燈 너머 燈

視장·詩장·市장에 간다   2008_1209 ▶ 영구설치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책임기획·예술감독_안성희_육호준

참여작가 김나리_김수지_김시영_김준영_김지나_김지윤_박기성_박민아_박선준_박현진_백지혜 서주원_심현우_안성희_양영완_양혜림_오규용_육호준_이상훈_정아연_정유미 정재원_최은정_표지혜_한유리_한이슬_한정범_홍의택_Emil Goh_Joyce Lauw

주최_성남문화재단 / 주관_도시의 빛과 색 / 후원_성남시_PIDC 코디네이터_김영우 / 어시스턴트 코디네이터_이가영 과정사진_이상주 / 작품사진_서주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 Tel. +016.707.8739 theroomattotal.blogspot.com

상대원 시장을 날아다니는 '은밀한 비행체'들 ● 오늘날 예술가는 문화의 은밀한 비행체이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라는 레이더만으로는 포착될 수 없는 비행체, 가장 예민한 틈, 가장 비판적인 상황을 향해 비행하는 지극히 유효한 물체이다. (니콜라 부리오) ● 좁아터진 재래시장의 골목길 사이를 누비는 비행체들이 나타났다. 좌판과 좌판사이를 은밀히 비행하며 관찰하고는 사람들로 복작대는 상점들로 들어가 '일'을 하는 비행체들은 바쁘기 그지없다. 비행체들은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야채가게 할머니를 만나 그녀의 장사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간판으로 만들어야할 지를 고민한다. 기름가게를 찾은 비행체들은 가게 주인부부의 금실이 티 나게 좋음을 발견하고 기름가게 간판의 주요 모티브를 금실로 잡아 만들려고 하지만 가게 주인은 남세스러운지 극구 저어하기도 한다. 조리된 무우말랭이, 마늘, 깻잎절임 같은 것들이 찬통에 나란히 누워있는 반찬가게 좌판 위에는 반찬의 재료들이 줄줄이 그림으로 코팅되어 반찬가게 조명등을 장식하고 있다. 비행체들은 너무 좁고 어두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길을 화사한 벽화로 채우기도 한다. 그들은 상대원 시장 사람들과 주거니 받거니 말을 건네며 이런 불만 저런 불만을 조율하기도 하면서, 때론 티격태격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육호준_은빛 찬란한 비늘_조명_목포수산_2008

'도시와 빛과 색' 팀이 진행한 프로젝트 『視장 時장 市장에 간다』는 성남문화재단의 공공예술 프로젝트인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재래시장_재래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허나 그 대상지로 선택된 이곳 상대원 시장은 재래시장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갖고 있지는 못한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땀냄새, 살냄새 나는 시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난전과 대형마트가 혼재한 상대원 시장은 시장 발전의 여러 단계가 동시에, 그리고 한꺼번에 모아져 있어서, 마치 시간을 둘둘 말아놓은 곳 같다. 21세기와 19세기에 가까운 20세기 상점들이 들쑥 날쑥으로 자라고 있는 이곳 상대원에 미술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장으로 간 미술가들은 상대원 시장 사람들과 무엇으로 만날 수 있을까?

김시영_여기여기 붙어라_조명_원아동복_2008

상대원 시장으로 간'도시와 빛과 색' 팀은 거대한 조형물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그들은 공간보다는 시장공동체에 주목했고, 아트를 하사하는 대신 시장상인들의 필요에 아트를 맞추었다. 아트를 맞추는 것은 상인들과의 대화와 협상의 과정이다. 상인들, 혹은 그들의 필요를 알기 위해 작가들은 세심한 눈길로 그들을 관찰하고 각 상인들과 그곳에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캐내야 했다. 그곳에 터를 잡은 상인들의 내력과 시장이 형성된 역사를 알고, 그곳 사람들의 건강하지만 상처가 있는 정서를 느끼면서 예술가들은 상인들에게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위정자들의 결정 하나에 쉽게 없어져 버릴 수도 있지만 상인들이 끈질기게 붙잡고 놓지 않고 있는 그 이름을 아트로 호명하는 작업이다.

백지혜_분홍신 샨데리어_조명_평택신발_2008
Emil Goh_x-mas tree_조명_부흥상회_2008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술가나 디자이너들은 간판과 조명등이라는 소재로 제각기 모여들었고, 이 작업에서 디자인과 순수미술은 어느 순간 중첩되기 시작했다. 아트의 위치 역전도 여기서 시작되었다. 미술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의 수혜자이긴 해도 상인들은 자신의 상점에 달릴 작품을 군소리 없이 마구 받거나 하지 않는다. 상인들은 유명작가나 미술대학 교수의 작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의 상점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설치를 거부하기도 한다. 옆집 조명등이 더 좋아 보이면 작가들에게 투덜대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상인과 작가들은 기존의 미술계와는 다른질서를 가진 이곳에서 천천히 공통의 리듬을 타고 있었다.

안성희_빛이 싹을 틔웁니다_조명_이천야채_2008

공동체 미술이 주는 가장 큰 미학은 이런 '과정'에 있을 것이다. 이질적인 타자들이 서로 교섭하는 가운데 공동체 구성원들은 자기 공동체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고, 작가들과의 교섭결과로 나온 미술 작품은 상인들에게 의미 있는 일상이자 그들 역사에 있어 소중한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미술을 매개로 서로는 상대원 시장을 좀더 새로운 차원에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즉,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 되는 시장, 삶의 뿌리가 내려진 토지로서.

서주원_Hive_조명_믿음건강원_2008

상대원으로 간 미술가들은 천천히, 낮게 비행하면서 균열이 있는 이런 조그만 틈새로 비집고 들어갔다. 상대원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미술가들의 실천은 니콜라 부리오가 「관계성의 미학」에서 한 말처럼 "유토피아적인 상상의 리얼리티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선택에 의해 어떤 스케일로건 실재하는 삶의 방식이나 행위의 모델을 구성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상대원 프로젝트에서 미술은 낮은 소리로 삶을 디자인하기를 선택하면서 시장을 돈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삶과 이야기가 모이는 곳으로 활성화시켜갔다. ■ 오현미

Vol.20081228c | 燈 너머 燈-視장·詩장·市장에 간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