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를 채우는 방법

이재원展 / YIJAEWON / 李在婉 / painting   2008_1227 ▶ 2009_0112 / 월요일 휴관

이재원_국고를 채우는 방법_캔버스에 유채_145×16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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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1227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일요일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소울아트 스페이스_SOULART SPACE 부산시 금정구 구서1동 485-13번지 Tel. +82.51.581.5647 www.soulartspace.com

이재원의 작품세계-공감각, 감각과 상상사이 ● 이재원은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설치와 페인팅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였으며, 성실한 작업태도로 미적 감각을 확장해 가는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젊은 작가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작업에만 전념해 왔던 그는 신진작가육성프로그램에 참여해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주는 이재원의 작품은 이전의 작품에서 고민하던 주제와 동일한 치즈의 상징적 의미라는 연장선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번 전시작들은 특히, 치즈로 상징화된 서양문화코드에 대한 해석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보여 진다. 그 변화는 경험과 상상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의 단편적 요소가 더욱 강조되어 그동안 복잡하게 얽혀있던 전통적인 도상에 대한 요소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이전의 작품이 전통과 현대라는 시간의 궤적과 동양과 서양이라는 문화적 차이를 하나의 공간에 공존하는 것으로 해석했던「동국치즈연옥도」라면, 이번 전시는 그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문화적 경험을 결합시키거나 그 차이에서 발생하는 요소를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객관화해 나간다.

이재원_백주대낮에 키스장관_캔버스에 유채_150×165cm_2008
이재원_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_캔버스에 유채_150×165cm_2008

그가 특별히 치즈를 주제로 선정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서구에서의 낯선 경험 때문이다. 서양의 저장음식인 푸른곰팡이치즈(blue cheese)에 대한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으로 문화에 대한 자신의 한정된 인식방식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에서 오는 문화적 충돌이 확대 혹은 집중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되어 졌다. 그가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는 '치즈'는 이러한 낯선 충격, 즉 동양과 서양의 음식문화에서 오는 차이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이자 문화적 상황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다. ● 어린 시절을 보냈던 모국을 떠나 전혀 낯선 곳으로 이주해 산다는 것은 수많은 문화적 차이를 실감하는 계기가 된다. 낯선 곳으로 이주해 타문화를 받아들이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안주하기 까지는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간격 속에서 정체성에 대한 혼돈에 빠지기도 할 것이다. 낯선 환경을 극복하고 동화되어 간다고 해도 늘 따라다니는 것은 이방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방인에 대한 경험에서 받았던 충격은「동국치즈연옥도」라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 즉 시공간의 범위가 혹은 경계가 사라진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그려 놓는다. 이처럼「동국치즈연옥도」에서 보여 지던 상징적 이미지 혹은 장소는 이재원의 낙원이자 서구문화에 대한 충격을 흡수하는 심리적 반응으로 확장된 경험의 장소인 동시에 새로운 현실인식이다.

이재원_좀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1_캔버스에 유채_145×160cm_2008

심리적 반응이자 확장된 경험의 장소가 되는 치즈는 이재원의 작품 전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틀로 배경이자 형상이고 또 파생된 형상들을 매개하는 연결고리다. 이렇게 이재원의 작품을 주도하는 치즈는 다양한 문화적 형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치즈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자신이 경험한/하는 일상의 확대 혹은 상상으로 파생되는 감각의 변이과정을 거쳐 하나의 새로운 해석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공감각적인 세계가 열린다. 이를테면, 현실적 경험에서 파생된 이재원의 감각은 현실과 상상의 관계 속에서 확장된 새로운 시각적 비전, 즉 감각과 상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공감각의 세계다. ● 이재원의 공감각은 감각과 상상 사이를 유영하며 익숙한 이미지를 낯설게 만든다. 이 낯선 이미지는 화면 속에서 형상성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해체된 낱말, 이를테면 이야기가 배제된 하나의 단어만으로 공간을 부유한다. 「동국치즈연옥도」가 전통과 현대라는 시간성 그리고 연옥이라는 상상의 장소성을 전제로 치즈라는 상징적 의미를 이미지화 했다면, 이번 전시에서 보여 지는 차이는 공간과 시간이 구체화되지 않은 배경 속에서 인물 혹은 동물들이 부유하고 있다. 시대와 장소를 유추할 수 없는 배경에는 매우 뚜렷한 형상들, 동물이나 치즈의 형태들이 하나의 공간 속에서 서로 단절되거나 격리되어 있다. ● 이처럼 이재원의 그림에서 배경이 주는 효과는 서술적인 이야기를 단절하는 그러나 깊은 심연 혹은 반대로 꽉 막힌 벽이 되기도 한다. 이 형상들은 서로의 관계를 인식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매우 고독한 개체로 존재하는 이미지가 된다. 이 점은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가 공간에 부유하는 이미지를 통해 투영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고독과 소외를 표현하는 방식에는 현대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이 깔려있다. 고독한 혹은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처럼, 이 해체된 각각의 개체들은 '치즈'를 통해 드러난다.

이재원_멜리사 킴 부부의 식탁_캔버스에 유채_100×90cm_2008 이재원_멜리사 킴씨의 책상_캔버스에 유채_100×90cm_2008 이재원_멜리사 킴 부부의 침대_캔버스에 유채_100×90cm_2008
이재원_해수면 상승_캔버스에 유채_50×70cm_2008

이를테면,「좀 어처구니없는 사람들+1」혹은「백주대낮에 키스장관」등의 작품은 소통이 되지 않는 타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대화의 단절이라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것과 같은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역설적이게도 어떤 배경도 갖지 않았기에 우주를 상정한 무한의 공간처럼 보이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치즈에 갇힌 벗어날 수 없는 한정된 공간이 된다. 이재원의 그림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이거나 간에 깊게 스민 서양의 문화를 상징한다. 그것을 이재원은 치즈로 나타낸다.「멜리사 킴 부부」시리즈는 치즈는 단지 맛있고 영양가 많은 치즈라거나 장식적인 형태를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재원이 경험하는 삶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일상의 풍경, 그 모호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으로부터 지배되고 있는 지에 대한 단호함이 잘 부각되어 있다. ● 이렇듯 이재원이 그리는 치즈를 통한 형태와 색채의 유희는 다만, 그것을 관조하거나 소비하는 시각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쉽게 길들여지는지를 느끼는 심리적 반응의 통로가 된다. 그 통로는 무감각에 대한 인식작용으로 들어가 심리적 반응을 끌어내는 출구를 열어놓는 하나의 매개자가 된다. 이 이미지의 매개자인 인간의 모습이나 동물 혹은 다양한 이미지에 개입된 치즈를 인식하는 순간은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열리는 순간이다.

이재원_하루에 하나씩만 먹었는데도_캔버스에 유채_50×50cm_2008

자신의 경험적 토대가 이미지로 형상화되는 방식은 온 몸으로 반응했던 촉각적인 체험이 전제되어 있다. 이런 촉각적인 효과를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 이미지화하는 과정은 형상과 색채 그리고 의미들 간의 관계가 은유적일 수밖에 없다. 서로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 각자 개체화된 형태는 동일한 공간 속에서 유사한 경험을 하고 살지만 먹는 것이 같다고 동일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재원의 그림에는 각각의 이미지가 유기적인 관계를 벗어나 각기 고립된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 이처럼 이재원의 그림에는 치즈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가 문화적 유사성과 혹은 차이로 확연해 지는 지점이 생기는 것처럼, 그의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의 경험 역시도 문화에 대한 다른 경험으로 열려있다. 아마도 그것은 이 젊은 작가가 지금까지 고민하는 문제, 그것을 이미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환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생각은 동일한 문화권 속에서도 고립된 관계가 형성되는 것처럼, 동일성과 차이의 반복 혹은 단절은 그림 전체의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우연과 필연의 연속처럼 감각과 상상사이를 넘나든다. ● 이번에 전시되는 이재원의 작품들은「국고를 채우는 방법」,「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인큐베이터 오작동」 등에서처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와 현상에 대한 비판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개인전에 임하는 이재원의 그림은 '치즈'라는 상징적 코드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 스민 현실을 보여준다. 이 젊은 작가는 자신이 보여주는 치즈에 내포된 상징적 의미가 이분법적인 답이나 명확한 내용을 제시하시길 원치는 않는다. 작품을 보는 이들 또한 이러한 느낌에 구속되거나 스스로 고정관념을 만들어 가지 않고 열린 구조 속에서 각자 공감각적 유토피아를 찾길 바란다. ■ 김옥렬

Vol.20081227a | 이재원展 / YIJAEWON / 李在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