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3卷 冬雨春雪

이수형展 / LEESOOHYUNG / 李秀炯 / painting   2009_0909 ▶︎ 2009_0915

이수형_동우춘설 冬雨春雪-좌시 左翅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텐실_162×130.3cm_200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70526a | 이수형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9_09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2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비트 미술의 가능성 ●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이미지들은 압축과 확대뿐만 아니라 수정이나 삭제가 얼마든지 가능한 가변적 실체이다. 그리고 무한대로 증식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가 순간적으로 이루어진다. 시공을 초월한 디지털 환경은 대중들에게 원본이 아닌 사본, 때로는 조작된 정보이미지를 통해 지식을 제공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들리아르가 규정한 시뮬라시옹의 개념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위기현상을 진단하기 위해 내놓은 키워드이다. 그는 어떤 실체로부터 파생된 사물이나 사건 혹은 이미지나 기호 등이 원본인 실체를 대체하는 일련의 현상에서 디지털 문화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이다. ● 이수형이 작품을 통해 접근하려는 대상은 바로 디지털 매체를 둘러싼 시각적 환경과 그 미술적 표현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이른바 그는 디지털 정보이미지가 야기하고 있는 시뮬라시옹 현상을 '冬雨春雪'이라는 기상이변에 비유하면서 문화적 차원의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이수형_동우춘설 冬雨春雪-우시 右翅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텐실_162×130.3cm_2008

언뜻 보기에 그가 다루는 디지털 환경은 지나치게 방대하고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것이어서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인지 불확실하다. 그러나 의외로 작가가 문제 삼고 있는 범주는 미술로서 조형적 프로세스와 시각적 해석으로 제한되어 있어 나름의 방향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 기호의 수학적 배열이 주는 차가움과 지루한 반복적 작업 과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화면에 흐르는 서정성은 개성적 표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이수형의 비트 미술은 이렇듯 디지털의 세계로부터 왔으나 디지털 미디어의 체계와 규칙성을 조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달리 표현한다면 0과 1의 비트에 의해 표현되는 그의 그림은 비트의 구조 위에 구축된 정보이미지의 실상과 허상, 원본과 복사본의 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미학적 성찰은 이수형의 작업을 개성적 어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정보이미지의 생산과 소통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범주를 초월하는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불가피하게 수용하면서도 0과 1이라는 비트의 개념적 형태를 통해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의문과 반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수형_동우춘설 冬雨春雪-무화 無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텐실_162×130.3cm_2009
이수형_동우춘설 冬雨春雪-무화 無花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텐실_162×130.3cm_2009

이수형의 사용하는 표현기법은 이러한 비트의 개념을 미술적 표현방식으로 풀어내려는 작가의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도구는 컴퓨터가 아니라 전통적인 스텐실 기법이다. 0과 1의 숫자를 각각 칼로 정확히 오려낸 후 원판을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화면에 물감을 올려내는 것이다. 그것이 디지털 구조로 읽히는 것은 비트를 사용한다는 점과 원본으로서 틀을 사용한 반복적 찍어내기 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그가 사용하는 무한 복제성이란 화가가 붓을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해 칠하듯이 장인적 프로세스에 다름 아니다. 반 고흐의 터치나 세잔느의 그것처럼 일정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점과 다를 바 없다. 한편 그가 사용하는 기법으로서 스텐실 역시 엄격한 수공작업이 요구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수형의 작업은,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듯이, 아날로그적 프로세스를 통해 이미지를 가시화 시키면서 디지털 시대의 원본에 대한 가치를 묻고 있다.

이수형_동우춘설 冬雨春雪-해 海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텐실_50×100cm_2009
이수형_동우춘설 冬雨春雪-적설 積雪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텐실_91×73cm_2008
이수형_동우춘설 冬雨春雪-적설 積雪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텐실_91×73cm_2009

결국 이수형의 작업은 스텐실이라는 아날로그적 기법을 통해 디지털 기호의 세계를 표현해 냄으로서 미술과 기술 사이의 상보적 관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상보적 관계는 그의 작품에 깃든 서정성과 차가운 이미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자, 이 두개의 세계를 하나의 화면에 통합하여 표현하려는 작가의 태도로부터 온 것이라 해석된다. ● 이수형의 작업에는 디지털 문화와 디지털 매체미술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코드로서 틈 혹은 사이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무엇이 있다. 그것은 실상과 가상, 진실과 거짓, 현상과 본질, 느림과 속도와 같은 기존의 디지털 미술이 채택하던 연구과제를 넘어 주관과 객관, 이성과 서정, 지각과 감각과 같은 새로운 화두를 제공해 준다. 결국 이수형의 작업은 새로운 비트 미술의 가능태로서 또 다른 시대의 미학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제3회 개인전 서문 중에서) ■ 김영호

Vol.20090909c | 이수형展 / LEESOOHYUNG / 李秀炯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