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ode

2008_1203 ▶ 2008_1209

손민아_The moment of cognition happens in a regulated reflexive space 디지털 프린트, 거울_125×170×20cm_2007

초대일시_2008_1203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고산금_박윤영_손민아_오재우_윤동천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Decode ● 우리는 수많은 기호와 그것으로 짜여진 약호(code) 체계 속에 살고 있다. 미술 작품도 하나의 기호인 동시에 작가가 자신만의 체계를 갖고 만든 약호(code)로 이루어진다. 'Decode'展은 동시대 작가들의 코드화된 작품에 주목하여 이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작품과 소통 할 수 있는 계기로서 작가의 코드 '해독(decode)'에 주목한 전시이다. 현대 미술은 관람객과의 소통에 목말라 하는 여러 양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관람객의 직접 참여를 끌어내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더 다가서게 만들고, 작품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여러 장치들과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궁극적으로 작품이 관람객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알 수 없다면 그것은 한낱 미지의 암호에 불과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인지되지 못한 작품은 관람객에게 아무 의미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라는 한계를 인식해서 일 것이다. 예술은 사실 그 안에 정보 소통의 과정을 포함한다. 이 소통의 과정은 기호를 통한 의미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예술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저마다의 조형적 체계로 구성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약호화(encode)이다. 반면 이를 받아들이는 관람자는 이 약호를 풀어냄으로써 작가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해독(decode)하게 된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르네상스시대 뿐만 아니라 바로크, 로코코 등 최근의 100년을 제외한 서양미술은 대개 작품에 나타나는 사물의 의미나 특징들을 조합하여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 수 있는 해석의 틀을 갖추고 있었다. 단, 사과를 들고 있는 여인이 미의 여신 비너스로 해석되는 것과 같이 서양의 도상들은 배경지식이 풍부해야 해석이 용이한 비유적인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 감상 체계는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근대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감상체계가 더욱 중요하게 부상했다. 작품을 볼 때 구도, 색채, 붓의 터치, 질감과 양감 등의 형식 요소 자체가 가진 미적 정보를 파악하는 감상이 부각되자, 그 같은 현대미술의 논리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작품이 무엇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소통의 단절을 경험하고 그것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본 전시는 이처럼 예술의 기호, 기호의 예술에 중점을 두어 작품의 코드 체계를 통해 담긴 의미 정보를 관람자가 해독하게 함으로써 능동적인 작품 감상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작가만의 고유한 조형 언어는 우리의 습관적인 기호체계를 낯설게 만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기호의 재배치를 통해 감각적인 이야기를 구성한다. 또한 작가 내면의 이야기가 함축된 기호의 배열을 통해 관람객이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 예술언어들은 감각으로만 보아서는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할 것이다. 또 하나의 암호처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들 작품이 그러나 그들의 약호체계를 이해하고 해독의 과정을 거쳤을 때는 새로운 눈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작가의 encode를 거쳐 탄생한 다양한 작품이 우리에게 다가와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지 그들의 독립된 코드를 decode함으로써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 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박윤영_A Person of Importance and Two People of Unimportance_종이에 먹_113×48cm_2003

박윤영 ●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통용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픽토그램을 지극히 개인적인 소통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화면 안에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박윤영의 작업이다. 작가는 픽토그램을 통해 미스터리한 사건이나 자신이 접한 소설, 음악 등을 독창적으로 재구성하여 기호로 엮어낸다. 화선지에 옅게 퍼지는 먹의 여운은 여러 상징과 은유를 담고 있는 박윤영의 기호에 대한 몽환적인 느낌을 환기 시킨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어 내려가듯 자유롭고,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다양한 해독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동시에 일탈적인 해독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손민아 ● 손민아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현대 소비사회를 대변하는 바코드의 표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의 약호를 해독하기 위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바라본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그것이 영문으로 표기된 해독 가능한 문자임을 눈치 챌 수 있다. 즉, 가독성이 전제되어 있지 않아서 이미지로 퇴조한 텍스트 혹은 이미지로 감각화 되어버리고 만 텍스트가 전면에 나서 고 있는 것이다. 상품의 정보를 빠르고 읽기 쉽게 만든 바코드라는 기호가 단편적으로 읽힐 수 없는 문자로 변환되는 과정은 이율배반적인 두 개의 기호가 충돌하는 혼란을 겪게 한다. 그만의 독특한 타이포그래피는 이처럼 행위를 동반한 인식의 전환을 요청함과 동시에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해독의 여러 층위들을 제시하고 있다.

윤동천_수수께끼-내게 필요한 것들(Riddle-Things I Need)_C프린트_각 30×30cm_2007

윤동천 ● 윤동천의 작품은 인터넷에서 추출한 두 개의 사진이미지가 하나의 단어를 유추하게 하는 수수께끼 같은 작업이다. 사진에서 지칭하는 사물은 '내게 필요한 것들'로 약호화되면서 하나의 기표로써만 기능하게 된다. 각각의 단어들은 이렇게 '작가에게 필요한 단어들'의 일부를 이루고 있지만, 그만의 사진언어를 해독(decode)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구성하는 각각의 이미지와 그 이미지로 하여금 새롭게 연상된 단어 사이에 어떠한 유기적 고리도 찾을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점은 작가의 약호체계를 해독하는 과정을 통하여 일상에서 이미지와 텍스트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필연적 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수수께끼 같은 물음으로 이어진다.

오재우_남자는 기억한다_디지털 프린트_90×60cm_2008

오재우 ● 그는 담배갑을 차곡차곡 쌓아 거기서 드러난 담배 상표명을 작가의 조형언어로 끌어들여 한 편의 시로 풀어낸다. 프랑스어나 이탈리어 등 쉽게 알 수 없는 단어들의 의미와 상업적 목적으로 인해 무심결에 지나쳤던 담배 이름들은 작가에 의해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의미의 기호로 재조명됐다. 담배이름은 그가 한 작품 안에서 일정하게 부여한 질서에 따라 형용사, 명사 등으로 품사가 결정된다. 이렇게 그만의 독특한 문법을 통해 탄생한 '담배시'는 그의 입장에서 바라본 정치, 사랑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담배가 그 자체로서 위안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담배와 시가 결부되었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만남일지도 모른다.

고산금_가갸날에 대하여(동아일보 1926년 12월 7일 한용운 글)_코바늘뜨개_각 7cm, 203×70cm_2008

고산금 ● 고산금은 신문기사, 소설, 노래가사 등 우리가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는 텍스트를 자신만의 개인적인 약호체계로 번안함으로써 그것을 읽을 수 없게 만든다. 문자가 아닌 물질성으로 대체된 작품은 그것이 원래 함의하고 있던 기의는 탈각시키고 기표만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헤드폰을 쓰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통해, 또는 제목으로 주어진 단서들을 통해 작가의 'encode'가 'decode'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이 단번에 읽히기를 거부하고, 모조 진주알 하나가, 손뜨개 하나가 하나의 음절로 대체되어가는 해독(decode) 과정은 미지의 심연에서 우리의 지각과 인식이 동시에 확장 되어감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Vol.20081204f | Decod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