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생동 氣韻生動

강나루展 / KANGNALU / 康나루 / sculpture.painting   2009_0423 ▶︎ 2009_0505

강나루_모란_acryl on stone, fomax cutout_33×25×17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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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대전시 문예진흥기금 젋은예술가 선정展

2009_0423 ▶︎ 2009_0428 초대일시_2009_0423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이공갤러리_IGONG GALLERY 대전시 중구 대흥동 183-4번지 Tel. +82.42.242.2020 igongart.com

2009_0429 ▶︎ 2009_0505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3층 제1특별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보다 많은 것을 접하고 직접 경험하려는 나의 의지는 내게 주어진 모든 기회를 주저함 없이 받아들이게 했다. 새로운 경험의 기회가 나에게 오면 일단 문을 열고 발을 딛고 보는 것이다. 이런 내게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가는 여행은 큰 즐거움이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항상 이국적인 사진이 듬뿍 담긴 여행서적들로 손이 갔고, 낯선 곳의 삶을 보여주는 여행다큐는 나의 일상에 활력소 같은 힘을 주었다. 이런 힘을 좇아, 나의 의지를 따라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배낭을 메고 유럽, 미국, 동남아시아 등 10여개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 나의 관심거리란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한 모든 시각적인 요소들이었다. 캄보디아에서는 어느 식당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의 빼곡한 문양들에서, 뉴욕 맨하탄에서는 브로드웨이 특유의 입간판들이 정신없는 듯 보이지만 활력이 넘치는 에너지를 주었던 것처럼 각 나라의 도시들은 저마다 고유한 어떤 활기 같은 것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었다.

강나루_사계(春夏秋冬)_acryl on fomax cutout_각 102×66×5cm_2009

순수예술을 전공하며 늘 나의 고민은 작품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다. 여행을 다니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나는 작품에 대한 정체성의 고민 이전에 나 자신의 정신을 확립하고 그 뿌리부터 이해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생각은 곧 다른 나라의 특색에 열광하기 이전에 내가 태어나고 자란 우리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마음에서 한국 전통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후로 생각 없이 지나치던 한옥에 걸음이 멈추어졌고, 맑은 공기를 찾아 오른 산에 위치한 사찰의 단청들이 보여주는 색감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상에서 혹은 전통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가던 중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유정신이 스며있는 선조들의 민화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강나루_기운생동(氣韻生動)_acryl on fomax cutout_가변설치_240×500×15cm_2008~2009

서민의 삶 속에서 태어난 미감이 충실하게 녹아있는 민화의 독특한 시각과 채색기법은 나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었다. 민화의 꽃그림들로부터 받은 직관적인 감흥을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감흥을 새롭게 펼쳐 보고 싶었다. 석도의 미학에서는 '전통을 몸에 갖추되 새롭게 창조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온고지신(溫故知新)정신으로 기운생동(氣韻生動)한 작품들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운생동은 사혁의 육법화론중 제일 핵심이 되는 첫째로서 살아있는 즉,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시대에 따라 그 의미도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지만 사물의 모방보다는 정신의 표현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은 늘 내가 중요한 의미로 생각하던 것이었다.

강나루_엄마와나_painted on aluminium cutout_184×120cm_2009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어야 새로운 것이 보이듯이 나의 작업에는 민화에서처럼 이름 모를 수많은 꽃들이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모란도, 연화도 등을 재해석하여 시작되었지만 발랄한 기(氣)를 담기 위해 민화의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작업들은 커팅된 플라스틱 재료 위에 아크릴 색을 입혔고, 모두 겹치거나 포개어지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커팅된 곳에서 보여지는 것들과 각 면들이 공간을 두고 겹쳐지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생겨나는 미세한 그림자들로 인해 평면 그림 같으면서도 생기 있게 움직이는 듯한 입체감을 살리려고 했다. 색은 초기에는 단청이나 오방색 같은 전통색에 바탕을 두었다가, 기운이 살아 움직이는 즐거움과 활력을 위해서라면 굳이 전통 색 만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느끼지 못했다. 때문에 작업에 임할 때 가슴 속에 몰두하여 무의식중에 심상이 옮겨져 뜻 가는 대로 맡겨두려 붓을 들었고, 그로 인해 무한히 많은 색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다양하게 표현한 색들은 나에게 편안함을 갖게 해 준 것 같다. 인간의 감정은 그 무한히 많은 색보다 훨씬 다양하다. 아무리 많은 색을 보여주었어도 같은 느낌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며, 같은 색이더라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강나루_모란_acryl on stone, fomax cutout_36×25×15cm_2008
강나루_환상_painted on paper cutout_45×27×3cm_2008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은 크기의 면들을 채색할 때는 가는 붓으로 몇 번씩 덧칠해주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이런 되풀이되는 작업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며칠에서 몇 달로 이어졌다.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서 어쩌면 당연한 지속적인 인고의 과정이 끊임없이 활동하고 움직이고 싶어 하는 성향의 내게는 끈기와 인내를 갖게 해주는 일종의 정신적 수양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강나루_기운생동_2009

이제 막바지 전시 준비가 한창인 요즘, 거리의 만발한 꽃나무가 전하는 봄의 기운에서 생동하는 젊음과 거침없는 열정의 힘을 재충전 해 본다. ■ 강나루

Vol.20090423b | 강나루展 / KANGNALU / 康나루 / sculpture.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