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ame and Not the Same

한은선展 / HANEUNSUN / 韓恩善 / painting   2008_1205 ▶ 2008_1230 / 월요일 휴관

한은선_The Same and Not the Same_물, 채색, 한지_260×196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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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205_금요일_05:00pm

The Same and Not the Same_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展 (Roald Hoffmann,『The Same and Not the Same』)에서 제목을 따왔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상_GALLERYSANG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B1 Tel. +82.2.730.0030

우린 모두 같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두 아니 같기도 하다. ● 우리는 실재가 우리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관념이 권위적이고 보편타당한 진술들을 가질 수 있다는 신념과 부합한다는 것을 잊어야 합니다. 이것들은 어떤 종류의 체험을 불신하게 하는 데 이용될 수 있습니다. 진술을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실재에 준거하는 것입니다. 권력, 지배 그리고 통제에 기초를 둔 문화에서, 그것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사물에 대한 그 자신의 견해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해 줍니다. 그렇지만 실재에 다가갈 수 있는 단일한 특권적 접근권이 없으며, 지각과 환각이 체험의 현실적 과정에서는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인간이 일이 이러이러하다고 주장하기 위하여 어떤 기준을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바로 그 가능성이 공통적인 통찰의 공간, 협력의 영역을 열어놓습니다. 다른 사람은 내가 더불어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당한 타자가 됩니다. 우정, 상호존중, 협력이 나타납니다. 일원우주는 다원우주로 바뀝니다. 이 다원 우주 안에서는 무수한 실재들이 타당성의 다양한 기준에 준거해 타당합니다.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믿고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생각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것입니다. (움베르또 마뚜라나,『있음에서 함으로』)

한은선_The Same and Not the Same_물, 채색, 한지_73×68cm_2008
한은선_The Same and Not the Same_물, 채색, 한지_210×150cm×2_2008

언어가 들어서기 전 모든 존재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세상이 무한히 확장되는 순간이 있다.엘리아데의 말처럼 인간은 자연적인 경험을 초월하는 모든 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까닭에 경외감이나 장엄함 혹은 매혹적인 신비감 등과 같이, 자연계나 인간의 세속적인 경험과 정신생활을 묘사하는 용어로 환원시켜 유추적 표현법을 사용하게 된다.(Mircea Eliade, 『The Sacred and the Profane』) ● 숭고함, 성스러움은 드높고 먼 곳에 있지만, 그것은 동시에 인간의 가장 은밀한 곳에 숨어 있기도 하다. 매우 추상적일 수 있는 그 지점은, 매질을 통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현현(顯現) 된다. ● 표면에 드러나는 관계의 양태, 진행 시점의 패턴에 따라, 특이점을 지닌 존재들이 생성된다. 작품은 완성되고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들의 수많은 역동적 관계 맺음의 연속이자, 거칠게 맞물려 주고받는 흐름의 진행 과정일 뿐이다. 바탕과 점유한 것, 안과 밖, 비움과 채움, 생성과 소멸의 병생(竝生)이다. 현실에서는, 많은 것들이 초현실적으로 편리하고 매끈하게 처리된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것들은 발생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희망봉에 서면, 인도양과 대서양의 파도 위에 명확한 경계선을 그을 수 있고, 왼쪽과 오른쪽은 명확하고 대립되며, 무지개는 어느 나라에 뜨느냐에 따라, 둘 다섯 일곱 덩어리로 두부처럼 자를 수 있다.

한은선_The Same and Not the Same_물, 채색, 한지_79×75cm_2008
한은선_The Same and Not the Same_물, 채색, 한지_260×196cm_2008

반면에, 생사의 판단을 무의미하게 만들 만큼 강렬하고 생생하게 마주치게 되는 불가분리(不可分離)한 현실도 있다. 우주에서 쏟아지는 초신성의 뉴트리노, 별빛의 폭포와 불타는 새벽하늘, 일렁이는 파도소리, 눈물, 핏물, 숨결, 펄떡이는 심장이 하나의 흐름으로 존재하는 현실이 있다. 치유와 정화의 투명한 입자들이 세계를 하나로 꿰뚫는 직관적으로 현전(現前)하는 실재, 내게 언제나 그 또 다른 실재의 출발은 '스스로 그러한 것(自然)'이었다. ● 내가 소통하고 싶은 것은, 소용돌이 표면에 얹혀 요란하게 맴돌다가 수증기처럼 증발하는 일회용자극이나 이벤트, 혹은 사회 정치적 프로파간다는 아니다. 유사 과학적 신비주의나 생태주의, 혹은 미학적 전략이나 철학의 도표도 아니다. ●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여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선명해지는 흔적들이 있다. 온 몸의 세포들이 언제든 다시 일어서 각인된 떨림을 재생해내는 마주침이 있다. 덩굴식물처럼 자라나 삶의 패턴을 바꾸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소통이 있다. 종소리가 울린 후 증폭되는 쟁쟁한 울림의 맥놀이 같이, 몸과 영혼의 뼛속 깊이 서린 그 기억들은 골과 마루를 타고 번지며 끊임없이 물결친다.

한은선_The Same and Not the Same_물, 채색, 한지_116×53cm×2_2008
한은선_The Same and Not the Same_물, 채색, 한지_260×196cm_2008

여러 층위의 실재가 층차 없이 스며 펼쳐진다. / 육중한 침묵같이, 와류(渦流)의 고요한 바닥으로 한없이 침잠하는 세계를 통해, 저 너머 우주의 푸른 섬광처럼 찬란하게 비상하는 세계와 맞닿는 시간이다. // 내게 그린다는 것은, / 삶의 한 방식이자 태도일 뿐이다. / 같기도 하고 또 아니 같기도 한 너와 나 / 그리고 이 경이로운 세계에 대한 정직한 질문의 과정이다. ■ 한은선

Vol.20081205a | 한은선展 / HANEUNSUN / 韓恩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