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건전 진화론 Freaky evolution

장호현展 / JANGHOHYUN / 張浩泫 / photography.installation   2009_0401 ▶︎ 2009_0407

장호현_freaky evolution#1_람다 프린트_160×12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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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01_수요일_06:00pm

기획_김석원

관람시간 / 평일_10:00am~07:00pm / 공휴일_11:00am~07:00pm 전시 마지막 화요일_10:00am~12:00pm

갤러리 룩스_GALLERY LUX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82.2.720.8488 www.gallerylux.net

기이한, 불안한 아름다움을 넘어 ● 장호현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포토저널'의 표지사진을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인형을 매개체로 한 그녀의 사진은 장식적인 구성, 매끈한 인형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묘한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녀의 사진은 전반적으로 현대문명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런 표현으로 그녀의 작품을 모두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동기에 대해서 평소 환경과 생물학적 진화, 죽음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환경문제는 어제 오늘의 사회적 화두가 아니기에 극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예전부터 환경을 중심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한 진화가 서서히 진행되었다.

장호현_freaky evolution#2_람다 프린트_160×120cm_2008

중요한 것은 이런 진화의 과정은 생물학전 진화에 한정된 것이라는 점이다.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무수히 복잡한 사회구조에서 집중하게 된 부분은 다른 문제에 있었다. 장호현은 "멜라민, 종자를 관리하는 국가와 기업, 유전자 복제와 재조합, 거대한 구조 속에서 움직이는 세계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감정적으로 불건전한 진화라 느껴졌다."고 한다. 또한 "잡종으로 진화한 내 작업의 내용이 생물학적 진화에 한정된다고 말할 순 없다" 고 하였다.

장호현_freaky evolution#4_람다 프린트_160×120cm_2008

장호현의 표현대로라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불협화음(不協和音)' 을 일으키는 이상한 곳인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과학적 실험에 따른 윤리의식의 실종, 의학적 정당성의 문제 등은 사회가 책임지고 해결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몸을 빌려서 동물의 머리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진을 '생물학적 진화'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새로운 종을 만드는 실험 등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생산된 것이고 결국, 이런 행위는 인간의 과학적인 오만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이처럼, 장호현의 사진은 인간의 생명을 둘러싼 과학과 물질문명의 관계성,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진다. 형식적인 측면으로는 한스 벨머(Hans Bellmer)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장호현_freaky evolution#5_람다 프린트_160×120cm_2008

다른 측면에서, 관객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사진 중에 '피규어'를 여성성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사진의 가학적인 느낌 때문에 페미니즘(Feminism)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작가는 작업과정의 글이나 말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어떤 함의를 찾아 볼 수 없다. 장호현의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자. 사진(1) '관상용'의 경우, 인형의 몸에 앵무새의 얼굴을 쓰고 거울 앞에 서있는 잡종의 형태는 나머지 사진들에 비해서 매우 매력적이며, 데커레이션이 잘 조화된 모습을 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거울은 자신을 바라보는 매체이며 동시에 전시장에서 관객은 거울 앞의 작품과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작가는 잡종 앞에 거울을 배치한 이유를 또 다른 복재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진(2) '종교용' 의 경우 작품의 배경이 된 것은 사진(1)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떠나가고 폐허가 된 재개발 구역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의 배경이 된 장소는 화장실 변기다. 그 이유에 대해서 작가는 종교가 자신의 죄를 배설하는 곳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호현_freaky evolution#8_람다 프린트_160×120cm_2009

본인의 경우 이 사진은 종교적인 분위기와 함께, 만화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인형의 몸에 꽂개다리를 하고, 햄스터 얼굴의 상반신은 수녀 복을 입고 기도하는 잡종의 모습은 공간을 유영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한편으로는 생명이 탄생하는 느낌을 암시하기도 한다. 뒷배경의 자극적인 빨간색은 종교적인 의미에서 순교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장호현의 작업은 사진적인 방법으로 한정지어서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이유는 그녀의 작업 밑바탕에는 미술, 사진, 설치의 개념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군도 다양하다. 한스 벨머(Hans Bellmer)를 포함해서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아네트 메사제(Annette Messager), 공각기동대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押井守)와 카미야마 켄지(神山健治)등이 있다.

장호현_freaky evolution#9_람다 프린트_160×120cm_2009

장호현은 사진은 인형과 다른 생명체를 결합하여 잡종의 이미지를 탄생시킨다. 사진과 오브제를 함께 설치해서 오브제와 '복제물/사진' 의 간극을 실험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볼트와 면도칼의 경우 오브제와 전혀 관계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간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도구다. 볼트는 오브제를 관통해서 고통을 잠재우는 일을 수행하고, 면도칼은 날카로운 성질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의 흔적을 도와주는 정신적인 관계를 가진 물건이다. 사진의 밀폐된 공간속에 잡종이 정착하거나, 부유하는 모습은 그녀의 몽상을 시발점으로 한다. 사진에서 고립된 자학적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은 개인적인 기억을 매개로한 트라우마(trauma)와, 그녀가 가까이 접하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 생명체와의 관계에서 불안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 김석원

장호현_자위 존재확인_가변설치_2009

내 안에 자리 잡은 불온함 / 박제를 해서라도 불멸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나의 희망 // 나는 인형과 박제된 동물을 재료로 잡종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인형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놀이의 한 대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놀이는 단순한 유희가 아닌 '아이의 형성'이라는 성격을 띤다. 내 작업에 등장하는 인형 또한 '아이의 형성'이라는 놀이의 의미를 갖는다. 박제는 그 형상을 유지함으로써 죽은 생명을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처럼 보인다'는 사실은 그 생명이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죽었음을 더욱 강력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두 재료는 살아있는 대상을 닮았지만 생명이 깃들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관계에 있어 만남과 이별이 있기 마련이고, 생성과 소멸은 우리의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불안이기도 하다. 죽음과 이별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건들이라면 그것이 생이라면 나는 그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그것에서 파생되는 감성을 내 방식대로 길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은 사진을 통해 삶의 순간을 고정시킨다는 의미를 확정짓는다. ■ 장호현

Vol.20090402d | 장호현展 / JANGHOHYUN / 張浩泫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