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기록

최정미展 / CHOIJUNGMI / 崔貞美 / painting   2008_1213 ▶ 2009_0104

최정미_침묵_Mutisme_캔버스에 유채_119×5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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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213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닥터박 갤러리 Dr.PARK GALLERY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19-1번지 제1,2전시실 Tel. +82.31.775.5600∼3 www.drparkart.com

빛의 발견 ● 프랑스 유학시절 "개념 수업"이란 이름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하나의 개념을 택하고 그 개념에 접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 작가는 의자라는 개념을 선택한다. 사랑이나 열정과 달리, 구체적인 지시대상이 존재하는 개념을 택한 것이라 개념이라기보다는 대상을 선택했다고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작가가 의자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처음 한 일은 정교하게 사실적으로 3차원의 의자를 2차원의 평면에 옮기는 것이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이전에 본질을 관찰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사실적 재현이라는 최초의 접근법 이후 작가는 실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똑같이 그리는 것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면서, 부분을 그리거나, 색상에 변화를 주거나, 배경을 그려 넣거나, 재료를 바꾸거나, 그린 작품을 자르거나, 굵은 철사를 이용해서 입체를 만들거나, 사진으로 찍어 컴퓨터로 모양을 이리저리 바꿔보거나."(최정미) ● 몇 달에 걸친 그 과정을 거쳐 작가가 발견한 것은 빛이었다. 의자라는 개념의 정의라거나 의자라는 대상의 본질 따위의 것이 아니라 의자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빛에 다다른 것이다.

최정미_파란나무_Arbre bleu _캔버스에 유채_117×72cm_2008

그림자 없는 빛 ● 늘 보는 것이 빛임에도, 발견했다 표현하는 것은 빛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뜻한다. "개념 수업" 이후 작가는 그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림자 없는 빛." ● "그림자 없는 빛"은 적어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현실이 아닌, 개념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만 가능한 차원에서 그러할 것이다. ● 회화의 중요한 표현 요소 가운데 明暗이 있다. 현실이 아닌 회화의 세계에서 조차 "그림자 없는 빛"은 낯선 것이다. 명암은 흰 색과 검은 색을 양끝으로 한다. 흰 끝으로 가면 밝아지고 검은 끝으로 가면 어두워진다. "그림자 없는 빛"은 흰 끝을 벗어나고자 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가장 밝은 흰 색보다 더 밝은 "흰 빛"을 향해.

최정미_여정_Itineraire_캔버스에 유채_160×150cm_1999~2008
최정미_희망_Espoir_캔버스에 유채_160×150cm_2000~8
최정미_Inside_캔버스에 유채_160×150cm_2003~8

빛, 기억의 時空 ● 빛이 되기 위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흰색 물감이 얇게 또 얇게 더해진다. 빛이 한 겹 두 겹 더해지는 순간순간 작가가 감각하고 사유하며 상상했을 그 모든 사건들은 작가의 마음 속에 한 겹 두 겹 기억된다. 그래서 빛은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그 위에서 살아나는 時間이 되고 空間이 된다. ● 한 번 바르고 일주일이 흐르고 또 한 번 바르고 한 달이 흘렀겠다. 그 흰 빛이 뜻 모를 깊이와 강도로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아마도 마르고 젖고 다시 마르기를 반복하는 그 세월 아니겠는가. 세월을 간직한 그 흰 빛이 펼쳐놓은 시간과 공간 위에 우리의 기억을 수놓아보는 것은 우리의 즐거움일 터이고.

최정미_초록 불_Feu vert 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05~8

色, 기억의 흔적 ● "개념 수업"이 끝났을 때 사라진 것은 의자였다. 사라진 것은 대상이었고 사라진 것은 형태였다. 작가의 시야에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작가의 시선은 어디에 있을까? 작가의 시선은 의자 위에 떨어진 빛을 향해 있다. 그 순간 작가가 감각하고 사유하며 상상했을 모든 사건들은 빛으로 환원된다. 마치 모든 것을 그 안에 담고 있는 블랙홀처럼. 하지만 빛으로 환원되지 않는 것이 있는 데 의자가 그것이다. 대상과 형태는 빛으로 환원되지 않고 색으로 남는다. ■ 김성열

Vol.20081212c | 최정미展 / CHOIJUNGMI / 崔貞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