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發芽)하는 공간

권석만展 / KWONSUKMAN / 權錫晩 / sculpture   2008_1203 ▶ 2008_1209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스테인리스 스틸_120×240×40cm_2008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오석_65×120×62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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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20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ganaart.com

발아(發芽)하는 공간 ● 굴, 물웅덩이, 우물, 돌, 황토, 노을...농촌 시골에서 늘 가까이 하던 대상들이다. 태어나서 초등학교 시절까지 전형적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자연을 벗삼아 마음껏 뛰어놀던 기억이 많다. 조금 멀리 미륵산이 보이고 나지막한 야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으며, 멀리에서 화강석을 채석하기 위한 발파소리가 들리곤 했다. 황등석의 산지가 가까이 있어 돌이라는 재료가 친숙하고 지금까지 돌이라는 재료를 다루는 것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스테인리스 스틸_120×120×40cm_2008_부분

어린시절 공간의 개념을 강하게 심어준 것은 토굴이다. 농작물을 보관하기 위해 곳곳에 파인 토굴은 나에겐 비밀스럽고 신비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좁은 입구를 통해 들어간 내부는 서늘한 공기와 어둠이 짙게 깔려 무언가 나올 듯한 공포로 금새 도망쳐 나오곤 했다. 꿈속에서도 굴은 많이 등장한다. 반공 교육 탓에 북한 괴뢰군이 쳐들어와 굴에 숨거나 어떤 때는 굴을 찾아다니면서 굴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곤 했다. 나에게 있어 굴은 도피처였다. 실재로 나는 나에게 적합한 굴을 파 그곳에서 놀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고, 나만의 공간이었다. 그 굴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나는 은밀한 곳에 새로운 굴을 다시 팠다. 굴을 완성하면 뿌듯한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끼곤 했다.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스테인리스 스틸_120×240×40cm_2008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오석_105×100×80cm_2008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파 놓은 물 웅덩이는 또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공간이었다. 지금보면 작은 웅덩이겠지만 어린시절의 그것은 마음껏 놀수 있는 공간이자 공포의 공간이기도 했다. 상당히 깊은 그곳에서 수영을 하자면 순간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는 곳이기도 했다. ● 마을 주변의 황토빛 들녘은 생명을 키우는 공간이자 어머니의 지긋지긋한 노동의 현장이다. 봄에 파종을 위해 새롭게 갈아 놓은 밭은 더욱 선명한 색을 띠며 녹색으로 모습을 바꾼다. 철마다 변해가는 들녘의 칼라들과 황홀한 노을을 바라보며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스테인리스 스틸_120×120×40cm_2008_부분

무(無)라는 것은 사람의 조작 능력을 초월하며, 필요할 때마다 생명의 잠재력을 공급해 주는 영원한 저수지와 같이 계속 존재한다. 그러나 눈에 잘 보이지 않음으로서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요소가 근본적으로 강조된 노자철학은 음의 형상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변적(可變的) 세계관과 상보적(相補的) 공간관은 나의 조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 또한 ,장자의 호접몽에서 표현되는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를 넘는 사유의 세계는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번 전시에서 사용하였던 스테인리스 스틸판을 이용하여 화려한 공간의 발아를 표현하여 보았다.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스테인리스 스틸_120×240×40cm_2008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오석_70×135×50cm_2008

나의 작업의 키워드는 비움(Void)이다. 비움의 공간을 보여주는 일련의 작업들은 있는 그대로의 범자연주의적 사유를 표현하고자 함이다. 자연석의 표면을 따라 비워지는 형태를 통하여 무와 유를 인식하고, 결국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공간을 만나게 된다. ● 무의 완벽한 대칭을 깸으로써 유를 만든다. 침묵을 깨뜨려 소리를 만들고, 고요한 물에 물결을 일으키고, Mass에서 Void를 만든다. 평평한 공간과 휘어진 공간의 에너지를 느끼고 공간에 내재하는 곡률을 느끼고자 한다. 나는 나의 작품이 다각도로 해석되기를 바란다. 또한 음적이고 내면적인 형상에 흥미를 느낀다. 굴과 같은 은밀한 공간, 모호한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오석_90×350×65cm_2007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오석_80×175×36cm_2007 권석만_발아(發芽)하는 공간_오석_75×135×46cm_2007

Mass와 Void의 상호 충돌과 결합을 표현하였던 최근의 작업들은 Mass가 곧 Void화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즉, 겉과 속이 점점 얇아져 가고 있다. 따라서 무게가 가벼워지고 재료도 바뀌어 가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 스테인리스 스틸판을 이용하여 드로잉한 작업들은 앞과 뒤, 음과 양의 공간이 1mm를 사이에 두고 반전을 거듭한다. 철판에 정질 할 때마다 변화하는 곡률들은 가변적이며 역동적인 공의 세계를 만든다. ● 철판과 자연석의 설치작업들은 서로를 모방하면서도 다름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돌에 파인 실재의 구멍과는 다르게 스테인리스 스틸 밀러판의 반사를 통한 일루젼은 새롭게 존재하는 공간의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형태적, 사유적 반전을 통해 새로운 인식을 생산하고자 한다. 동양적 사유의 관념적 해석이 아닌 몸으로 느끼고 녹아나는 작품을 하고자 한다. ■ 권석만

Vol.20081206h | 권석만展 / KWONSUKMAN / 權錫晩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