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草圖_Obsession story II

김양희展 / KIMYANGHEE / 金良姬 / painting   2008_1029 ▶︎ 2008_1104 / 일,공휴일 휴관

김양희_obsession13_혼합재료_65×145cm_2008

초대일시_2008_102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아트사이드_GALLERY ARTSID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82.2.725.1020 www.artside.org

꽃의 욕망 ● 김양희는 꽃을 그리고 있다. 주변에서 본 듯한 꽃인데 두꺼운 붓 자국에서 발산되는 꽃잎의 볼륨은 열대식물의 두툼한 육질의 풍만함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그 위에 꽃가루가 흩어져 날리고, 끈끈한 액체가 선을 그으며 꽃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망사처럼 가는 선들은 거미가 집을 지으면서 밀실 안으로 끌어드리는 선율처럼 주위로 흩어지다가 다시 강력한 자력에 이끌려 주변의 액체흐름 사이로 스며들게 한다.

김양희_obsession14_혼합재료_182×260cm_2008

돌연변이로 파생된 꽃-작가가 이전에 추구하였던 생명체의 변이는 식충식물로 전이(轉移)되고, 두터운 꽃잎 깊숙한 곳에서 발산되는 힘은 우리의 시선을 무겁게 한다. '꽃'의 주제에서 연상될 수 있는 화려함, 아름다움, 부드러움과 다른 무게를 지닌다. 꽃은 그 자체가 시각적으로 가벼움을 주지만 이 꽃은 다른 내면을 감추고 있다. ● 작품의 주제 'Obsession'은 작가를 '사로잡고 있는 무엇'이다. 그것은 욕망과 충동이 육체에 침투하고, 작가는 중심에 꽃을 그리고 있다. 'Obsession'은 욕망과 충동을 재현하는 이념이아니라, 보이는 것으로 전달하는 저 깊이 속에 있는 것, 바로 보이지 않는 것으로 계속 변태(變態)하는 생명체의 숙명이다.

김양희_obsession24_혼합재료_73×61cm_2008

일상생활에서 항상 사유하는 본래의 주체로서 육체는 언어로 자신의 스스로의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 항상 완전할 수 없다. 육체는 자신을 끊임없이 읽어가며 일상 언어에 많은 이야기를 퍼트리지만, 육체와 언어 사이에는 합치될 수 없는 어떤 불충분함이 존재하고, 언어는 영원히 육체를 부분적으로만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 메를로-뽕띠(Merleau-Ponty)의 표현을 빌자면,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의 육체(La chair) 주변만을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육체에 또한 관계된다. 육체는 경험의 주체이면서 또 사유의 주체인 것이다. 따라서 육체는 순수의식과 순수자연, 능동성과 수동성, 자율성과 의존성, 반성적, 실증적 사고의 진동사이에서 또 다른 차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현상작용에 의해 확정할 수 없는 육체의 한계이다. 육체가 의미를 낳는다면, 의미가 육체 속에서 생산된다면 그것은 재현의 체계를 통해서 간접적으로이다.

김양희_obsession25_혼합재료_61×73cm_2008

김양희는 자신이 그린 꽃에서 무엇엔가 집착하고 있는 욕망의 한 부분에 다가서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내면의 불안을 넘어서려는 집착이기도하다. 불안함을 분해하여 의도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놓는다. 감추어진 자신의 욕망을 검열하고 작품을 통해 자신을 또 다시 분해한다. 욕망과 충동이 육체에 침투되고, 그리기의 중심에 위치한다. 꽃이 육체의 능동적, 수동적 체계의 축으로 그려지면서, 그래서 꽃은 즉각적으로, 그 자체로 자신이 아니라 그렇게 변화되는 것처럼, 육체를 다른 생명체에 배합하며 상상하고, 창조한다. ● 핑크빛, 노란색, 원색으로 그려진 꽃은 이미 드러난 소망이며 그 소망은 벗어버릴 수 없는 운명의 한계 앞에서 자신을 감추고 있다. 뿌리와 줄기, 잎으로 구성된 식물의 구조는 몸체를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땅에 붙들어 매어 놓인 숙명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시간이 이어질 때까지 받아들여야하는 대자연의 법칙으로 우리 모두의 어깨를 가장 무겁게 누르고 있는 진실이다.

김양희_obsession26_혼합재료_61×73cm_2008

그 진실은 성공과 같은 많은 화려한 찬사 뒤에 어둡게 가려진 침묵의 그림자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꽃은 향기나 화려한 색상과 달콤한 꿀로 만들어진 유혹의 자태가 주어졌고 그것에 이끌린 곤충들의 육체를 빌려 해방을 찾는다. 꽃가루의 작은 세포들을 사방에 날려 보내면서 스스로가 운명에 얽매인 존재가 아님을 과시하는 것이다. ● 김양희의 꽃은 그러한 꽃가루처럼 자신의 분신을 사방으로 흩으러 놓는다. 꽃에서 끈끈한 흰색의 방사는 욕망과 감정이 끊임없이 열리는 세계이면서 욕망이 완결되지 않는 차이(difference)다. 그것은 대비나 조화 등, 합리성에 바탕을 둔 미학적 추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범주 밖의 또 다른 차이(l'autre difference)를 향해 뿜어대는 작가의 열기이다.

김양희_obsession27_혼합재료_73×53cm_2008

작가는 숙명의 고뇌를 작품 안에서 장식적인 화려함을 가라앉히는 흩어지는 끈끈한 액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액체의 흔적으로 분해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부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를 주변으로 확산시킨다. 인간에게 부여된 시간의 굴레, 역사적 인간의 굴레를 깊이 박힌 나무의 뿌리처럼 거추장스럽게 느끼면서, 움직일 수 없는 숙명은 씨앗이 되어 번진다. 열매의 안쪽에 감추어진 생명의 시간을 간직한 채 멀리 떠나보내고 싶은 작가의 씨앗이다. ● 꽃에는 이미 아름다운 유혹의 자태와 함께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져있고 그것은 동물세계에서 여성성과 동일시하는 이유일 것이다. 꽃은 작가의 생각이 투영된 이미지이지만 작가의 육체를 거쳐 비추어진 또 다른 육체이다. 어떠한 형상에 대하여도 대립되지 않는 식물본래의 자태를 간직하면서 작가는 애매하고 규정짓기 어려운 것을 꽃으로 재연한다. ■ 조광석

Vol.20081027f | 김양희展 / KIMYANGHEE / 金良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