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성스러움_Spiritual of Splendors

김은진展 / KIMEUNJIN / 金銀鎭 / painting   2009_0409 ▶︎ 2009_0508 / 일요일 휴관

김은진_파라다이스 호텔 The Paradise Hotel_캔버스에 채색_247×113cm×2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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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09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카이스 갤러리_CAIS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99-5번지 제2전시관 Tel. +82.2.511.0668 www.caisgallery.com

『김은진-지독한 성스러움』展 ● 김은진의 화면은 뜨거운 에너지로 들끓는다. 그것은 이미지와 색채의 비등점으로 달아올랐다. 중심도 주변도 없이 화면 가득 강렬한 도상적 이미지가 흩어져있는가 하면 불화나 종교화처럼 좌우대칭으로 구성된 경우도 있다. 날것의 내음을 풍기는 원색들이 그 도상들을 불질러놓아 마냥 환하다. 온통 '발광發光'한다. 익숙해 보이면서도 낯설고 생경한 그림 안에는 다양한 종교적 도상들이 본래의 모습에서 조금씩 변형된 체 풍경으로 펼쳐져있고 그것은 작가의 내면과 의식을 환각적으로 엿보게 하는 장면화가 되고 있다. 이 비현실계는 현실계를 흐트러트리고 교란하고 의식과 이성이 지배하는 실세계의 고리를 끊는다. 그것은 오로지 꿈과 몽상, 환영, 상상력에 의해 유희되는 만화경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채색화는 조금은 낯설고 독하다. 그것은 근대 이후 이 땅에서 전개된, 서구에서 수용된 미술에 관한 개념적 게임의 추종과 연결된 것도 아니고 동양화의 전통을 강박적으로 의식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민화나 종교적 도상의 치졸한, 소박한 각색과도 거리가 멀다. 형상과 색채를 빌어 장식하고 이야기를 가설하고 자신의 상상력을 온전히 시각화 하는 일이 구도처럼 전개되는 그림그리기다. 상상의 원초적 흐름과 함께 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것들이 온전히 화면을 장악하고 탱탱하게 화면을 찢어 놓는다. 키치적인 이미지연출에 가까워 보이면서도 그것의 가벼움에 비해 좀 비장하고 괴이하다.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서사와 연출은 그만큼 낯설고 새로운 이종과 변성으로 '마구' 나아간다. 뇌 속에 들어와 있는 모든 이미지들을 호명하는 작가의 음성은 초혼과도 같고 천지간 신들을 깨우고 불러들이는 종소리같다.

김은진_心中常有 "마음 가운데 항상 늘 그러한 것이 있다" The Her Heart_캔버스에 채색_260×202cm_2008
김은진_心中常有 "마음 가운데 항상 늘 그러한 것이 있다" The Her Heart_캔버스에 채색_145×112cm_2009

시각적인 볼거리가 가득한 이 화면은 전 세계의 종교적, 민속적 도상의 집합소 같은 느낌을 준다. 이른바 기독교적 성화, 불교도상, 무속화와 민화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카톨릭도상, 인도의 종교적 이콘에 더해 프리다 칼로의 그림 등에서 엿볼 수 있는 환각적 상상력과 기묘한 서사장면 등이 하나로 수놓아져있고 작가의 의식과 상상의 풍경 또한 함께 펼쳐져있다. 모든 것들은 용광로 같은 그림 안에서 죄다 녹는다. 삶의 야생의 에너지가 작가를 통해 그림으로 흘러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온통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도상들은 유한한 생을 지닌 나약한 인간들이 지닌 그 공포와 불안을 이기고자 염원했던 것들로서 서늘하고 측은하고 서럽고 두려우며 더러 황홀하게 매만져져 있는 것들이다. 김은진은 그렇게 '쌔고' 강렬하며 섬찟한 주술적 도상들을 자유롭게 편집, 재배열하고 그 위에 자신의 자유롭고 적극적인 상상력의 힘에 의해 불거진 이야기를 올려놓는다.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기능했던 도상 혹은 주술적 이미지들은 단어나 음표, 음절이 되어 재구성되고 재배치된다. 그것들은 본래의 문맥에서 빠져나와 한 개인의 서사에 주술적 차원으로 다시 변환된 것들, 새롭게 모여 이동 중인 것들이다.

김은진_날다 Flying_캔버스에 채색_140×194cm_2007

김은진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고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재능이 돋보인다. 그 이야기는 기존 미술의 관례적 서사에서 이탈해있다. 그것은 근대 미술 이전으로 회귀하여 길러올린 것들이자 그것들과 함께 했었던 이들의 마음을 다시 환생시키고 기억하는 가운데서 색다르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시 출현한다. 소박한 전통의 복귀도 아니고 유희적인 전통의 패러디도 아니다. 요즘 유행이 되고 있는 전통을 갖고 장난하는 것과도 차이가 난다. 작가는 전통 채색화와 이야기 그림, 종교화 등이 무엇이었는지를 상기시키고 그것이 여전히 오늘날 한 개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기능하는 지점에 대해 발언한다. 김은진은 이 도상적 전통의 내음이 진하게 풍기는 것들을 가지고 현재 자신의 감정과 상황, 염원, 꿈과 악몽, 기원 등을 보여주는 맥락에서 주무르고 있다. 그것은 여전히 이미지의 물신주의를 실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이미지를 통한 영생과 치유, 간절하고 뜨거운 바람의 형상화!

김은진_제단 The altar_캔버스에 채색_130×194cm_2009

엄청난 서사의 에너지와 깊이, 폭은 이미지와 색채의 풍요로움을 넘어 과잉으로, 낭비로 넘어선다. 절제되지 않은 도상들과 화려한 색채들은 화면 안에서 산맥과 폭포와 바다를 이룬다. 지천에 꽃이 만발하고 그칠 줄 모르고 지속해서 쏟아지는 물줄기와 어디론가 흐르는 엄청난 물/바다를 보여주는 풍경은 자기 내면에 담긴 세상의 장면이다. 특히 흐르고 쏟아지는 물은 유동하는 힘과 에너지, 무한히 반복되는 생의 윤회를 은유한다. 그 풍경 안에 작가가 있고 아들과 가족이 등장한다. 특히 '金家'라는 글자가 쓰여진 커다란 심장이 기념비적으로 직립해있는 그림은 압도적이다. 몸의 기관에서 적출된 심장은 형언하기 어려운 뜨거움, 생명, 한때 쉬지 않고 뛰었으며 누군가를 위해 두근거렸을 그 순간을 상기시켜준다. 문신처럼 박힌 문자는 그 뜨거운 심장으로 간절히 기원하는 가족을 지시한다. 또 다른 그림으로는 송학도 민화병풍을 배경으로 똥머리를 한 아기 보살 같은 이가 세숫대야에 담겨있다. 불교 도상과 천주교, 기독교의 모든 도상들이 마구 섞이고 자의적 변형과 해체, 재결합을 거듭해 이루어진 잡종적 도상연출이다. 벌거벗은 아이의 하반신은 세숫대야에 담겨있고 아이의 작은 성기가 물에 잠긴 체 드러나있다. 양수 속에 담겨있었을 태아의 원초적 보금자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보호와 치유의 성격도 강하게 드러난다. 근작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 물은 또한 씻어냄, 죄사함, 세례, 정화 그리고 삶과 인생의 난관과 역경 등도 은유한다. 아울러 물을 삶의 시련이나 인생의 경로에 비유한다면 작가는 그 물속에서 바둥대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 안에 부부, 아이와 자신도 떠밀려 흐른다. 자신을 풍경 속에서 서늘하게 관조하고 있다.

김은진_The Little God in a bath_종이에 채색_194×130cm×3_2007

캔버스나 종이 위에 아크릴과 채색물감을 사용해 그려나간 이 채색화는 박생광, 천경자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 채색화의 물신주의 전통과 연결되어 있다. 채색화 전통을 새삼 환기시키는 동시에 이를 단순한 장식성이나 소재주의로 전락시키지 않고 자신의 서사에 연결, 이야기 그림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아울러 그것은 세련되거나 정교하다기 보다는 날것으로, 야성으로 번득인다. 한 개인의 감성과 상상력, 감각이 색과 도상으로 자유롭게 펼쳐진다. 강렬하고 생경한 색상의 충돌과 조합은 이미지의 낯설음을 증폭한다. 그것은 익숙하면서도 어딘지 불길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눈을 쉽게 거두지 못하게 한다. 화면은 하나의 화면 내지 3개의 화면이 잇대어져 흡사 종교적 도상이 그려진 삼면화를 연상시킨다. 아울러 그림 안에 커튼이 자주 그려진다. 그것은 그림의 내부를 다시 열어 보이고 하나의 장면을 연극처럼 엿보게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의도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은폐시키려는 듯도 하다. 그런가하면 신체를 감싸고 가리우고 보호하는 막의 구실도 한다.

김은진_산책하다 Taking a Turn In the Garden_실크에 채색_185×165cm_2006

김은진은 항상 "현대인들에게 있어 진정한 성스러움이란 어디에 존재하며 또한 구원이란 무엇인가" 묻는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선물이다. 우선 자신과 가족을 위한 배려이다. 작가에게 있어 가족, 식구, 가계는 중요하고 해서 그들의 안녕과 희구를 빈다. 나아가 타인들에 대한 치유와 선물로서의 도상들을 그린다. 사랑(구원)의 힘을 상실하고 주술과 신비와 영성의 힘을 잃어버리고 망각한 현대인들에게 다시 그 처음의 장으로, 본래 이미지의 힘과 치유적 기능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이미지라는 선물을 통해 상실한 영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러니까 김은진의 그림은 동시대의 기이한 종교적 도상, 지독한 성스러움을 지닌 도상화이자 새로운 민화다. 영성에 관여하고 상심한 마음들을 다독이는 치유적 기능을 가진 그런 그림말이다. ■ 박영택

Vol.20090409c | 김은진展 / KIMEUNJIN / 金銀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