 얼핏 보면 오브제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작업에서 소리는 일종의 오브제로 작용한다. 소리는 오브제처럼 선택된-채집된- 일상의 질료들인 것이다. 그는 이같은 날것의 소리를 약간의 조작을 거쳐 작곡하여 새로운 상황으로 바꾼다. 소리의 크기와 강약을 조절하고 가공한다는 점에서는 작곡자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일상에서 채집된 소리라는 점 때문에 소리가 발생된 상황과 개념 자체를 담고 있다. 더불어 소리는 그것이 놓인 상황과 재현된 오브제와 함께 작용하여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 그는 소리를 드로잉이나 설치 등 일종의 기호로 시각화 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했다. 초기작을 통해 그가 단순한 사운드가 아니라 리듬 혹은 규칙적 운율에 관심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자판 두들기는 소리, 마우스 클릭소리 등 이후 그의 작업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소리들은 대부분 박자에 기반한 불확실한 소리 기호들이다. 그것은 불규칙적이고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날 것-소리들-을 다시 혼합하고 어느 정도 사운드 디자인의 과정을 통해 '음악화'시킨다. 일상의 불규칙한 소리들을 잡아내고 혼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어떤 틀과 형태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작가는 케이블 선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오브제 모형 둘레를 감아 올려 형상을 부여한다. 케이블선과 스피커는 소리를 출력하는 기능과 시각적으로 재현된 오브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는 오브제와 소리의 관계 등 복잡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사운드와 오브제들, 그리고 관람자의 위치가 형성되고 신호를 주고받는 관계에 주목하여 소리는 오브제에, 오브제는 소리에, 그리고 관람자에게 서로 개입하고 간섭하도록 모든 장치와 상황을 연출한다. 다채널로 구성된 소리는 관람자와 오브제, 그리고 소리의 위치를 계속해서 재문맥화하며 그 위상을 전이시킨다. 예를 들면 케이블선으로 만든 도자기와 사물놀이 소리를 조합한 초기의 설치작업은 도자기라는 사물과 사물놀이 소리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전통성의 일면에서 어느 정도의 접점을 가지면서도 낯선 조합에 의해 점차 구체적 소리에서 노이즈로 전환되어 뜻을 알 수 없는 극적 효과를 뿜어낸다. 오브제와 관계가 있으면서도 일치하지 않는 소리들로 인해 괴리감을 안겨주며 실재와 허구, 사회적 통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 그는 작업을 위해 사운드 스케치를 통한 작곡을 행하는데 그것은 시간을 쪼개는 행위로서 인식된다. 또한 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기계음조차도 사람의 조작에 따라서만 작동할 수 있는 소리라는 점에서 그의 소리-설치는 어떤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작업에서 소리는 신체의 경험으로, 소리의 발생지로서의 신체는 관람자의 신체로 전이된다. 또한, 그것은 일종의 상황의 경험으로 이루어진다. 고립된 사운드가 아닌 오브제와 공간 속에서 신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총체적 경험이 되는 것이다. 결국에는 언어, 컴퓨터 기계음, 기계와 인간의 접촉소음 등이 인간의 언어를 대체하는 사운드로 전이되며 소통과 부재의 감각을 경험케 한다.

김영섭_정원에 대한 새로운 기억_사운드설치, 10채널 작곡_00:04:00, 840×280cm_2008
김영섭_정원에 대한 새로운 기억_사운드설치_부분
김영섭_정원에 대한 새로운 기억_부분

웅얼거림의 미학_수신자와 발신자의 사이에서 ● 그는 「식욕에의 강요」에서 현대소비사회의 욕구를 홈쇼핑에서 채집된 소리들의 조합과 반복, 식사를 위한 식탁 등 설치를 결합시켜 욕망의 징후와 파편들을 경험케 했다. 홈쇼핑의 과대선전이 정점에 달한 사탕발림 언어의 파편을 우아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조합한 소리들이 접시처럼 보이는 스피커-케이블 오브제로부터 흘러나와 사회적인 인식을 강화시킨다. 앞서 언급했듯, 그의 작업에서 소리를 내는 존재는 삭제된 채 흔적과 파편들만 남아있다. 소리가 발생된 상황, 시발점, 주체 등을 삭제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은유하는 오브제-설치인 식탁과 접시, 컵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 반복되는 일상의 욕망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욕망의 투사장치로서 사용되는 소리는 다채널 영역을 통해 이쪽과 저쪽에서 소리의 발원지를 따라 서로 대화하듯 소리 낸다. ● 그가 만들어낸 소리-설치의 어법은 웅얼거림과 닮아있다. 마치 웅얼거림이 중첩된 듯 모호한 상황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은 관람자의 상상을 자극한다. 이 같은 웅얼거림은 작가가 언어의 미숙함에서 오는 괴리감, 단절의 소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작가가 독일 유학생활에서 겪은 언어 문제에 따른 소통 단절의 경험이 사운드 작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발화자와 수신자로서의 웅얼거리는 행위를 짐작케 한다. 그의 작업이 상호작용적 속성을 지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에 대한 좌절과 욕망의 경험은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소리의 발신지를 따르며 청취하려 애쓰는 동안 계속 중첩되는 웅얼거림은 관람자를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에 위치시킨다. ● 사운드가 완전히 탈문맥화 된 채 변화되고 왜곡된 음으로서의 소리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 중 유입된 잡음의 여과만을 거쳐" 그 문맥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문맥이 사회적 강요와 관계에 관한 내용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어떤 억압된 개념과 감정, 욕망 등 삶의 배설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는 직설적이고 분명하게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징후나 불확실한 상황처럼 여겨지며 관람객의 신체는 그가 만들어 놓은 우회적 상황극 속에 개입해 반응하기를 기다린다. 웅얼거리는 총체적 상황 속에서 관람자는 작가가 연출한 상황과 소리의 파동을 신체로 느끼며 자신의 기억에 기반한 보편적 사실과 감각 사이, 의미와 무의미,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를 유영하듯 가로지른다. ● 이렇듯 미묘한 차이와 의미의 이동으로 조금씩 어긋나며, 틈새에 놓여지는 김영섭의 작업은 부조리한 일상을 암시한다. 이를 위해 언어나 소리를 음절로 해체하고 등장인물을 상실시키기도 하여 행위의 뜻과 목적을 박탈하는 부조리극처럼 일종의 개념적 부조리를 사운드 인스톨레이션으로 시각화한다.

김영섭_10채널 사운드 작곡_2008
김영섭_케이블 도자기 그리고 소리_사운드 설치, 스피커-케이블_00:09:32_2006
김영섭_맛있는 식사 II_사운드설치, 스피커 케이블, 식탁_00:03:31_2008

유기체적 언어로의 전환 ●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업을 비롯한 근작은 그의 관심과 체계의 이동을 보여준다. 일상의 공간에 내재된 욕구를 일종의 극대화된 소리-설치로 시각화하되, '발견된' 소리와 오브제의 조합을 한층 유기적 형태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그의 소리 오브제는 유기체로서 증식, 증폭되어 나간다. 일종의 인공자연인 정원을 암시하며 솟아난 식물형태의 케이블-스피커 설치는 소음을 증폭시키며 공간속으로 확장되어 나간다. 새로 제작된 작품에서 그가 제시하는 오브제는 기존의 기성품 형태의 일상 오브제에서 끝없이 변화하며 증식하는 인공생명체와도 같은 정체불명의 식물 형태이다. 고정된 형태를 지니지만 그것이 놓이는 문맥에 따라 기능을 달리하는 일상 오브제에서, 그 자체로 증식하며 유동적이고 유연한 본성을 가지는 생명체로 확장된 것이다. 그럼에도 자연에 대한 은유나 상징, 혹은 낭만적 풍경으로서의 자연을 은유하기 보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환경의 증폭을 암시한다. 이제 그가 오브제 형태를 통해 표출했던 일상에 내재한 욕망은 일상 오브제 형태를 벗고 땅을 뚫고 나온 듯, 좀 더 자유롭게 분출되며 증식한다. 바닥을 뚫고 나온 듯 보이는 스피커-케이블 오브제들은 불규칙하고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이 같은 오브제에서 공간과 신체, 소리, 오브제와의 관계가 얽힌 총체적 설치는 생명체처럼 증식하며, 소리를 증폭시킨다. 이전의 작업에서 들려주었던 언어적 음소들을 더욱 파편화시키고, 전자음, 기계소음 등을 극적으로 재배치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문명에서 경험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폭넓은 층위를 지니는 일종의 미생물체적 매트릭스를 제안한다. 소리는 기억을 재생하는 매개물로서의 기능을 한다. 어떤 강요와 그로 인한 분출로서 인식되는 파편화된 소리는 개념적 틀을 한층 흩트리며 소리와 시각적 요소, 설치의 상황이 역동적으로 한데 얽혀있다. 오브제와 소리, 의미와 무의미, 수신과 발신 등 일상의 다양한 체계사이에 놓인 틈을 넘나들며 웅얼거림의 어법을 취하는 그의 작업은 증폭된 삶의 배설물로서 어떤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 김우임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8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장 임대료(500만원 이내), 도록, 엽서 등 인쇄물 제작,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한 홍보, 전시 컨설팅 및 도록 서문,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전시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81023b | 김영섭展 / KIMYOUNGSUP / 金英燮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