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mpf

류호열展 / RYUHOYEOL / 柳虎烈 / sculpture.photography   2009_0417 ▶︎ 2009_0506 / 월요일 휴관

류호열_Kampf(fight)_3D 프린트 R.P_35×18×25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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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1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샘터갤러리_SAMTOH GALLERY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15번지 샘터사옥 Tel. +82.2.3675.3737 www.isamtoh.com

또 다른 진술을 위한 시각 교정 ● 우리는 자연이나 인공물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흔히 풍경(風景)이라고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실행자 혹은 작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풍경에는 크게 두 가지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 하나는 대상에 대한 느낌이나 감동을 주관적으로 드러내는 재현(再現)-이미지이고, 또 하나는 대상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증언하는 진술(陳述)-이미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풍경이라고 하면 언제나 재현-이미지만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래 동안 풍경화나 풍속화가 보여주는 재현 이미지 즉 시각 세계에 보이는 대상을 심미적으로 드러낸 풍경에 익숙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적 사실주의(the photographic realism)를 활용하는 풍경사진의 경우 매체의 속성상 더 이상 자연의 감동에 대한 조형적인 재현-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에게 반박할 수 없는 과거사실의 완전한 신빙성을 주면서 실질적으로 어떠한 자리가 존재했다는 단순한 장소의 진술(ca a ete)로 나타난다. 엄밀히 말해 사진은 원래 그 발명부터 구체적인 설명도 의미도 없는 무감동의 재현 즉 "있는 그대로"의 진술-이미지이었다.

류호열_Kampf (Fight)_3D 프린트 R.P_25×20×32cm_2009

여기 보이는 작가 류호열의 이미지들은 바로 이러한 진술-이미지로서 사실주의 단계에서 찍혀진 대상들의 단순한 장소(in site)의 확인만을 들추어낸다. 언뜻 보기에 계단을 내려오는 여자, 남산 타워와 케이블카, 멀리 묘목이 보이는 설악산, 일본 나리타공항과 눈 덮인 후지산 등 정면으로 잡혀진 몇몇 도식적인 이미지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누구나 찍을 수 있는 평범한 사진이다. 이와 같은 장소의 진술은 사진적 사실주의가 주는 완전한 신빙성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관객 각자의 경험적인 상황을 재구성하게 하는데 이때 사진은 기억의 자극-신호(stimuli-sign)로서 비물질적인 매개물이 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장면들은 현실의 이상한 장소로 나타나면서 갑자기 대상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좌초시킨다. 예컨대 피사의 사탑과 같이 기울어진 남산 타워, 수평으로 날고 있고 공항 비행기,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나무들, 난간을 비스듬히 걷고 있는 여자 등은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하면서 뭔가 잘못된 모순을 보여준다. 그것들은 특수촬영이나 디지털 첨단기술을 활용한 조작-합성 이미지가 아니라 단순히 촬영 프레임의 수평축을 기울인 시각 교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면들은 사진으로 나타난 과거 분명한 사실임과 동시에 실제 장소를 확인하지 않는 한 믿을 수 없는 상황적인 딜레마로 나타난다.

류호열_namsan_디지털 프린트_100×100cm_2009
류호열_Fuji_디지털 프린트_90×270cm_2009
류호열_cablecar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9
류호열_Sulak_디지털 프린트_100×150cm_2009
류호열_Schraege_디지털 프린트_50×100cm_2009

작가의 사진들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근본적인 이유는 1970년대 대지미술(Land Art)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의 착시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대지미술에서 풍경의 의미는 전통적인 재현-이미지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착시, 원근 교정, 항공 시각, 유적 탐사 등 사진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계의 발견이었다. 그래서 작가의 사진에는 전통적인 미술에서 말하는 소위 조형적이고 정형화된 구성이나 인공적인 연출이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작가의 이미지는 사진 매체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관객의 상황적인 판단을 동원하는 일종의 개념미술인 셈이다. 결국 작가가 의도적으로 실행한 프레임의 시각 교정은 인간의 눈으로는 확인 불가능한 현실의 진술-이미지를 드러내는데 있다. 그것은 이미지 읽기에서 더 이상 인간의 망막이 아닌 언제나 렌즈의 기계적인 시각에 맞추어진 오늘날 우리들의 맹신을 암시한다. 게다가 이러한 시각 교정 이미지는 더 이상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온라인 정보 홍수와 그 어떤 확인도 경험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용되는 디지털 무한 정보시대, 너무나 익숙한 대중 매체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을 말한다. 어떠한 의미도 사건도 그리고 어떠한 인상도 감동도 주지 않는 작가의 엉뚱한 이미지, 그것은 일상에 은닉된 현실의 진실로서 또 다른 진술을 위한 시각 교정이다. ■ 이경률

Vol.20090417g | 류호열展 / RYUHOYEOL / 柳虎烈 / sculpture.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