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임展 / HATAEIM / 河泰任 / painting   2009_0425 ▶︎ 2009_0513

하태임_통로 Un Pass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30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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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425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갤러리 아트사이드 베이징_SPACEⅠ GALLERY ARTSIDE Beijing_SPACEⅠ DaShanZi Art District No. 4 Jiu xiangqiao Road, Chaoyang District Beijing P.O. Box 8503 P. R. CHINA Tel. +86.10.5978.9192 www.artside.org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젊은 작가의 추상회화가 사라지고 있다. 사실 10년 전만해도 추상회화는 이렇게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페인팅 자체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다. 온통 사진처럼 정교하게 그린 구상회화, 구상회화에 회화적 요소를 가미한 것, 대중적 캐릭터를 소재로 삼은 것 등이 넘쳐 날 뿐이다. 감성, 직관, 심리적 영역을 극대화하는 추상회화는 다른 어떤 경향보다도 감상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 낸다. 그만큼 정해진 답이 없다는 뜻이다. 온갖 이미지가 대량 생산되고, 그림에서 무언가를 빨리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긴 호흡이 필요한 추상은 어쩌면 이 시대에 안 어울릴지도 모르며, 인내가 있는 사람도 그렇게 많아 보이질 않는다. ● 하태임은 요즘 보기 드물게 추상회화를 그린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와 대조되게, 그의 방법은 매우 느리고 수공적이고 감성적이다.

하태임_통로 Un Pass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400cm_2008

또한 물질적인 것과 현상적인 것을 벗어나 내면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을 추구한다. 어떻게 보면 거꾸로 가는 것이다. ● 우선 그의 페인팅은 '지우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하태임의 프랑스 유학과도 연결될 수 있다. 유학생활을 하면 누구나 겪듯이 그 역시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소통의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단순히 사람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소통에 기반이 되는 체계, 즉 한글과 알파벳에서 오는 차이점과 그로 인한 인식의 차이 등. 소통의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논리적 소통이 아닌 감성적 소통으로 그 간극을 메우고자 했다. 그래서 작가는 문자를 이미지화하고, 나아가 문자를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엔 다소 부정적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결코 말 그대로의 부정은 아니었다.

하태임_통로 Un Pass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0×270cm_2008

오히려 재생산의 의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진리, 시, 남성, 여성 등과 관련된 문자를 밑바탕에 넣고 그것을 지웠다. ● 9년 동안의 유학을 마치고 99년 한국에 돌아온 하태임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문자라는 언어를 배제하고 지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색이 주는 느낌과 색의 차이에 주목한다. ● 하태임의 대표연작「통로」는 그러한 그의 의도를 비교적 잘 나타낸다. 먼저 그는 캔버스에 여러 색채를 칠한다. 그리고 그 색채들을 지우는 '행위'를 시작한다. 지운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자하면 포테이토스틱같이 길쭉한 색면을 그 위에 덧칠하여 형상을 없애는 방식이다.

하태임_통로 Un Pass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200cm_2008

이 기다란 색면은 붓으로 한번에 칠한 것 같지만, 사실은 5-10번씩 붓질을 반복해서 완성한 것이다. 물감에 물을 묽게 타서 굉장히 느린 호흡으로 천천히 칠하고, 그것이 마르기까지를 기다린 후, 똑같은 호흡으로 그 위에 다시 붓질을 하는 것이다. 이후 그 색면 위로 다른 색면이 올라간다. 하태임은 유화가 아닌 아크릴 물감을 선택하고, 또한 물감을 팔레트에서 섞지 않고 물감 원액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렇기에 투명한 색들이 겹쳐지고 그 밑에 색과 섞이면서 미묘한 색채가 탄생한다. 초창기에는 그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로 흰색과 노란색을 애용했는데, 최근에는 진한 색으로 변화를 주기도 한다. ● 또 다른 연작「문」은 좀더 비정형적인 형태이며, 자유로운 스트로크가 이용된다. 그러나 형태가 아무리 비정형이라고 해도, 역시 똑같은 붓질을 5번 이상한 것으로「통로」와 제작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태임_통로 Un Pass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200cm_2008

그러므로 면과 면 또는 색과 색의 경계가 확실한「통로」 연작 보다「문」연작이 훨씬 실패작이 많다고 한다. 매번 같은 감정으로 붓질을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색들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결코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이처럼 수고스러운 붓질과 아크릴 물감의 활용은, 밑바탕의 색을 지우더라도, 그 색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게 한다. 특히 계속해서 색들이 덧칠 되면서, 어떤 부분은 맑거나 가볍게 되고 어떤 부분은 흐리거나 무겁게 보이게 된다. 색을 얼마나 중복했느냐 혹은 색면을 어떻게 배열했느냐에 따라 같은 화면 안에서 다채로운 양상이 생겨난다. 따라서 그의 페인팅은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다수의 물리적 층을 가진 회화이다. 게다가 그 물감층 사이에는 작가의 행위와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

하태임_통로 Un Pass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200cm_2008

결국 하태임의 페인팅이 가진 특징은 색들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는 수평적으로 인접한 색의 조합에서 발생하는 유희를 탐구뿐만 아니라 물감층이 서로 포개지면서 발생하는 수직적 색의 조합도 놓치지 않는다. ● 하태임의 세 번째 연작인「인상」은 형태적으로 이전 두 시리즈와 좀 다르다. 가르다란 색띠들이 차례로 배열되어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색의 조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의 예술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물론 색은 여러 번 겹쳐 칠해진 것이다. 여기서는 서로 다른 색들이 교차되지 않았기에 오로지 낱개의 색에만 집중할 수 있다. ● 이러한 그의 색채 유희는 캔버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하태임_통로 Un Pass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08

더불어 단지 시각적 즐거움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그는「통로」,「문」,「인상」 연작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 맺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섬세한 감정을 자극하고자 한다. 즉 가시적인 세계의 통로를 지나면서 문을 만나게 되고, 그 경계를 넘어 실제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영역, 즉 정신적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자 한다. 그곳에서 마주하는 것은 아마도 태초의 빛일 수도 있다. 그 빛을 맞이하는 인상. ● 그렇기에 캔버스는 그에게 있어서는 부분에 불과하며, 그는 그의 그림이 캔버스를 벗어나 벽면과 공간으로 무한히 확장하기를 바란다. 하태임은 "나는 그림을 그릴 때 항상 끝을 모르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라고 말하듯, 그녀의 예술 행보도 정지된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새로움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그 뒤에 항상 자리한다. ■ 류한승

Vol.20090426a | 하태임展 / HATAEIM / 河泰任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