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Rewind

김학리展 / KIMHAKREE / 金學里 / photography   2009_0904 ▶︎ 2009_0917 / 일요일 휴관

김학리_숲 #01_디지털 프린트_77×115.5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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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905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브레송_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충무로2가 고려빌딩 B1 Tel. +82.2.2269.2613 cafe.daum.net/gallerybresson

사진이 탄생한 이래, 사진의 뛰어난 사실성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들이 맞서왔다. 실재를 재현하는 이미지의 객관성과, 이미지 너머의 진실의 일면을 비추고 있는 주관성에 대한 논쟁은 하이퍼 리얼리티가 디지털 미학이 되는 시점에서 더 이상 논쟁거리도 못 된다. 김학리의 흔든 사진에서 재현의 사실성과는 현격히 거리가 먼 시간성을 발견하는 것은 움직임의 궤적을 담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의 사진에는 악마적인 느낌의 거친 큰 동작, 그리고 그의 어린 시절 위험과 공포의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추락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녔다. 높은 벼랑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잡초 줄기를 부여잡고 버틴 기억이 그의 사진으로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죽음 문턱의 위기 상황에서 한 어린이의 목숨을 건져 준 것이 한낮 이름 모를 잡풀이라니, 근사한 비유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충분하게 극적인 스토리 텔링이다.

김학리_숲 #02_디지털 프린트_77×115.5cm_2005

그래서 그의 두 번째 사진전에는 바로 무명의 자연이 찍혀있다. 외관이 흐트러져서 우리가 종을 파악할 수 없는 나무와 풀, 그리고 꽃들이 회화적인 화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다. 펜닝 기법으로 포착된 자연물들은 대체로 선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화면의 동적 구성을 고조 시키는 데에 한 몫 한다. 큰 빗자루로 마당을 쓱쓱 쓸 듯 화면에서 튀어나오며 요동친다. 중간 색조의 번짐보다는 화면을 긁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 채도가 떨어지는 대신 명도가 올라가서 투명한 효과를 획득한 그의 흔들리는 사진이 자아내는 우연의 효과는 그의 소박한 피사체들을 빠르게 회전하는 회오리의 다발로 변신시킨다. 우리가 배웠듯이 지구 자전의 방향에 의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회오리의 나선형이 생겨난다. 자전과 만유인력의 절묘한 조화가 빗어낸 물리 현상이다. 수돗물이 물구멍으로 빨려 들어갈 때도, 도로시를 마법의 세계 오즈로 데려간 토네이도 역시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

김학리_숲 #03_디지털 프린트_115.5×77cm_2005

에너지를 모우기도 하고 분출하기도 하는 불완전한 양면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김학리는 조형적인 면에서 최소한 2가지의 이득을 얻고 있다. 하나는 과녁처럼 시선을 모우는 하나의 지점에 대한 집중의 효과, 둘째로 화면 구성의 통일성으로 고유의 스타일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게슈탈트의 유사성과 연속성의 원리에 의해 하나의 장면에서 또 다른 지점으로 원심력 에너지가 강하게 전파되어 전시장에 퍼져가는 것이다. ● 인물이 부재하고 시선만이 남았음에도 그의 사진에서 극적인 긴장감을 더해 주는 것은 관객의 시선을 작가의 시선과 동조화 시키는 놀라운 집중력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리_숲 #04_디지털 프린트_77×115.5cm_2005
김학리_숲 #05_디지털 프린트_68×102cm_2005

그의 작품은 대상을 객체화 시켜서 들여다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의 목격자가 느꼈던 현기증 나는 긴박감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리고 죽음 직전의 상황을 경험한 이들이 말하는 플래쉬백 상태를 체험케 한다. 이것은 짧은 한 순간 사이에 지난 시절들의 봉인된 기억들이 순식간에 풀리고 그것들이 엉키면서 초고속으로 재생되는 찰나의 현상이다. 작가는 긴박했던 위기의 순간 빙글빙글 돌아가듯 보이는 세상을 보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되감기는 기억의 편린들을 지금까지 간직해 왔으며 격한 흔들림 속에 감추어 두었던 것이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것도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김학리_숲 #06_디지털 프린트_77×115.5cm_2005

사진 기술이 대중화 되어 고급 디지털 카메라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요즘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본 것을 찍고 이미지를 퍼트린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현재 사진 기술의 능숙도가 작가를 가르는 유용한 기준이 될 수 없다. 현대 사진에 있어서 기술적인 면은 국제적인 평가의 기준이 아니다. 이미 보여주기에 성공한 작품에 대하여 미학적인 평가가 우선되어야 함에도 때때로 테크닉 사용에 대한 엄격하고 냉소적인 비판은 사진이 창작의 매체일 뿐이라는 기본 명제를 잊게 한다. 즉 매체로의 무한한 가능성에 현대 사진의 길을 열어야 한다. 김학리 작업의 가능성은 아이디어와 행위를 연결하는 단순성에 있으며 충분히 새롭게 미학적 성공을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러므로 기술적인 요소의 사용은 이미 부수적일 뿐, 작가의 취향과 의식을 은밀하게 작동시켜 이 세계를 해석하기 위해 쓰여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시각예술에 있어서 현대성이다. 이후 김학리가 한 명의 예술가로서 '사진 작업' 에로부터 '매체로서의 사진' 에로의 확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최흥철

Vol.20090904e | 김학리展 / KIMHAKREE / 金學里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