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balance

이형욱展 / LEE HYUNGWOOK / 李炯旭 / sculpture.installation   2009_0925 ▶︎ 2009_1018 / 월요일 휴관

이형욱_Interconnect_포맥스에 디지털 프린트_50×63×3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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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924_목요일_05:00pm

금호미술관 영아티스트 기획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F1 전시실 Tel. +82.2.720.5114 www.kumhomuseum.com

일상의 디아스포라 ● 우리는 단조로운 일상이 깨지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때론 일상에 반전을 꿈꾸기도 하고 일상의 프로파간다에 지배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일상은 디아스포라를 꿈꾼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조로운 일상이란 규칙과 체계의 지배하에 있는, 마치 시계가 내장된 과학적 계획표와 같다. 이 규칙을 짜고 체계를 이루는 근저에는 감각적이고도 이성적인 인식, 익숙함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을 매일 봐왔던 것처럼 보기도 하고 매일 봐왔던 것을 때로 두려워하기도 한다. 일상 그 자체로 판타지임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일상이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서 판단되는 모든 것 이후에 남은 것에 불과하다. 단지 불명확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인간의 이성이 일상이란 이름을 통해 재분류한 것들이다. '익숙함'이란 감정은 이것을 자연스럽게 포장한다. 익숙한 것, 친숙한 것은 이미 낯선 것인 셈이다.

이형욱_빠르고 안전한 것_포맥스에 디지털 프린트_120×70×31cm_2009
이형욱_I, My, Me_포맥스에 디지털 프린트_57×56×36cm_2009

unbalance ● 펩시와 콜카콜라가 만났다. 언젠가 펩시는 단지 조금 더 단맛이 나는, 코카콜라의 아류에 불과했다. 이들의 대표 브랜드가 커다랗게 부착된 푸른 색과 붉은 색의 컨테이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조합은 서로 춤이라도 추듯, 때론 힘자랑이라도 하듯 대등하게 맞붙어 있다. 「Kolapact」를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두 번째 개인전에서 보여준 「double play」가 떠오른다.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달리는 트럭의 묘한 조합, 「double play」는 이성의 굳건한 체계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kolapact」는 뚜렷한 목적성을 지니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이형욱의 작업들은 이전 작업과 다른 새로운 목소리를 지닌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모델링하고, 새로운 형태로 재조합해내던 작업형식은 그대로이다. 하지만 이전 개인전에서는 단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굳건한 체계의 뒤틀림을 시각적 조합으로만 보여줬다면 이제 각각의 작업들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형욱_바로 그 지점_포맥스에 디지털 프린트_70×70×70cm_2009
이형욱_옆집_포맥스에 디지털 프린트_100×150×80cm_2009

트럭'이라는 용도로서의 차가 아니라 우체국 로고가 선명히 박힌 트럭이 등장한다. '포크레인'이라는 용도로서의 건설현장 차량이 아니라 경찰 로고가 선명히 박힌 차가 등장한다. 우체국 차가 우체국 차를 꺼내는 모습, 경찰차가 서로 크기도 용도도 다른 네 개의 바퀴를 달고 있는 모습은 일견 단순히 용도를 뒤틀고 비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도구적 도구가 더욱 도구화되는 것 같다. 하지만 커다란 아라베스크 풍의 카펫을 보고 있노라면 이 도구화는 일상에 대한 온갖 판타지로 전환된다. 무수한 창들이 규칙적으로 조합되어 아라베스크풍의 카펫 무늬를 만든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작가의 일상에 대한 이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세밀하게 조합된 이 기록물은 일상 속에 숨어있던 굳건한 체계에 대한 그의 연구보고이다. 일상의 사물을 뒤틂으로서 굳건한 체계를 드러내려 했던 그의 시도가 사실은 일상 자체가 판타지임을 드러내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의도된 목표와 연구를 거쳐 수집된 자료들은 사실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 일상의 감각과 이성, 익숙함은 지배된 어떤 체계가 아니라 이미 체계화되고 남은 것이다.

이형욱_정확한 focusing_포맥스에 디지털 프린트_28×80×22cm_2009

분류되지 못하고 남은 것이 너무도 크기에 그것 자체가 체계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 불안한 판타지는 그래서 한곳에 머무를 수 없고 대 이주를 시작한다. 다만 그 이동 정도가 너무도 미세하기에 느끼지 못할 따름이다. 스스로 완전히 체화시켜 버린 이 인식의 속도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멈추어 버림으로 느껴진다. 커다란 뒤틀림. 이 괴물스런 유기체의 형상은 원래 어떤 강을 가르던 교각이었다. 아니, 우리가 '교각'이라 이름붙였던 것의 진실한 모습일지 모른다. 작가는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서 스스로 멈춤으로 그 형상을 인식했다. 우리가 일상을 인식하는 방법 그대로 일상의 빈틈 속 분류되지 않고 남은 또다른 찌꺼기, 일상을 인식한 것이다. 이전과 비슷한 방법론의 작업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 분류되지 못한 찌꺼기인 일상 속에서 그것들 각자가 새로운 분류와 기준법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말과 같다. 일상이라고 느끼는 모든 사물은 통계적 표준에 의한 분류에 지나지 않으며 존재하는 모든 종(種)은 그 자체가 기형이라는 이야기다.

이형욱_Kolapact_포맥스에 디지털 프린트_70×140×70cm_2009

이형욱은 이 모든 것들을 작업을 통해 기록한다. 그러나 이 기록행위를 통해 일상을 전복하려 들지 않는다. 이번 전시의 작업에는 각자의 목소리가 존재하나 그들의 기호가 범람하지도 않는다. 또한 기록들은 시각적 익숙함을 뒤트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너무도 식상해진 서프라이즈 엔딩도 아니다. 이 세밀한 연구자는 조용히 기록하고 만든다. 그의 익숙한 일상적 행위 자체는 그러나 우리의 기준에서 너무도 기형적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시간과 공간을 멈춘 일상의 빈틈 속에서 이 모든 것들은 또한 일상이라고. 그렇게 그는 다시 두려운 일상의 디아스포라 속에 자신을 감춘다. 다시 그것들은 하나의 일상이 되고 말 것이 두렵다. 지금 여기, 이 뒤틀린 일상 속에서 잠시 스스로를 멈추어 보길 권한다. 이 세밀한 연구자의 기록을 읽기 위해. ■ 서원석

Vol.20090902i | 이형욱展 / LEE HYUNGWOOK / 李炯旭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