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cles of Life_생명의 순환

최광호展 / CHOIKWANGHO / 崔光鎬 / photography   2008_1224 ▶ 2008_1230

최광호_Cycles of Life_positive print_61×50.8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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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22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1층 Tel. +82.2.736.1020 www.ganaart.com

죽음도 사는 것 ● 최광호와는 친하다. 밥도, 술도 자주한다. 그런 기간이 그가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말도 많이 했다. 그 집 수저와 젓가락이 몇 개인지 쯤은 안다. 사진도 많이 봤다. 글 쓰는 사람치고 나만큼 많이 본 사람도 없을 것이다. ● 그러니 그의 사진에 글을 얹는 것은 쉽다고 생각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전히 어렵다. 글 청탁을 받고 며칠째 낑낑거린다. 결국 아침에 전화를 걸고 말았다. 답안지 힌트 좀 달라고 말이다. 장시간 통화를 하고서야 컴퓨터를 켜게 됐다. 매번 이 모양이다. ● 글을 놓고 고민한 것은 한 가지이다. 안다고 믿고 있었는데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진을 찍었다. 활동 기간이 30년이 넘는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무엇을 찍었지?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그는 셔터를 많이 누르는 사진가이다. 자기가 찍은 사진을 정리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찍는다. ● 이런 식이다. 사진이 될 때 어떻게 하면 되지? 에 대한 답은'바로 그때가 많이 찍을 찬스야.'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진도 운동처럼 슬럼프가 있다. 이번에는 안 된다고 투덜거리면'작업은 작업으로 풀어야 해.'라고 말한다. 잘돼도 못돼도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결국'삶 자체가 사진'이다. 그런데 그가 찍은 사진이 안 보인다. 그것은 일종의 정체성 문제이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그럼 긴 시간 동안 무엇을 찍었다는 말인가?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잡히는 단어가'생명'이다. 아하! 30년간 찍은 게'생명'이었구나!

최광호_Cycles of Life_positive print_61×50.8cm_2008

그의 생명은 두 개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사진 본연의 기능으로 정직하게 찍어보는 생명이다. 그게 '가족'시리즈이다.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서 생명의 보편성을 이야기하려 했다. 태어나고, 밥 먹고,공부하고, 시집가고, 장가가고, 애 낳고, 일하고, 죽어가는 삶의 신산한 모습들을 30년 동안 찍었다. 특히 죽음의 문제에 대해 천착했다. 할머니, 아버지, 누나, 동생, 외삼촌, 장인 등의 망자 사진에는 짠한 사진이 많다. ● 이번에는 은유적이고 표현적인 방법으로 생명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시리즈가 진행 중이다.'포토그램'시리즈이다. 입방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최광호가 변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게 최광호 사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팔기 위한 사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 그의 포토그램은 어제 오늘 한 것이 아니다. 뿌리가 깊다. 20대 초반에'육체'로 시작했으니 30년 넘게 해오고 있는 평생의 프로젝트이다. 한 철 유행처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사에서 포토그램의 역사를 보면 작가별로 분명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조는 탈보트이다. 그의 경우는 사진 자체에 대한 실험으로서 포토그램이다. 사진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대한 과학적 탐구이다. 그게 무슨 미학이나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광호_Cycles of Life_positive print_61×50.8cm_2008

크리스탄 샤드의 샤도 그래프는 감광지 위에 종이 등을 올려놓고 노광을 주었는데, 카메라 없이 사진이 나온다는 것이 신기했던 실험용 사진 같다. 마치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해 본, 구성 같은 평면적인 포토그램이었다. ● 모호이 나지가 1922년부터 실험한 포토그램은 빛과 형태에 대한 실험으로 구성주의 성격이 강하다.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재구성한 느낌이다. 이론의 구체물이라고나 할까? ● 만 레이가 실험한 레이요그램은 성격이 다르다.'우연성'이 끼어들었다. 작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우연이 제작 도중에 끼어든 것을 놓치지 않았다. 우연성을 중요한 미학적 테제로 봤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이론이 사진 속으로 들어 온 것이다. 그래서 레이요그램에 오면 수다스럽다. 작가가 관여 할 수 있는 부분과 우연히 만들어진 이미지가 동거하는 형태의 포토그램이다. ● 이런 계열의 작가로는 만 레이 시절의 프란시스 피카비아, 1960년대 누보레알리즘 미술가 이브 클랭, 그리고 1940년대부터 진행 된 추상표주의 작가 젝슨 플록에서도 볼 수 있다.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 되면서 나타나는 오토마티즘의 형태의 예술이다. 그것을 스트레이트 사진으로 말하면 노 파인더 기법과 같다. 최광호의 포토그램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작가가 결과물을 통제할 수도, 확인할 수도 없다는 측면에서'우연성'을 핵심으로 삼은 초현실주의 기법과 친족 관계를 이룬다. 태양광이나 확대기 빛을 이용한 일반적인 포토그램은 인화지 위에서 물체의 위치를 확인하고, 구성하여 이루어진다.

최광호_Cycles of Life_positive print_61×50.8cm_2008

최광호의 그것은 통제 불능이다. 초기작인'육체'는 작가 스스로가 포토그램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역시 결과를 확인 할 수 없었다. 이번 작품도 동일하다. 과정을 보면, 암흑 속에서 물체를 무작위로 인화지 위에 올리는 경우와 작업 중 변형이 이루어지는 얼음이나 물 같은 대상이다. 눈이 아니라 몸이 작업을 한다. 20 대 작업처럼 그의 육체가 개입되어 있다. 마지막 광원은 스트로보이다. 일시에 빛을 쏘여주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현상을 해 보아야 결과물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실패한 사진이 많다. 실패를 이기는 방법은 그의 방식대로 많은 작업양이 해결한다. 이렇게 얻은 포토그램은 자연스럽고 상상 이상의 아름다움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오토마티즘에 매혹되었던 것이 이해가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처럼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즐비하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늙고, 죽어가면서 스스로 존재 증명을 한다. 시들지 않는 것과 죽지 않는 것은 생명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이 소멸 될 것이고 끝내는 망각의 강을 건널 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오늘 죽어가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초원의 빛처럼, 꽃의 영광처럼 빛났던 광채들이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 최광호는 그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에 영원히 사는 생명을 부여한다. 가족이 그랬고 작업실에서 함께 사는 풀이나 꽃들이 그랬고, 사라지는 얼음과 물의 흐름까지도 그렇다.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최광호_Cycles of Life_positive print_61×50.8cm_2008

"죽음은 모든 것과 단절이 아니라 죽음 뒤에 또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믿고, 죽음도 사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봤지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할까요?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관을 묘지에 내렸지요. 그 관의 옆 자리에 장모님을 위한 빈 관을 함께 묻으며, 관마다 한쪽 끝 모서리에 둥그렇게 구멍을 뚫어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이분 저분께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 때 노인 한 분이 일러주시더군요.'둘이 연애 하라고'뚫는 것이라고요. 그 구멍은 사후 세계를 믿는 징표이고, 두 사람의 영혼이 오가는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최광호)

최광호_Cycles of Life_positive print_61×50.8cm_2008

그의 포토그램은 모든 포토그램의 실험과 미학을 섭렵하고 난 후에 본인의 철학(몸, 죽음 삶)을 얹는 작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30년의 공력이 그를 점점 자유롭게 하고 있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묶으면서, 스트레이트 포토로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때로는 암흑 속에서 단 번의 섬광에 의지해서 세상의 모든 삶, 아니 무생물까지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 이 번 사진전은 가족의 또 다른 얼굴들이다. 모두 작업실에서 함께 살고, 늙어가고, 죽어가는 모습이다. 그것이 사람이면 어떻고 풀이면, 물이면 또 어떠랴! 생명! 영원히 죽지 않은 생명을 부여 할 줄 아는 사진가와 함께 사는 것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헛된 것이다. ■ 최건수

최광호_Cycles of Life_positive print_61×50.8cm_2008

Cycles of life ● I think of my family when I work on my photogram. In fact my photogram started with a sense of loss when I saw my grandmother' body turn into a fistful of ashes after her death. Drenched in developer, Istamp myself on the roll paper in an effort to deliver the shape of the body as it is. Thus I have always thought about ways to get to the bottom of life itself when I make a photogram. That is why my darkroom is a mother's womb that conceives life. A child's wriggling in that womb is my photogram. It is a game of playing the blind, fumbling and stumbling in the dark. In the utter and complete darkness I feel only my breath. ● I, Choi Kwang-ho, 53 years old, have heard my breath before. But hearing my breath in the darkness sometimes makes me scream and haul in euphoria and sometimes it has made me wail with unstoppable waves of sadness. ● The wonder of the cycles of life, from the sonorous melting of ice in the spring, the burgeoning prosperity of the morning mist in the summer, the rhythmic stream of falling leaves in the fall, back to the inevitable initial stillness of the winter, I come to understand it in the darkness my darkroom ● In the utter darkness, I reach out for the plant, for the ice, and for the broken bottle with the ice in it, guided only by the touch of my hand. I cut my finger. Blood oozes out. I have to develop the image. I put my hand in the chemical. Pain seeps in through the cracked skin. "That's life," I tell myself. ● My photogram is an act of getting to the bottom of the origin of life in my way. I verify the truth of the life of the object on the roll paper through the photograph, and I confirm that we are the keepers of each other's lives. ■ Choi, Kwa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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