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dy of memories_기억의 선율

박채희展 / PARKCHAEHEE / 朴寀希 / painting   2009_0408 ▶︎ 2009_0414

박채희_melody of memories_장지에 채색_65×17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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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동덕아트갤러리 THE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B1 Tel. +82.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기억속의 나 ● 나의 일상을 되짚어 본다. 우리는 매번 다른 장소에 가고, 다양한 물건들을 사용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먼저 내가 자주 가는 곳들, 좋아하는 장소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각각의 장소, 사물들은 단지 사전적인 의미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매번 다르게 생각되고 느껴진다. 나는 어떤 사물의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어떤 기억 속의 공간을 표현하고 싶다. B.크로체(1866-1952)가 말하듯이, 그 때, 그곳에서의 대상에 대한 인상이 나의 붓 끝에서 표현된다. 그 때 그 대상에 대한 직관과 각인된 내용을 그때그때의 의미를 표현하고 싶다. ● 나는 사람들을 만나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레스토랑이나 까페를 가게 되면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탁자 위 잔들이나, 인테리어, 예쁜 소품에 무심코 시선이 머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다. 나 역시 그렇다. 한번은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러 갔는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는 와인병을 관찰하게 되었다. '와인도 참 종류가 많구나... 이런 모양의 병도 있네...'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면서 병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병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나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그 뒤로 어떠한 공간에 가게 되면 사물들을 보는 나의 마음가짐은 매번 달라지게 되었다. ● 나의 기억(記憶)이란 지나간 경험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저장된 것이다. 나는 기억 속의 시간이나 있고 공간에 다른 의미들을, 사물들에서 찾아보고 싶다. 나는 일상을 관찰하면서 대상내지 느낌의 기억을 재현하여 나만의 풍부한 의미를 알고 싶다. 그럼으로써 그 때, 그 대상을 통해 내가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채희_melody of memories_장지에 채색_122×122cm_2009

기억을 통한 나와 너의 소통 ● 나의 그림은 내가 느낀 일상, 그리고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난 어떤 감정에서의 현상을 표현 대상으로 삼았다. 나는 사실적인 모습, 사물의 겉모습에 유동적인 해석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감상자들은 작품에서 기억을 통해 자신을 찾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예술의 역사는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얼마나 덧없는가를 보여준다. T.W 아도르노(Theorie W. Adorno, 1903.9.11~1969. 8.6)는 '예술에 대한 감정은 예술 자체를 지향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 감정은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반응이 아니라 불러일으켜지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혹은 스스로를 타인으로 만드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예술을 통해 기억속의 나는 시공으로부터 분리되어 주인공이 되면서 나는 객관화, 보편화 된다. ● 매순간 여러 생각들이 우리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나의 화면 안에서도 나만의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스쳐간다. 그러한 사물의 형상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순간적으로나마 일상의 제약과 긴장을 넘어 나만의 생각 속에 머무는 순간이 있다. 깊은 사유에 대한 강박관념과 스쳐 지나치는, 일회적인 가벼운 생각, 이들의 각각 머무른 기억들이 네가 되고, 그 대상이 되니, 그것들은 원래의 사물의 이미지들과 어우러져도 상관이 없다.

박채희_melody of memories_장지에 채색_162.2×260.6cm_2009
박채희_melody of memories_장지에 채색_130.3×162.2cm_2009

마음의 상태가 너무 작가 개인의 취향에 치우쳐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의미와 관심을 갖게 하기 어렵고, 자칫 지루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내 그림을 얼핏 보면 무질서한 사물의 나열과 자유로운 선으로 보이나, 그것은 같은 사물이어도 관객의 감정들로 채우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듯이, 어떤 사물에 관한 떠오르는 기억들을 어떤 하나의 답으로 결론지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기억은 간헐적이고, 일정하지 않다. 속도를 내어 그린 내 그림은 매번 볼 때마다 그 어떤 감정이 묻어나 다른 반응을 하게 할 것이다. 내가 형태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 그리는 이유이다. 나는 나의 그림이 정서환기의 매개체, 혹은 자극체가 되어 감상자의 여러 가지 기억과 상상력들이 발생하기를 원한다.

박채희_melody of memories_장지에 채색_35×165cm_2009
박채희_melody of memories_장지에 채색_35×165cm_2009

기억 속 공간표현 ● 예술은 주관적이지만 보편 타당해야하니, 결국 예술은 생각과 감정을 객관화하여 표현하는 것일 것이다. 어느 순간, 어떤 장소의 생각과 느낌의 기억이 환기된다. 기억속의 사물들은 서로 관계가 없는 듯하지만, 어떤 사물을 끌어들이지만 그것에 나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일종의 유추작용(類推作用)을 하거나 나의 기억속의 생각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드러내본다. ● 나의 작품은 자유스러운 선으로 무질서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는 그릴 때의 나의 흥겨운 느낌이 표현된 것이다. 작가의 마음 상태가 그림의 주제가 된, 대표적인 작가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선명한 감정을 격렬한 색채와 왜곡된 선으로 표현한 반 고흐, 고갱이 있다. 반 고흐는 단지 빛을 표현하는 것에만 한정하지 않고 감성적, 상징적 특성 색채를 자신의 내면 심리를 묘사하는 적극적인 매체로 이용하였다. 나 역시 사물자체의 자세한 묘사를 하지 않고, 먹과 분채를 이용하여 단순하게 색을 메운다. 먹이라는 소재와 나의 드로잉방식은 기법에 있어서 표현이 자유로워진다. ● 나는 기억 속에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지 않고, 형식에서 조금은 벗어난 자유로움을 선과 색채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운동감이나 선의 농담, 굵고 가늘기만을 구별하여 나타낸다. 그리고 배경에 반대되는 이미지를 넣어 표현하기도 하고, 그 물체만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색으로써 나타내기도 한다. ● 칸딘스키는 미술가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적 필연성'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순수 조형적 요소로 표현가능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는 각각의 색, 직선 및 곡선을 사용하여 일종의 작곡(composition)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예를 들어, 빨강색은 뜨거운 정열을, 녹색은 평화를, 굵은 직선은 강인함을, 곡선은 부드러움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물론 동서양의 색에 대한 느낌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화가는 이 요소들을 적절히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칸딘스키는 작품의 의미를 그림 자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목도 따로 붙이지 않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Composition」이라는 작품만도 14점이나 있다.

박채희_melody of memories_장지에 채색_65.1×53cm_2009

나는 일차적으로는 먹물을 발라 만든 먹지위에 사물을 드로잉하여 표현한 다음 나의 감정의 색을 여러 색을 대상에 가미한다. 이때의 색은 그때의 나의 마음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기분이 좋을 때는 화사한 색을 많이 쓰는 것처럼, 사물의 구체적인 색들이 아니라 내가 느낀 색을 단순한 방법으로 칠한다. 이미지의 표현은 형상에 근거하여 시작되었지만, 과장이나 왜곡·축소 등을 통해 변형하기도 한다. 매번 다른 상황으로 인한 다양한 기억의 회상이 공간 안의 다양한 사물로 변형하여 표현된다. 그 경우, 균형과 질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개념을 무시하고 나는 그때의 느낌을 나만의 기법으로 약동하는 선으로 형태를 변형시키면서 나의 기억심상의 강렬함을 전달하려 하였다. ● 그러므로 나의 그림은 검은 먹으로 윤곽을 두른 형태들을 양식적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대상의 평면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나만의 시각으로 관찰하여 분해하고 단순화한 다음 재구성하였다. 물성(物性)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명암을 배제하려 하였다. ■ 박채희

Vol.20090408b | 박채희展 / PARKCHAEHEE / 朴寀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