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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展 / KIMJEONGHEE / 金正喜 / painting.mixed media   2009_0408 ▶︎ 2009_0428

김정희_red & white ribbon 02_혼합재료_97×162.2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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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08_수요일_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신미술관_SHIN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556-2번지 Tel. +82.43.264.5545 www.shinmuseum.org

김정희-리본과 소파, 그리고 루이뷔통로고 ● 김정희는 화면을 작은 원형의 점들로 빼곡히 뒤덮고 있다. 몇 겹으로 칠해진 화면은 무수한 시간과 공간을 드러내고 은폐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앞으로 돌진하는 듯 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그로인해 화면은 분리되어 전경과 후경으로 나뉘어 진다. 평면의 화면이 문득 깊이와 공간감을 갖는 것이다. 바인더와 잉크를 섞어 만든, 적포도주 색과 짙고 깊은 청색으로 칠해진 배경 위로 허물어지듯, 흐물거리며 솟는 이미지가 드러난다. 습하고 눅눅하게 적셔진 배경에서 질량감과 물성을 지닌 점/흔적들이 별처럼 떠있다. 무척 서정적이고 황홀하다는 인상이다. 촉각적으로 돌올하고 반짝이가 섞여 파득거리는 화면은 일정한 높이/두께를 지닌 박스형에서 좌측과 우측에서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빛에 따라 정면과 측면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상호작용을 하는 그림은 정면성에서 슬쩍 벗어나있다. 그것은 관객의 참여를 통해 수용성을 극대화한다. 일정한 거리 속에서, 시간 안에서 그것은 점이면서 동시에 리본이거나 소파, 상품로고였다가 점이기를 거듭한다. 화면에 가까이 다가가면 여러 겹의 물감 층과 무수히 반복해서 쌓아올린 점들이 부조처럼 올라와있는데 다시 뒷걸음질 치면 그 점들이 가리고 있던 대상이 서서히 솟아오른다. 점들을 찍어 나가면서 대상을 재현하고 다시 추상적인 점/기호로 환원시켜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구상이면서도 추상이고 재현이면서도 비재현적인 사이에서 왕래한다는 느낌이다.

김정희_red & gold ribbon 02_혼합재료_97×162.2cm_2009

화면의 평면성을 꾹 꾹 눌러 확인시키는 동시에 그로부터 벗어나 서서히 앞으로 육박해 나오거나 흔들리고 움직이는 착시를 보여주면서 흔들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상적인 시각적 효과를 자아낸다. 그 점들의 집적은 특정한 대상을 지시하다가는 지우고 어렴풋이 보여주다가 덮기를 지속한다. 깊고 막막해 보이는 배경을 뒤로 하고 천천히 보는 이의 망막을 향해 유영하는 점/붓질/물질들은 문득 허공에 매달려있는 형국이다. 아울러 이 두터운 질감과 짙은 농도를 머금은 점/물감은 화면 하단을 향해 줄줄 비처럼 흐르고 화면 맨 밑 가장자리에서 더 내려가지 못하고 응고되어 버렸다. 작가의 인위적인 붓질/점찍기는 자연법칙, 중력의 힘에 의해 완성된다. 그것은 인위와 우연, 작가의 손의 노동과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에 의해 상호 보조적으로 완성된다.

김정희_LOUIS VUITTON - red 01, colorful 01, blue 01_혼합재료_122.2×122.2cm×3_2009
김정희_gold armchair 01_혼합재료_162.2×122.2cm_2009 김정희_gold couch 01, 02, 03_혼합재료_97×162.2cm×3_2009

작가가 반복해서 찍어나간, 붙여나간 점들은 하나의 붓질인 동시에 물감의 물질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증거하면서 고드름처럼, 비처럼 매달려있다. 흐르고 있다. 아니 흐르다가 멈춰서있다. 그러나 물감이 흘러서 만들어낸 선들은 보는 이에게 그것이 현재진행형으로, 영상적으로 아래를 향해 나아가는 듯 한 눈속임을 지속시킨다. 그 사이로 리본과 소파 그리고 루이뷔통 로고가 다가온다. 선물박스는 사라지고 다만 그 위에 매달린 리본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상황성을 연출하고 있으며 동일한 맥락에서 사람은 부재하고 소파만 단독으로 놓여져 있다. 루이뷔통 로고 역시 가방이나 다른 사물의 피부에 들러붙어 있지 않고 그 기호만이 부유하고 있는 형국이다. 아마도 이 세 가지 소재들은 모종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보인다. 리본은 선물에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장식/겉치레적인, 실용성을 망실한 것, 과잉이고 사치고 비실용적인 것이라고 여기지만 우리는 선물 못지않게 공들여 매놓은 리본이 주는 그 심리적, 정신적 만족감을 기억한다. 사실 선물박스 뿐만이 아니라 리본도 의미 있는 것은 아닐까? 돌이켜보면 그 리본 같은 것이 우리네 삶에서 바로 예술은 아닐까?

김정희_I envy you, Damien Hirst._혼합재료_97×162.2cm_2009

소파는 일종의 권력, 지위, 위상을 상징하고 그 자리에 도달하고자 애쓰는 이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상징인 듯하다. 명품로고 역시 그 기호, 이미지를 소유하고자 하는 이들의 세속적인 욕망을 보여준다. 소비사회에서 특정 브랜드는 단지 기호에 머물지 않다. 그것을 소유하고 향유하는 이들의 심리적 만족, 위안, 계급, 자본력 등을 상징한다. 실물을 대신해서 그 로고가 초실재적인 힘을 증거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그 같은 기호는 궁극적으로 삶의 척도로 강제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소비사회의 욕망과 세속적 권력지향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만은 아닌 듯하다. 작가는 그보다는 그러한 소비와 권력, 대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망과 그 욕망을 위해 추동하는 노력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인간 삶이란 결국 그 같은 세속적 목표를 점유하고 도달하고자 하는 궤적이 아닌가? 이를 보다 실감나게 은유하기 위해 작가가 구사하는 방법론은 이른바 정충/정액을 닮은 물감의 구사이다. 화면에 가득 붙여진 물감, 납작하고 일정한 높이를 지니고 튀어 올라온 물감 덩어리들은 원형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들은 화면에 얹혀서 줄줄 흘러내린다. 응고되었다. 작가는 난자에 도달하려 달려드는 무수한 정자를 표현하고자 했단다. 사실 작가는 오랫동안 성에 대한 관심을 작품에 삽입해왔다. 하트가 빈번하게 등장했고 이미 이전부터 사용한 정충을 연상시키는 점의 연출, 표현방식이 그렇다. 마치 폴락 그림이 방뇨를 연상하듯 말이다.

김정희_Venus! She resigned from the art._혼합재료_가변크기_2009
김정희_반짝이는 그대, 아름다워라!_혼합재료, 빔프로젝트 비디오영상_가변크기_2009

치열한 경쟁 가운데 겨우 하나만이 난자에 가 닿는다. 나머지는 소멸하게 되지만 그러한 존재도 역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정자/ 삶이 아닌가 하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리본 역시 동일한 이야기다. 단지 선물을 아름답게 치장하고 장식하는 리본이지만, 선물포장이 해포 되는 순간 버려지는 리본이지만 리본은 삶에서 불가피하게 필요한 존재다. 장식이란, 파레르곤(parergon)이란 단지 불필요한, 무의미한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가치 있고 쓸모 있는 것만이 존중되고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것, 장식적인 것들을 하찮게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의 실용주의와 경쟁구조, 그리고 성공한 이들만이 인정받는 그런 사회가 아니라 낭비와 장식이 의미도 생각해 보아야 하며 경쟁에서 탈각된 무수한 타인들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는 전언처럼 들린다. 점들로 이루어진 김정희의 그림은 이처럼 의미심장한 여러 의미를 안으로 감싸 안은 채 마냥 반짝인다. ■ 박영택

Vol.20090409g | 김정희展 / KIMJEONGHEE / 金正喜 / painting.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