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로태어나서할일무척이나도많다만

이상홍展 / LEESANGHONG / 李尙鴻 / painting.installation   2008_1202 ▶ 2009_0102

이상홍_아버지를 위한 드로잉_아크릴_210×500×1.8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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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현대 강남_윈도우 갤러리 GALLERY HYUNDAI GANGNAM_WINDOW GALLERY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6번지 Tel. +82.2.519.0800 www.galleryhyundai.com/gangnam

작가 이상홍은 드로잉과 바느질 작업을 바탕으로 자신이 수집한 여러 종류의 군복, 밀리터리 관련 소품들과 조립 모형 등의 오브제를 활용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보여지는 형식은 다양하지만, 각각 사회적 규범의 틀 안에서 요구되는 이상모델, 특히 한국사회에서의 장남 또는 남자로써의 의무감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풀어내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 이상홍은『맏이로태어나서할일무척이나도많다만』이라는 제목으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아들, 맏이, 형제, 친구, 또는 애인으로써 이상홍이해야만하는일들에대한실천적개념을시각화하여회화, 오브제, 설치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인다. ■ 갤러리현대 강남_윈도우 갤러리

이상홍_맏이로태어나서할일무척이나도많다만_종이에 펜_30×22.5cm_2008

평생 아버지가 없으셨던 내 아버지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신다. 아버지에겐 취미와 생업의 구분이 없으시다. 그러한 아버지의 유일한 희망은 아들이다. 아버지의 희망 대부분을 저버리고 살고 있는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희망을 배웠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곧 삶이신 아버지로부터 배운 희망의 실천을 기념한다.

이상홍_아버지를 위한 드로잉_종이에 수채_75.5×111.5cm_2008

02 아버지를 위한 드로잉 ● 아들은 이 작업을 통해 '잘사는 것'과 '희망'을 연결하며'집'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는 현재 아버지가 계신 공간, 연날리기와 부화기 제작 등에 몰두해 있는 아버지의 생활을 묘사했다. 아들은 부자의 관계가 서로의 '공간'에 상당부분 영향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며 아버지의 공간을 보는 것에는 일종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버지의 보금자리와 이동경로는 언제나 아들의 위치와 관계한다.

이상홍_미카엘라를 위한 드로잉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62cm_2008

03 미카엘라를 위한 드로잉 ● 오롯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집을 가져야만 된다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 했었다. 아마 어렸을 때 우리집(사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집)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생각에 의미를 두었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어른이 된 나는 집을 갖기가 쉽지 않다. 집 그리기는 「아버지를 위한 드로잉」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었다. 아직 우리집에 살고 있는 나와 가족들의 모습을 그리는 시리즈 작업이었다. 이번에 그린 「미카엘라를 위한 드로잉」에서의 집은 그전의 것과는 다르게 색을 가지게 되었다. 더욱, 집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리는 집은, 결국 나의 집을 갖게 해 준다.

△이상홍_미카엘라를 위한 드로잉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62cm_2008 ▽이상홍_어머니_플라스틱_가변설치_2008

04 어머니 ● 예술가가 된 이후의 아들이 무엇을 하든, 어머니는 염려의 잔소리를 하지 않으신다. 밤새 바느질로 글씨를 쓴다든지, 프라모델 장난감을 산처럼 쌓아놓고 방안 가득 무언가를 만들어 놓는다든지...어머니는 염려의 잔소리를 하지 않으신다. 무얼 해도 괜찮은 것이 예술가다 라고 생각하신 것인지, 아니면 지난날 강제된 바램의 잔소리가 미안하셨던 것인지...예술가가 된 아들은, 어머니에게 매일매일 끊임없이 이상한 모습을 열심히 보여 드린다. ■ 이상홍

이상홍_참잘했어요-별그리기_종이에 잉크_140×140cm_2008

2차원 천문학 ● 친구 어머니는 걱정이 많으시다. 나이 서른을 넘긴 친구가 뒤늦게 천문학자가 되겠다며 밤낮없이 방바닥에 드러누워 별들만 보고 그리고 보고 그리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친구는 나름의 성과를 주장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피력했다. 성조기와 별, 오성홍기의 별, 어릴 적 선생님이 그럭저럭 근사하게 쓴 어떤 날 일기의 여백에 빨간 색연필로 그려주시던 별, 그리고 무궁화 밭 위에서 반짝이던 은빛 별 등, 그는 이 별들로 구성된 커다란 별 모양의 별자리를 자신이 발견했고 이로써 2차원적 천문학을 개척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어머니로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가를 가 가정을 꾸리거나 직장을 얻어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을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친구 어머니는 오랫동안 직접 아들을 설득해 왔지만 그 부모 자식 간의 대화가 빈번히 이성적이지 못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느껴 내게 도움을 청해오셨다. 친구의 말은 들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지고... ● 나는 친구 어머니에게 그 정도의 문제면 저에게 맡겨달라고 자신 있게 말한 후 친구에게 걸 맞는 회사인 심성전자와, 럭희금성의 입사응시서와 이력서 양식을 출력해서 가져갔다. "여기 있는 양식에 네 이름 등, 양식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채워 넣어라." 나는 성큼 다가가 말했다. 친구는 밤낮없이 별이 아니라 콘크리트 덩이를 올려다본 듯 피로가 가득 찬 회색빛 눈으로 내가 제시한 양식을 내려다보았고 예상과 달리 순순히 그 양식을 작성해 내려갔다. 오래지 않아 그가 작성을 마쳤고, 나는 자랑스럽게 그가 손수 작성한 입사 지원서와 이력서들을 들고 그의 어머니가 느끼게 될 행복감을 조금 먼저 간을 본 듯 취하여 그녀에게로 달려가 그 문서들을 내밀었다. 예상대로 그녀는 감격에 벅차 그것들을 받았지만 그것을 본 순간 곧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가 당황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 순간 나의 시선도 그 양식들에 멈추었는데, 그가 작성한 모든 입사 양식과 이력서의 공란은 한결같이 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두 번째 연은 발터 벤야민의『프란츠 카프카』중 '빠촘킨'의 구성을 각색한 것입니다.) ■ 백병환

Vol.20081222d | 이상홍展 / LEESANGHONG / 李尙鴻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