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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정展 / BAEKMIJEONG / 白美貞 / photography   2009_0909 ▶︎ 2009_0915

백미정_Untitled 91_피그먼트 프린트_125×100cm_2009

초대일시_2009_090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마지막 화요일_10:00am~12: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_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3층 Tel. +82.2.725.9256 gana.insaartcenter.com

꿈과 실재(Realty)의 파편들 ● 꿈은 원형적인 것이다. 원형적이란 정신의 역사 속에 구축된 의미나 논리가 아니다. 그것은 생득적이고 그냥 그렇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꿈은 본래 있는 것을 드러내는 길이자 얼굴이다. 꿈은 신화와 동일어 이거나 신화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인식이 '없음'이며 또는 '신뢰할 수 없는' 세계로 밀어 넣어진 것이다. 반면에 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떤 각성이나 직관의 표시로써, 뮤즈의 숨결, 신과의 접촉을 의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예술가들에게 꿈은 일종의 존재 양식인 셈이다. 역사 이전부터 인류가 자아를 각성한 이래 함께 해온 것으로 신화, 전설, 환상, 종교적 비전, 각성 등 꿈과 삼투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신비주의자들, 낭만주의자들, 초현실주의자들 그리고 대체로 시인을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은 누구나 꿈의 사도들이었다.

백미정_Fade_피그먼트 프린트_125×100cm_2009

이처럼 애매모호하며 상징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무의미하며 논리를 벗어난 꿈의 세계는 백미정의 작업이 자리하는 장소다. 꿈속을 거닐 듯, 백미정의 사진들 하나하나는 어떤 논리적 연관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백미정에게 사진이나 꿈의 이미지가 현대 정신병리학의 주제이거나 치유 과정을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꿈 보다 더 환영적인,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사진이미지들은 오랫동안 망각되고 배제된 실재(Reality)의 재평가이고 부활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어떤 원인과 결과 또는 의미의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수많은 작가들이 꿈의 논리를 찾아 몰입하고 스스로를 혼돈에 빠뜨린다. 이것은 예술이 정량적 수치를 목표로 하거나 합리적인 시장의 논리, 힘의 논리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미정_Untitled 27_피그먼트 프린트_100×125cm_2008
백미정_Untitled 07_피그먼트 프린트_50×62.5cm_2007

백미정의 사진이미지에서 그의 의식에 대해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백미정은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무의식의 기술자'이거나 '이미지 편집증'에 해당하는가? 비트겐슈타인이 언급하듯,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는 것일까? 비트겐슈타인조차 그의 말년에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깊이 사색하고 무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개인적 꿈의 파편들이란 다만 한 개인의 세계에 유폐된 것으로 보편성이나 일반성을 말하기란 힘든 것일까? 개인의 이미지는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닌 무언가 숨겨진 사실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로 보편적이며 공통적인 흔적으로 볼 수 있다.

백미정_Butterfly house_피그먼트 프린트_120×150cm_2007

백미정의 사진이미지들은 작가의 꿈을 드러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아닌 사진의 눈에 우연히 포획된 사물들의 꿈을 꾸는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사물의 꿈이란 어쩌면 사용가치를 모두 소진해 버린 사물의 나머지, 잉여가치일지도 모른다. 백미정에게 시각이미지는 인간과 사회 그리고 역사가 오랫동안 경험하고 의식하며 수용한 것들이 수렴하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무작위적'으로 건져 올려진 것이다. 그를 포함해 수많은 이들이 바로 이 무의식의 '무작위성'을 은유하는 것들의 심오함에 대해 매료되었다. 아니 어쩌면 무의식의 무작위성이 아닌 자아의 무작위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질적 상상력과 시적 정신이 만나는 장소로서의 이미지. 실재(Realty)의 파편들이 모이는 장소. 직관적이며 섬세한 정신을 지닌 이들은 어느 누구도 이 세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 김노암

Vol.20090910g | 백미정展 / BAEKMIJEONG / 白美貞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