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고요한 탐색의 세계

김지영展 / KIMJIYOUNG / 金持榮 / painting   2008_1224 ▶ 2009_0102

김지영_定1_한지, 분채, 금분_80×18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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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224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KEPCO PLAZA GALLERY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2.2105.8190 www.kepco.co.kr/plaza

생명에 대한 고요한 탐색의 세계 ● 김지영의 그림은 투명하고 맑은 색채로 우주의 근원적 질서와 本性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그 근원을 물과 돌(水石)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주목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물은 동양사유의 근간에서 순리의 지혜와 겸손을, 암석은 관용과 덕성을 상징해왔다. ● 老子는 上善若水(최상의 善은 물과 같은 것이다)라고 말한바 있으며 또한 물은 萬物에 이로움을 주면서 다투지 않는(不爭)다고 하여 道에 가깝다고 설파하였다. 김지영이 물에 주목한 것은 물은 모든 곳으로 흘러가면서 생명을 키우지만 조용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것들을 빛나게 하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김지영 그림에서 물은 돌들을 비춰주는 역할로 등장하며, 그 위에 떠다니는 꽃잎이나 식물들의 잎사귀들을 띄워 주는, 고요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김지영 그림에서 물은 웅장한 기세로 떨어지는 폭포수도 아니고, 힘차게 출렁이는 바다도 아니며, 다만 고요한 계곡에서, 떨어지는 연약한 식물들의 잎사귀나 꽃잎들을 받춰 주는 넓은 들판 같은 존재이다. ● 또한 물과 같이 메인 주제로 등장하는 돌들은 물속에 잠겨서 가지런히 정렬된 모습이다. 이것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이끼나 무생물들을 키워내지만,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 물빛을 통하여 감상자들에게 보여 지고 있다.

김지영_定2_한지, 분채, 금분_80×180cm_2008
김지영_물빛3_한지, 분채, 먹, 금분_130×162cm_2008

이런 水石표현방식은 김지영이 水石의 단단함이나 부드러운 조형적 외형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본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동양화의 전통적 소재인 水石을 가지고 이 시대에 소멸해가는 不爭과 관용의 생명성을, 회화적 언어로 표상하고자하는 작가의 발언이라 할 수 있다. ● 한편, 회화적 입장에서 보면 김지영의 그림은 물속풍경이다. 물속에 돌들이 잠겨있고 그 물위에 꽃잎이나 잎사귀들이 떠다닌다. 물과 돌이라는 간단한 소재를 다양한 감성의 색채로 만들기 위해 물속풍경이라는 美的장치를 구사하고 있다. 김지영 그림에서 돌들은 물속에 잠겨서, 물을 통해 관찰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 水面위로 내리쬐는 햇살과, 그 햇살이 투영되며 생기는 물그림자는, 다양한 물빛을 만들고 다양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주목되는 것은 화사하고 투명한 물빛과 물그림자의 어두운 부분을, 동양화 화면구성의 원칙인 虛와 實의 논리로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화면의 채움과 비어있음을, 물빛과 물그림자의 얼비침의 이중적 효과로, 시각성을 강화하면서 절묘한 회화적 美的환상을 잘 구현해내고 있다. 그러므로 감상자들은 단순한 물속의 돌들이 그려진 화면에서 다양한 회화적감성을 체험한다.

김지영_바람소리2_한지, 분채, 금분, 혼합재료_80×180cm_2008
김지영_눈의 꽃2_한지, 분채, 금분_50×75cm_2008

水石들의 묘사도 종이를 구기고 피는 작업에서 생기는 흔적들로서 묘사되어, 직접적인 붓끝으로 그려내는 방식보다, 그것들의 자연적 본성에 가깝게 표현되고 있는 점은 칭찬할 부분이다. 동양회화의 정신적 역사에서 중요했던 "도식적 人爲성의 제한"을 현대적 감각으로 변환시키고자하는, 새로운 탐색작업의 제시이기 때문이다. ● 분채를 고수하여 투명하고 습윤한 색채를 구하고 간간히 금채를 써서 미세한 생동감을 주는 작업방식도 김지영이 전통이라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는지 감지하게 하는 부분이다. 즉 김지영의 그림은 水石이라는 동양화의 전통적 주제를 가지고, 정신적으로는 그것의 생명성에 주목하며, 조형적으로는 "물에 비침"이라는 미적장치를 통하여 이 시대도 여전히 유용한 회화적 대상으로 새롭게 모색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화면에 반짝이는 셀룰로이드를 동그랗게 오려 붙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나날이 무수하게 태어나는 현대문명의 발랄함을 상징한다.

김지영_빛이 머물다1_한지, 분채, 금분, 혼합재료_50×50cm_2008
김지영_바람냄새1_한지, 분채, 금분_73×117cm_2008

그러나 그것들을 띄우고 있는 것은 水石으로, 여전히 변치 않는 무한한 생명력의 근원으로 水石의 존재성을 기억하게 한다. ● 그렇다면 김지영의 작품세계는 생명력에 대한 치열한 탐색이다. 그러나 그 치열함을 물의 고요함으로 가장하여, 화려한 색채나 도발적 오브제의 화면이 아니라 잔잔한 물속풍경으로 보여줌으로서 더욱 강화된 회화적 감흥을 유도하고 있다. 이것은 최상의 善은 물과 같은 것이라는 老子의 말과 같이, 회화적요소도 화려한 美辭麗句의 부산물이 아니라는, 이중적 상징성을 내포하면서, 김지영의 그림은 감상자들에게 동양화의 새로운 격조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제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장정란

Vol.20081224a | 김지영展 / KIMJIYOUNG / 金持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