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된 풍경_sceneONshow

박상미展 / PARKSANGMI / 朴相美 / painting   2008_1203 ▶ 2008_1209

박상미_낯선정원I_장지에 수묵 채색_30×152cm_2008 박상미_낯선정원II_장지에 수묵 채색_30×152cm_2008 박상미_낯선정원III_장지에 수묵 채색_30×152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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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20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서호_GALLERY SEOHO 서울 종로구 인사동 1-1번지 Tel. +82.2.723.1864 www.seohoart.com

박상미 '공간의 의미' 회화에서 공간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풍경을 주제로 삼은 때부터다. 서양 미술의 경우 500여 년 전부터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개발해 냈다. 대표적인 것이 원근법의 출현이었다. 그 결과 평면에다 실감나는 공간을 옮겨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전문가들은 '눈속임의 기술'이라고 불렀다. 착시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다. 보이는 세계에 대해 관심을 두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덕분에 서양 미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서양 풍경 회화에 나타나는 공간은 눈 앞에 펼쳐진 세계를 다루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인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양 회화에서 나타나는 공간은 실제적인 것이 아니다. 보이는 세계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세계에 관심이 많았던 동양인들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세계에 빗대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 들은 '사의(寫意뜻을 그려낸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동양 회화의 대종을 이루는 산수 풍경화에 등장하는 공간은 심리적이거나 철학적인 것이다.

박상미_seat_오르는 길_장지에 수묵채색_50×158cm_2008

박상미 회화의 주제는 공간에 의한 풍경 연출이다. 그런데 그의 회화에 등장하는 공간도 사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색채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지만 실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 그가 표현한 공간에는 입체감이 없다. 공간 연출의 기본인 원근법 중 투시도법(소실점을 향해 물체가 작아지는 방법으로 앞의 것은 크게 뒤로 갈수록 작게 그려 공간을 나타내는 원근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평면적으로 보인다. 색채 때문이다. 색면 구성하듯 강한 색채로 화면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박상미_seat_이어진 길_장지에 수묵채색_90×110cm_2008

박상미는 공간을 빌어 어떤 풍경을 연출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 풍경을 통해 어떤 얘기를 하려는 것인가. 우선 그의 그림을 보자. 박상미가 그려내는 풍경 속의 공간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그런 곳이다. 방이나 홀 같은 느낌이 드는 사각 구조거나 건물이 있는 거리 또는 저택의 정원, 아파트단지 내 공터 같은 공간이다. 공간은 기하학적 구조로 잘 정돈돼 있고 채도가 높은 색채로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다. 그 속에는 식물이 등장하는데 배경의 공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무채색에 가까운 한 가지 색으로 식물의 자유로운 형태를 그렸다. 그리고 마치 연필로 그은 것 같은 짧은 세로 선이 식물의 내부를 꽉 채우고 있다. 이 때문에 식물한테서는 무채색으로 표현했지만 움직임이 보인다. 마치 땅 속으로부터 영양분을 빨아 올려 위로 자라나는 느낌이다.

박상미_seat_where is.._장지에 수묵채색_94×120cm_2008

식물은 화분에 심은 것부터 정원의 관상수 또는 몇 그루의 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작은 숲, 멀리 보는 큰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큰 숲은 바깥 풍경의 경우 맨 뒷부분을 차지하지만, 실내에서는 대형 모니터의 영상 또는 액자 속 그림같이 보인다. 그러면 박상미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예상한 대로 그 공간들은 작가가 경험한 곳들이다. 자신의 작업실이 있는 아파트 단지 산책로에서 마주친 평범한 풍경, 낯익은 도심의 거리들, 친구와 어울렸던 분위기 좋은 카페, 전시회가 열렸던 갤러리 그런 곳들이다. 이런 곳들은 모두 잘 정돈돼 있다. 매끈한 대리석 바닥, 발소리가 기분 좋은 마루 바닥, 깔끔한 마감재가 돋보이는 벽면, 잘 다듬어진 잔디밭, 보도블록 깔린 인도 등등.

박상미_seat_진열된_장지에 수묵채색_97×130cm_2008

작가는 이런 공간 속에서 살고 있지만, 친숙하지가 않다고 말한다. 화려하고 깔끔하며 편리함을 주지만 그 속에서 낯선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얘기한다. 이는 파티가 열리는 화려한 그랜드볼룸이나 특급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 또는 대형 건물의 로비 같은 데서 받는 편치 않은 감정 같은 것일 게다. 그런 곳에 가면 보이지 않는 규칙 같은 것이 있다. 그것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편치 않은 것이다. 이런 공간의 분위기에 빗대어 표현했지만 박상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낯섦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 통념이나 제도, 규칙 같은 것으로 공고하게 구축된 기성사회의 거대한 벽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앞에서 작가는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매우 진솔한 고백이다. 작가로 살아가겠다고 마음 먹은 30대 초반 여성이 가질 수밖에 없는 기성 사회에 대한 두려움인 셈이다. 그런 두려움을 화려한 색채와 기하학적 구조로 잘 짜인 공간에다 담아낸 것이다.

박상미_ego_다개체적 자아_장지에 수묵채색_63×45cm_2008

이를 배경 삼아 초라하게 놓인 화분 속 식물은 작가 자신의 심정인 것이다. 그래서 너른 공간 속에 놓인 식물의 이미지는 낯설 수밖에 없다. 화분 속 식물은 철저하게 개인적 사고에 몰입하고 있는 작가 자신 일수도 있지만, 아직은 기성사회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지 못한 신세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사회적 두려움인 것이다. 숲의 이미지는 개인이 모여 이루는 사회를 말한다. 그러나 숲 역시 화분의 식물과 같은 모습이다. 사회 속의 개인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이 모여 만들어낸 사회 구조는 탄탄하고 견고하며 화려하기까지 하다. 겉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앞에서 개인은 왜소하다. 박상미 또래의 신세대 작가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내부를 진단하고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두려움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자신의 어법으로 얘기하고 있는 당찬 작가다. 우리는 이런 모습에서 한국 미술의 내일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전준엽

Vol.20081209g | 박상미展 / PARKSANGMI / 朴相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