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接_이접

박시찬_장명근展 / photography   2009_0415 ▶︎ 2009_0428

박시찬_ohne Titel_라이트젯 프린트_80×160cm_2007

초대일시_2009_0415_수요일_06:00pm

책임기획_김화자

관람시간 / 10:00am~07:00pm(하절기) / 10:00am~06:00pm(동절기)

갤러리 나우_GALLERY NOW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Tel. +82.2.725.2930 www.gallery-now.com

이접(異接) ● 공간이란 행동하는 사람의 몸과 분리된 채 객관적으로 사유될 수 없고, 지각하는 주체와 대상 간의 관계를 통해 공간화 되고 의미를 띄므로 상황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 몸을 에워싼 대상들은 모두 동일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몸이 욕망하고 의도하는 것에 따라서 다른 공간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각자의 '몸 공간'이 차지하는 '여기'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모든 형태들의 준거점이 된다는 사실을 박시찬과 장명근은 자신들의 몸을 매개로 서로 다르게 체험된 공간적 형태들을 보여준다. 각각 독일과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두 작가에게 작품 속의 이미지들은 건축적 공간이란 유사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박시찬에게는 '보여진 곳'의 구조로 장명근에게는 '경험된 곳'의 독특한 분위기로 서로 다르게 시각화 되었다.

박시찬_ohne Title_라이트젯 프린트_80×140cm_2006

박시찬은 피사체와의 적절한 거리, 정면의 중앙시점을 통해 최대한의 감정이입을 억제한 채 건물의 파사드와 풍경을 동일한 톤과 색으로 탈색된 배경 속에서 형태 혹은 구조만을 형상화시켰다. 주변의 다른 것들과의 연결이나 내부 구조와의 연결이 차단된 익명적인 건물의 평면적 이미지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장소에 위치하는지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시찬의 관심은 특별한 건물 유형들을 범주화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와 같은 범주화를 해체시키며 시각적인 체험을 통해 3차원의 부피와 무게를 2차원적인 패턴의 구조로 환원시킨 것이다. 특정한 사회의 관계망을 통해 의미 작용하는 본래의 기능과 용도가 은폐된 구조물들의 익명성은 다큐멘트라는 기록이 지니는 지시적인 실재성의 가치가 작가의 조형적인 감각과 시선을 통해 반복적인 패턴으로 표현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박시찬_ohne Titel_라이트젯 프린트_80×160cm_2005
박시찬_ohne Titel_라이트젯 프린트_80×160cm_2005

차가운 기하추상의 절제된 구성미를 연상시키는 반복되는 패턴의 미세한 차이와 리듬, 색채의 조화로 이루어진 형태들은 '보는 것과 보여 진 것', '현실과 구축된 것'의 접경에 존재하는 가지들이다. ● 장명근의 건축적 공간은 변함없이 항상 그렇게 존재하는 객관적인 공간이 아니라 작가의 몸을 매개로 잘려 나온 도시 공간들이 지시성을 상실하고 안과 밖, 지각된 것과 상상적인 것, 현실과 가상의 혼동된 이음새를 보여주면서 관람자의 시선에 가벼운 불안과 어지러움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로서 그 의미는 애매하다. 일상의 두 장소가 겹쳐지는 지점에서 시선의 끝이 홀연히 초점을 잃고 출현한 모호한 분위기는 갑자기 현실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비현실적인 체험을 하게 해 준다.

장명근_#14_C 프린트_76×114cm_2004
장명근_#27_C 프린트_76×114cm_2004

바로 그 지점에서 관람자들도 불현듯 기이하고 낯선 체험을 하게 된다. 작가의 한껏 팽창된 감각적인 세포들이 빚어낸 섬세한 색채들과 빛이 만들어 낸 장소는 일상의 흐름 속에서 반복되는 공간들을 진공의 상태로 정지시키고 가벼운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보이는 현실을 통해 우리의 가시계에 포착된 사물의 이면이자 지평인 보이지 않는 것을 체험하는 순간 마치 꿈이나 초현실과 같은 느낌이 환기된 것이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몽상적인 감각이 평범한 공간을 몽환적인 장소로 가시화시킨 것이다. ● 일상의 구조물과 장소에 대한 박시찬과 장면근의 차이나는 앵글은 대상과 두 작가의 응시에 따라 때론 변형된 조형 공간으로, 때론 현실과 상상의 모호한 접경으로 출현하며 그 지점에 관람자의 시선과 상상력이 닻을 내리고 각자의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작가들이 다르게 경험한 장소가 다시 한 번 관람자들에게도 기이한 다른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 김화자

장명근_#30_C 프린트_114×76cm_2006

갤러리 나우의 이번 2인전에서 박시찬과 장명근은 "이접"이라는 전시제목이 암시하듯, '공간'이라는 동일한 소재에 맞닿아 있는 각기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한 쪽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감정 이입이 최대한 배제된 기하학적인 공간을 보여준다면, 다른 한 쪽은 작가가 체험한 주관적 공간, 그로 인해 일상의 문맥에서 살짝 이탈해 있는 몽환적이면서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공간을 보여준다.

장명근_#37_C 프린트_76×114cm_2004

박시찬의 작품이 '3차원의 부피와 무게를 2차원적인 패턴의 구조로 환원시킨 것'(김화자)이라면 장명근의 사진은 2차원의 평면 이미지들의 이면에 감춰져 있을지도 모를 매우 주관적이고 몽환적인 깊이를 암시하고 있다. 각기 다른 주체에 의해 '보여진 공간'과 '체험된 공간'이 한 장소에서 나란히 관객들을 만나, 그들에 의해 보여지고 체험되며 또 다른 공간 경험을 제공할 이번 갤러리 나우의 2인전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바란다. ■ 갤러리 나우

Vol.20090415b | 異接_이접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