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The dethchable pullout supplement)

로와정展 / RohwaJeong / mixed media   2008_1023 ▶︎ 2008_1105 / 월요일 휴관

로와정_별책부록(The dethchable pullout supplement)展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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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023_목요일_06:30pm

관람시간 / 0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라이트박스_LIGHTBOX GALLERY 서울 마포구 상수동 93-29번지 지층 Tel. +82.2.6408.8011 www.light-box.kr

갤러리 라이트박스는 11번째 기획초대전으로, 1과 1이 나란히 서있는 11 이라는 숫자와 잘 어울리는 작가 로와정을 소개한다. '로와정'이라는 이름은 노윤희, 정현석의 성(姓)에서 유래한다. 두 사람은 '로와정' 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함께 생각해내고, 대화하며, 작업으로 완성해가고 있다. ● 로와정을 소개할 때에 필자는 머뭇거린다. "노씨와 정씨로 이루어진 부부작가랍니다."라는 쉬운 설명을 피해가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로와정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정체성과 매력을 훅하고 날려버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특별한 정체성과 매력이 무엇인지, 그럴싸한 단어들로 풀어서 설명해주어야 할 것 아닌가. 사실 그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임무이다. 그러나 필자는 말을 아끼며, 작품에 대한 소개로 넘어가버린다.

로와정_Self-portrait_알루미늄케이스,PU스펀지_28×70cm_2008

첫 작품인 「Self-portrait」 를 보자. 액션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총 케이스 모양의 가방이 하나 놓여있다. 스펀지가 패인 모양을 보면, 이 케이스 안에 들어갈 무기는 헤어드라이어와 세차용 물 분사기이다. 케이스를 열어놓은 상태로 보면, 서로를 향해 겨누고 있는 주둥이가 뜨거운 바람과 차가운 물을 뿜어대며, 끝없이 적시고 말리는 전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케이스를 닫으면, 두 주둥이는 한 방향으로 놓이면서 같은 공격 대상을 갖는다. 이 모습은 로와정의 자화상이며, 숱한 남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로와정은 둘이 함께 있을 때에 발생하는, "각각의 객체가 무시되고, 이도 저도 아닌 뮤탄트의 모습"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Self-portrait」 역시도 로와정이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주제를 깔끔하게 구성해낸 작품이다.

로와정_Pop promise_뻥튀기과자_65×40×130cm_2008_부분

두 번째 작품은 「Pop promise」 시리즈이다. 이것은 술집에서 서비스 안주로 나올 법한 싸구려 뻥튀기 과자로 결혼예물을 만든 것이다. "Pop" 은 팝아트 등에서 연상할 수 있는 유쾌하고 가벼운 인상과 더불어 과자를 튀기면서 생기는 '뻥' 소리를 나타낼 수 있다. 또한 한국어에서 '뻥'이라는 단어로 거짓이나 과장을 나타내기도 한다. 로와정은 하필 뻥과자를 가져다가 신성해야할 약속의 결혼반지를 예쁘장하게도 만들어 놓는다.

로와정_Pop promise_뻥튀기과자_65×40×130cm_2008_부분

그들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연인이었으나 올해는 부부가 되었다. 이번 전시는 결혼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서 꾸렸다. 이제껏 그랬듯이, 로와정은 본인들의 진솔한 체험에서 시작한다. 자칫 구차해지기 쉬운 사적인 내용을 절제해가면서, 보편적이고 단순명료한 어법을 견지한다. 무심하게 툭 던진 한 마디에 압축된 진실성이 강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지독하게 솔직해야만 하는 이 작업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번 전시를 준비함에 있어서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굉장히 흥미롭고 어려운 경험이었다" 고 말한다. 연인 사이로 '관계'를 말했더라도, 부부 사이로 '결혼'을 말한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닌데, 그들은 감히 이번 전시의 주제는 '결혼', 그에 적당한 수식어는 '공허한' 이라고 말한다.

로와정_#030510_C-print, wood Frame_21×26cm_2008

마지막으로 '집' 시리즈를 보자. 이것은 틀에 박힌 결혼사진에서 집 형상의 구멍을 뚫어서 신랑, 신부를 파내버린 것이다. 집의 실루엣은 이상화된 집이 아닌 "사람이 살지 않는" 채로 실존하는 다양한 "빈 집"들의 이미지에서 따왔다. 결혼의 주인공들이 사라져버린 자리에는 덩그러니 남은 빈 집은 무기 케이스의 안의 빈 공간, 뻥 과자에 뚫린 구멍들과 은유의 축을 이룬다. 동시에 시각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며, "결혼이라는 제도가 진정한 가정을 권장하는 제도인지,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로와정_#080126_C-print, wood Frame_21×26cm_2008

필자는 로와정을 몹시 좋아한다. 대개 이렇듯 좋아하는 작업에 대해서 쓸 때에는 글이 수월하게 써지는 편이다. 마침 전시서문 쓰는 데에도 요령이 생기던 터였는데, 로와정의 작업을 받아들고서는 완전히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왜 이러나 생각해보니, 로와정의 작품 자체가 굳이 많은 수식이나 설명의 말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필자의 글은 여러분이 선택한 로와정이라는 책에 대한 별책부록이다. ● 별책부록은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다. 로와정은 결혼이란 별책부록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 사이의 사랑, 애정과는 별개의 문제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따라오는... 이 별책부록은 우리가 선택한 본래의 책보다 무겁고 부담스러우며 그 본래의 것을 변질시키려고 한다." 한편 필자는 이 전시가 로와정 작품집이라는 커다란 책에 별책부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규 곡보다 애착이 가는 보너스 트랙을 흥얼거리며, 사은품이 좋아서 샀던 물건들을 되새겨본다. 간혹 좋은 별책부록도 있을 수 있다. ■ 신혜성

Vol.20081023h | 로와정展 / RohwaJeong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