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ort

김천수展 / KIMCHUNSOO / 金千洙 / photography   2009_0422 ▶︎ 2009_0505

김천수_Resort-#76_C 프린트_120×16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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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2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1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디지털 노마드의 손과 눈 ● 가상공간이 우리의 생활에 가져다준 변이는 다양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발의 도움이 없이도 온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는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별 역할 없이 부어만 가는 발이 안쓰럽기도 하다. 발에 비하면 손은 엄청나게 역할이 늘어났다. 능숙하게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다루는 자들의 손은 눈의 지시를 따르는 수동적인 수준을 벗어나서 손톱 끝에 날개라도 달린 듯 신세계를 탐험한다. 디지털 시대의 손은 사람과 세상을 연결시키며, 때론 피아의 경계를 교란한다. 김천수의 리조트 시리즈는 작가의 손이 컴퓨터 앞에서 얼마나 날래고 활기차게 움직였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대신 마우스의 오른쪽 버튼을 클릭한다. 그의 사진의 밑그림인 어디선가 보았음직한 지난 휴가의 추억, 혹은 다음 휴가에 가보고 싶은 어딘가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은 본래 누군가의 여행 기념사진이었다. 작가는 웹서핑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올려 논 세계 여행사진들을 부러운 마음으로 수집한다. 그리곤 그 사진들에서 주인공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나감으로써 그 안에 자신의 호기심과 기대를 담는다. 그가 구축하는 휴양지는 타인의 과거에 대한 증명에서 출발해서 자신의 기대에 찬 소망으로 완성된다. 따라서 그의 사진은 현실이면서, 동시에 상상이다.

김천수_Resort-#77_C 프린트_120×160cm_2009
김천수_Resort-#81_C 프린트_90×98cm_2009

누군가의 추억이 소망으로 바뀌고, 누군가의 과거가 미래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작가의 손에 의해 매개되었다면,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들은 단지 눈만으로도 그 여행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본래 사람의 눈에 생기는 상(像)은 김천수의 작품처럼 흐릿하다. 물론 시선을 고정시킨 정면에서 부분적으로 선명한 초점을 맺을 순 있지만 주변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흐려진다. 우리가 대상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눈동자를 움직여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을 늘려가면서 머리에서 합쳐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선명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김천수의 사진은 우리의 눈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행하고 있는 시지각의 한 단위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가 만들어낸 미래와 상상 속의 기념사진은 피사체의 크기와 선명도 등을 조작하여 흐릿한 윤곽선 정보에 의존해서 세상을 보도록 한다. 그 결과 색 정보의 대비 효과는 증폭되는 반면 세부 디테일은 거의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우리는 그곳이 어디인지 등장인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 숨겨지거나 생략된 정보들을 스스로 메워가면서 나만의 휴양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김천수_Resort-#82_C 프린트_90×85cm_2009
김천수_Resort-#84_C 프린트_130×120cm_2009

김천수의 작업태도는 일면 취미노동의 시대를 사는 디지털 노마드의 마인드를 유포한다. 전통적인 풍경사진나 기념사진의 가치가 그 시간과 공간에 대한 완전한 소유에 있었다고 한다면, 김천수의 사진에서 휴양은 소유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경험하는 것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두었다. 그에게 있어서 휴식의 즐거움은 반드시 새로운 땅을 밟고 서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행위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마우스를 눌러 이미지를 내려 받는 행위로부터 촉발되는 휴양과 관련된 온갖 들뜬 기분과 나른한 이야기들로 대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에서 피라미드 사막과 휘슬러 눈밭은 누구에게도 완전히 소유될 수 없는 대상으로 환원되었고, 그 결과 누구라도 그의 사진을 보면서 자신만의 자유로운 휴가를 설계할 수 있다. 김천수의 손을 빌어, 우리의 눈은 정보를 수집하고 정서를 느끼고 사고를 하고 행동에 옮기는 과정의 어느 부분이라도 선택적으로 완결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눈은 이제 세상 구석구석 어디서라도 쉴 곳을 찾을 수 있다. 코엘료의 말에 따라 "충만하게 즐기는 것이 곧 삶의 목적이다."라고 믿기만 한다면 말이다. ■ 신수진

Vol.20090421d | 김천수展 / KIMCHUNSOO / 金千洙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