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of 2009

기획_두아트   2009_0115 ▶ 2009_0222

초대일시_2009_0115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길양숙_김보람_김세연_박경원_오예린_이경복&김광용 이영화_이현희_이효영_임소담_임재영_전채강_조혜진_최보배

관람시간 / 10:00am~07:00pm

두아트_doART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6번지 갤러리 현대 강남 3층 Tel. +82.2.519.0800 www.doartseoul.com

『Class of 2009』展은 전국 미술대학의 2009년도 졸업생들 중, 작품 리뷰와 자체 심사를 거쳐 총 15명으로 엄선된 예비 작가들의 졸업 전시회이다. 흔히 각 미술 대학의 졸업 전시회는 작가적 역량과 그 기량을 공개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첫번째 시험무대이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컬렉터들이나 딜러, 화랑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는 예비 작가로서의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첫째, 예비 작가들의 첫 시험무대인 졸업전시를 각 대학이 아닌 화랑으로 옮겨와 개최한다는 점 둘째, 화랑에서 그들을 엄선하여 정식 작가로서의 데뷔 전에 미리 전시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일반적으로 졸업작품은 향후 작품세계의 원천이 되는 태동이며 작가의 순수한 열정이 배어있는 초기작이라 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1년에 10점 이내의 최소한의 제작을 하며 탄생된 순수한 열정과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작가로 등단한 이후보다는 덜 성숙된 기교와 이론적인 미약함이 느껴지지만, 이런 것이 오히려 향후 발전될 작가의 초기작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하겠다. 두아트의 이번 『Class of 2009』展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에게 발빠른 데뷔 무대를 제공하고, 그들이 차세대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한 전시로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가 미술계와 컬렉터들에게 영향력 있는 화랑이 제안하는 초신진작가들을 통해 앞으로 미술계의 새로운 경향을 점쳐볼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또한 침체되어 있는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두아트

길양숙_Supermarket_캔버스에 유채_60.6×72.7cm _2008

앤디워홀과 부쉬맨의 콜라-길양숙 ● 오늘도 슈퍼마켓에는 우리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 물품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 불가결한 생필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남녀노소의 사회학적 구분 외에도 자연환경에 따른 생물학적 분류 등 대량소비사회가 생산해낸 수 많은 물품들은 개인의 기호와 상황에 따라 존재가치가 다르게 적용된다. 앤디워홀과 부쉬맨의 입장에서 콜라병을 바라보는 극한 대비도 가능하다. 슈퍼마켓을 소재로 한 길양숙의 관심은 소유를 위한 욕망의 공간이자 선택 받기 위한 기다림의 장소이다. 슈퍼마켓 내부 모든 상품이 선택하고 제공받는 과정은 흡사 우리사회의 스틸 컷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손에 주어진 작은 동전으로 소유할 수 있었던 과자 한 봉지와 같이 작은 행복을 담아내는 공간인 슈퍼마켓에 대하여 막연한 아쉬움과 함께 현재 선택의 갈등을 보여주고자 한다. 원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그곳에서 소유의 한계를 겪게 되는 상황은 어른이 된 지금도 작가뿐 아니라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사치품도 아닌 생필품에서조차 채워지지 않는 무한 욕망의 슈퍼마켓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갈등의 공간으로 더욱 대형화되어 연중무휴, 24시간 우리들을 유혹한다. 아이러니한 빨간 안경-김보람 ● 다양하고 선명한 색감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평소 여행을 하거나 길을 걷다가 가끔 색안경을 끼고 대상을 바라본다. 이것은 본인이 궁금한 색감으로 세상을 보는 동시에 여러 가지 선입견에서 벗어나 보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색안경이 선입견과 동일시 되는 단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여행을 통해 접하는 다양한 대상의 형태와 고유한 색들은 이러한 의미에서 김보람에게 새로이 발견한 팔레트이기도 한 동시에 극복하고자 하는 고정관념이기도 한 것이다. 여행 중 착용 했던 빨간 선글라스를 통해 본 세상은 "회상" 시리즈에서 대상과 그 색감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에 의문을 제시 한다. 머리 속에 존재하는 각각의 고유 형태나 색상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나면 비로소 새로이 보이는 선과 색을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 모든 대상의 진실된 속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색안경으로 보이는 아이러니한 세상을 표현하고자 한다.

김보람_회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
김세연_사회생활을 위한 제1장 학습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08

묵시적 실내의 데칼코마니-김세연 ● 유리판 위에 마음대로 짜놓은 물감들을 종이에 찍어낸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행위를 다른 모습으로 펼쳐낸 김세연의 공간들은 보이지 않는 제도와 행동의 규약들을 학습하고 훈련시키는 공간들의 중첩이다. 작가는 도서관, 체육관, 성당 등의 정해진 룰이나 암묵적인 규칙을 요구하는 공간들의 실내를 뒤섞은 이미지로 수직적 혹은 수평적 계층구조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반문을 시도하고 있다. 직선과 높은 천장의 구조가 바탕이 된 권력적인 공간 내부에서 개인의 존재와 자아를 탐구하는 것은 걸스키가 촬영한 북한의 집체공연인 '아리랑'에서 하나의 객체로 존재하는 사람을 인식하는 것처럼 불편한 것이다. 작가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하여 학습되어지는 우리들의 모습이 동일한 규범과 행동에서 다른 모습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이상향을 찾아보려 하고 있다.

박경원_순간(瞬間)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130.3cm_2008 오예린_순간의크기 2_린넨에 수채_190×124cm_2008

변형된 기억의 퍼즐-박경원 ● 신문과 잡지의 종이를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는 박경원의 작업은 변형된 기억의 재현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변형된 기억이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직접경험과 상상이나 매체를 통한 간접경험의 혼합을 의미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놓인 썬베드의 배경에 등장하는 낙타의 모습은 어색하면서도 교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 가지 사물은 모두 뜨거운 태양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연상할 수 있는 대상들이지만 뜨거운 모래사막의 한가운데 놓인 썬베드의 용도를 연상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변형된 기억의 공간들이 재조합되어 구성된 박경원의 작업은 맞추기 어려운 퍼즐 조각을 연상시킨다. 처음부터 맞출 수 없는 퍼즐을 두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실제로 기억 속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어울리지 않는 몽환적인 배경이 모두가 공감하는 데자뷰와 같은 화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유를 수집하는 자연사 박물관-오예린 ● 방학숙제를 위하여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본 곤충채집과 식물채집은 자연사를 학습하기 위한 기초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학습이 성년이 된 이후에는 전혀 다른 방식의 채집이 되기도 한다. 책갈피 속에 끼워 놓은 은행잎처럼 황금빛 단풍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려는 욕망이 부추긴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기억의 채집행위들에서 나아가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손에 채집된 작은 식물들은 연약한 것들이지만, 작은 순간들은 영혼에 짙게 남아 그 크기를 계속 불려 나간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건져와 채집해 놓은 것들은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 되고, 그래서 나의 채집행위는 늘 무언가 애타고 슬프다 (오예린) 이와 같이 채집된 사물들에 대하여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의 편린들을 회상하고 희생된 것들에 대한 추모를 담아내고 있다. 이름 모를 풀꽃들을 채집한 이미지인 오예린의 '순간의 크기'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나 상황들이 채집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수집행위이다. 이런 행위들로 기록된 대상들은 우리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사유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중요한 수장품인 것이다.

이경복&김광용_무제_본넷에 우레탄페인트_2008

분사된 숨결-이경복&김광용 ● 구석기 문명의 동굴벽화에는 수렵과 채집을 기원하는 의미로 표현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들이 있다. 별다른 도구 없이 그려진 대상들을 흙이나 짐승의 피 등으로 정교한 채색까지 더하여 완성된 벽화에서 시대를 초월한 그들의 예술성에 현대의 예술가들도 경탄을 금치 못한다. 문명의 발달로 발전을 거듭한 미술사에 있어 파격적인 혁신은 20세기에 모두 이루어 졌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붓을 대신한 많은 기법들 중 선사인들과 같이 손가락이나 목탄 등을 활용한 표현기법은 지금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회화사에서 이경복과 김광용처럼 스프레이를 활용한 경우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과거이다. 이는 산업용으로 발명된 분체도장의 역사가 100년이 되지 않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붓 작업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벽화작가 Bansky는 낙서와 같은 스프레이작업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경복&김광용의 경우는 캔버스와 붓을 대신한 실험적인 대안으로 스프레이와 폐차된 자동차의 철판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실험적인 파격성을 중시하기보다 이런 소재들을 활용한 정교한 작업의 구축을 실현하려고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차가운 철판에는 붓을 대신한 분사된 숨결의 따뜻한 피부를 느낄 수 있다.

이영화_욕-비움과 채움_장지에 채색_70×160cm×3_2008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채움과 비움-이영화 ● 동양회화의 화제(畵題) 중 하나인 기명절지(器皿折枝)는 도자기나 책거리 등의 문방구류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영화의 작업에 등장하는 기명절지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았던 눈에 익은 국보들이다. 이 같은 도자기들의 사실적 묘사를 바탕으로 21세기형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남북조시대 회화제작의 여섯가지 요점인 화론육법중 하나인 기운생동은 천지 만물이 지니는 생생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화면에 구성된 소재의 상황은 대상의 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응물상형(應物象形)에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으나 작가는 사실적 묘사를 바탕으로 그려진 사물에 대한 생명력과 환영을 탐구하고 있다. 음식이나, 물 등을 담아낼 수 있는 기(器)의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 도자기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물로 치환되어 욕망의 '비움과 채움'을 수용하는 그릇이 된다. 여기에 가는 선으로 표현된 투명한 도자기들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 욕망을 표현하는 소재이다.

이현희_Secret Garden-Night, Jewelry and Desert_캔버스에 유채_97×162cm_2008

브랜드의 왕국-이현희 ● TV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에 자주 등장하는 사바나초원에는 수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동물들은 우기와 건기로 나누어진 사바나의 자연환경에 따라 스펙터클한 생과 사를 연출한다. 이현희의 작품에 모태가 된 사건은 '정리되지 않은 방의 풍경'에서 비롯되었다. 이 방을 매개로 한 사바나의 연계는 당연히 생경한 것이다. 작가의 방안에 정리되지 않은 옷가지들은 우기를 맞은 사바나의 동물들처럼 초원을 향해 뛰쳐나온다. 토끼, 악어, 하마, 코뿔소, 퓨마, 사슴, 고릴라…. 만약 방안의 옷들이 반듯이 정리되어 차곡차곡 쌓여 있다면, 그 시기는 동물들에게 사바나의 메마른 건기일 것이다. 이런 엉뚱한 상상으로 구성된 이현희의 작품에는 싸구려보석으로 장식된 동물모양의 장신구들도 등장한다. 그 화려함은 인도초원을 날아다니는 살아있는 공작보다도 현란한 보석 빛을 뽐내고 있다. 책상이나 침대 위, 천정으로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그들을 보면 도대체 누가 누구의 공간을 방문한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막과 정글로 표현된 방은 수많은 가치관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하며 그 공간에서 활개치는 상표의 동물들은 작가의 즐거운 상상력으로 새롭게 태어나 여러 가치관의 만남과 충돌을 이루고 있다. 정리된 방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상표동물들에게 정리되지 않은 그녀의 방은 우기를 맞은 초원의 생명력으로 우리 모두에게 활기차고 적극적인 상상의 공간이 된다.

임소담_Anna_캔버스에 유채_193×130cm_2008 이효영_아무것도_캔버스에 샤프펜슬_145.5×112.1cm_2008

신성화된 백색 진화-임소담 ● 순백색으로 진화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 한 임소담의 작업은 우월한 존재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우리가 백인종이라 지칭하는 게르만혈통의 유럽인들도 실제로는 핑크색에 가깝다. 북극곰이나 눈 덮힌 설원의 산양들처럼 주어진 환경에 따라서 진화된 고유한 백색의 동물들을 제외한다면 약육강식의 먹이사슬로 이루어진 철저한 야생에서의 환경은 먹이사슬의 상위에 위치하는 사자나 호랑이마저도 백색의 돌연변이는 불리한 조건일 뿐이다. 눈에 띄는 백색으로 표적이 되거나 자신의 위치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색깔이 결코 우월한 조건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백색에 대한 신성성을 부여해 온 인간에게 있어 유전적 변이에 의한 알비뇨 현상으로 태어난 백색의 동물들은 신의 동물로 여겨져 왔다. 작가는 이러한 백색의 신성에 대한 경외감으로 흰 대리석 신상과도 같은 차가운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이 생명체를 homoalbus라고 지칭하는데 라틴어 homo와 흰색을 의미하는 albus의 합성어 이다. homoalbus들이 등장하는 화면의 배경에는 자연색의 초원과 수풀들을 배치하여 확연한 색의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존재의 homoalbus는 뿔과 같은 인간보다 우월적인 동물의 신체적 구조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현대인의 옷가지들로 감싸인 몸은 동물이 갖고 있는 신체적 우월성에 인간이 만들어 낸 자기방어적인 사물까지 포함하여 무소불위의 힘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와 무장에도 불구하고 창백한 백색의 진화는 불사조와 같은 신의 모습이 아닌 나약한 내면의 위장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은유한 것이다. 0.5mm무한증식-이효영 ●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동시대를 살았던 수수께끼 같은 전설적인 화가가 있다. 히에로니무스 보쉬 (Hieronymus Bosch)는 네델란드 출신으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형태와 도상(圖像)은 20세기의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이 선구자로 지칭할 만큼 시대를 앞서 있었다. 그의 화면 구성은 지금의 예술가들조차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한 정신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이효영의 화면구성은 흡사 보쉬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난해한 구도를 이루고 있다. 가는 샤프 펜슬로 화면을 가득 메운 정교한 구성은 시작과 끝을 찾을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작가의 작품에는 한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나 작품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구조가 없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을 들여 작가의 작품을 관찰하면 무한증식 되는 다층적 이야기 구조에 흠칫 놀라게 될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본인이 겪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상상의 인물들로 대치되어 작가만의 은유적인 상상마당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들 조그마한 사건들은 마치 생명을 지닌 유기체처럼 세포 분열을 거듭하며 이야기구조를 증식시킨다. 서로 다른 서술구조가 만나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형성되어 가는 형식이다. 이러한 난해한 서술구조로 인하여 작품을 한 눈에 읽어내려 했다가는 당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그의 작품은 감상이 아닌 관찰을 필요로 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상상의 구조와 생명체들은 카오스적인 혼돈의 구조 안에서 서로 맞물려 탄탄한 질서의 고리로 연결되는 묘미가 있다.

임재영_You, the living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8

일상을 기록하는 무채색의 리트머스-임재영 ● 아무도 관심 없는 무명인의 일상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일까? 개인의 일상이 시대의 역사가 될 수 있는 영웅의 일기와는 전혀 다른 일반인의 일상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지만 임재영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듯한 작품 'You, the Living'에서 당신의 일상을 기록해 내고 있다. 사실 작가와 우리 모두는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의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평범한 모든 이들의 모습을 기록한 그의 작업에는 선명한 유채색이 나타나지 않는다. 스펙터클한 역사적 순간도 아닌 지극히 따분한 가벼운 일상에 담긴 단조로운 상황들은 자아에 대하여 화학적으로 작용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되어 우리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파스텔톤 무채색으로 반응한다. 유채색을 선명한 기억으로, 무채색은 망각된 일상의 기억으로 반응하는 서정적인 색채의 감정에 대한 기록들을 위하여 작가의 계속된 실험을 기대한다. 너무나 초현실적인 무대의 실황중계-전채강 ● 전치된 공간상황. 이 곳이 현실인지? 의도된 상황의 무대인지? 가상 현실적 상황의 복합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진 전채강의 'Today's Issues'는 모두 실재했던 사건과 상황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풍경이다. 포크레인으로 철거중인 건물로 투하되는 분쟁지역의 낙하산은 폐허화된 전쟁터의 불안한 상황을 낯설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오히려 낯설은 대상과 사건들이 교묘하게 구성되어 자연스런 상황을 연출하는 이중구조의 화면은 오늘 발생한 전 세계의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미디어를 통해 '통합된 현재'의 인위적 연출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로써 오늘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일지라도 현재의 나와 연결되어있음을 암시한다. 항상 새로운 볼거리를 추구하는 영상미디어 시대에 쏟아지는 이미지들로 구성된 작위적 조합은 '실제 일어났으며, 있을 법한' 풍경으로 그 실제 발생 장소에 영향 받지 않고 무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바로 지금... 모두에게 실황으로 중계되는 사건들이다.

전채강_Today's Issues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08
조혜진_Beyond What You See_장지에 채색_193×130cm_2008 최보배_ Nothingness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08

정지된 빛의 스펙트럼-조혜진 ● 삼묵법-먹색의 진한 정도로 구분하는 농묵, 중묵, 담묵의 단계-을 바탕으로 물과 먹이 조화를 이룬 전통 수묵화법을 구사하여 눈이 시리도록 자극적인 극한의 빛과 어둠을 표현한 조혜진의 작업은 지극히 평범한 눈 앞의 근경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흑백의 정물화로 느껴지는 근접한 화면구성에 근경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작품이 담아내는 무아의 상황 때문이다. 작가는 '시간의 정지'를 표현하기 위하여 빛으로 환기시킨 정지된 공간을 포착하고자 있다. 화면에 묘사된 사물들은 에드문트 후설(독일의 철학자/1859~1938)이 주장한 에포케, 즉 판단중지된 상황으로 정지된 시간을 극명하게 담아내고 있다. 일체의 부연설명을 망각시키는 흑백의 화면구성은 맨눈으로 태양을 바라 본 것 처럼 강렬한 빛에 의한 자극과 함께 깊은 어둠을 수반하고 있다. 그려진 대상에 대하여 존재감을 초월한 선험적 공간으로 환원하고자 한다. 캔버스복화술-최보배 ● 입을 움직이지 않고 배의 힘으로 말하는 복화술은 최보배의 작품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구성과도 같다. 보이지 않는 벽과 바닥에 지지된 사물들 그래서 더 분명히 존재하는 공간을 인지할 수 있는 작가의 'Nothingness'는 확고히 구축되어 있는 둘의 관계를 실상과 허상으로 나눈 분명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벽에 걸린 거울, 책상 위에 놓인 잡다한 사물들은 그림자마저 배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안정된 형태로 밀착 되어 있다. 현시적이나 공허한 사물들인 것이다. 이러한 허상의 확고한 구축은 여섯 가지 감각 중 가장 큰 오류를 범한다는 시각에 대한 환기를 유도하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들리는 복화술과 같이 빈 화면을 채우고 있는 흰 화면은 구축적인 공간으로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는 빈틈없이 화면을 구성해 온 서양화의 전통적인 화법에 대하여 여백으로 승화되는 공간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

Vol.20090109d | Class of 2009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