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방 Grandma's room

구세주展 / KOOSEHJOO / 具世周 / printing   2009_0418 ▶︎ 2009_0502 / 월요일 휴관

구세주_할머니 15_실크스크린_가변크기_2009

초대일시_2009_0418_토요일_05:00pm

기획_체어스온더힐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체어스온더힐_chairs on the hill 서울 종로구 가회동 97번지 Tel. +82.2.747.7854 www.chairsonthehill.com

나의 최근 작업은 대중매체 이미지나 기존의 내 작업 이미지를 해체해 재조합하는데서 시작된다. 가령, 과거의 작업에서 봄을 상징했던 새의 이미지와 옛 사진을 충돌시키면 새는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해체와 재조합은 작품 안의 여러 요소들을 의미 불변의 것이 아닌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도구가 된다.

구세주_1961 ELVIS를 다시 만들다_혼합재료_각47×55.5cm_2009
구세주_1956 BMW를 다시 만들다_혼합재료_각57×45.5cm_2009

때때로 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 맺기와 유사하다고 느낀다. 내 지난 작업들은 이미 완결된 상태로 고정되어 있어 현재의 내 작업과는 늘 대치되는 모순이 종종 날 힘들게 했다. 마치 변치 않을 것 같던 순간들과 무관하게 나와 네가 변해가듯 말이다. 작업이란 혹은 사람간의 관계란 명료할 때도 있지만 모호할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충돌시키기를 시작했다. 내 과거의 작업을 부정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관계를 지속하려면, 변화에 당혹감을 느끼기보단 변화의 주체가 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세주_덧붙인 할머니Ⅰ_혼합재료_45×30cm_2009

이번 전시의 여러 작품에는 할머니가 한 사람 등장한다. 얼마 전 돌아가신, 나와의 이상적인 관계를 가졌던 외할머니와 어딘지 닮아 간직하고 있던 이미지이다. 이 할머니 이미지 역시 실제 돌아가신 분의 사진으로, 죽음으로 인해 삶의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다. 실패한 관계를 외면하고 싶을 때 내 비겁함의 도피처가 되어주었던 이미지이자 동시에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이상적인 관계를 떠올리게 해주는 이미지이기도 했다. 최근 작업들에서 서로 뒤섞인 여러 이미지들이 새로운 내러티브와 관계를 형성해나가는데 반해 할머니 이미지로 전개된 작업들은 지속되지 않는 관계들을 대면하게 한다. 작업과 사적인 영역에서의 내 관계들은 항상 변화하고 또 종종 실패하곤 한다. 사람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실패의 상처를 감추지만, 흉터는 항상 남기 마련이다. 실패와 대면한다는 것은 흉터를 감추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할머니 이미지들은 나의 흉터와 다르지 않다.

구세주_분홍 할머니_실크스크린_32×126cm_2009
구세주_초록 바탕 할머니_실크스크린_32×84cm_2009

변화하는 작업을, 관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새로운 관계를 위한 통로로 만들고자 하는 공간이 『할머니의 방』展이다. 그것이 실패한 관계이더라도 무시하지 않고 마주보아 다음을 위한 도구로 삼는 것이 더 나은 관계를 전개할 수 있게 하는 태도라 믿기 때문이다. ■ 구세주

Vol.20090420f | 구세주展 / KOOSEHJOO / 具世周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