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숲

김소영展 / KIMSOYOUNG / 金昭暎 / painting   2009_0910 ▶ 2009_0930 / 수요일 휴관

김소영_어떤 출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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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910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9:00pm / 수요일 휴관

씨드 갤러리_SEED GALLERY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교동 9번지 헤이스탑빌딩 1층 Tel. +82.31.247.3317 blog.daum.net/gallerymine

물 위에서 꿈꾸다. ●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오후.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바람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나뭇잎의 숨소리만이 들리는 곳. 그 한 가운데 잔잔한 호수 위에 가만히 떠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 순간은 어떨까. 아마도 나 자신은 물이 되고, 동시에 햇살이 되며, 그리고 숲과 하늘에 자신을 녹일 수 있을 것이다. ● 김소영이 보여주는 세상 역시 그렇다. 뒤얽힌 형상들은 그것이 무엇인 지 알 수가 없고, 어디까지가 풍경인지 형상인 지도 구분할 수가 없다. 그곳에 대해 작가는 '수동적이며 게으른 존재들의 평화로운 숲의 풍경'이라고 말한다.

김소영_Grenouille des source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00cm_2008

마치 색색의 파스텔 톤 아이스크림이 녹아 흘러내리는 것 같은 세상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마시멜로우 빛깔의 정체모를 형상들이 평화롭게 놀고 있다. 얼굴만 덩그러니 있는 개구리, 사람의 눈으로 된 집을 이고 있는 달팽이, 입에 꽃을 가득 물고 있는 앵무새, 물고기 꼬리를 코에 얹은 코뿔소, 그리고 산호초 모습의 뿔을 가진 사슴... 하지만 어느 것도 즐거워하지도 심지어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무관심한 표정을 짓고 있어, 작가의 말처럼, '수동적이며 게으르게' 보인다. 그리고 사이사이 잘려지고 먹히는 인간들, 터질 듯한 핏줄이 주는 기괴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색깔들,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는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김소영_Heart-scape No.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09
김소영_Heart-scape No.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09

이러한 풍경들은 숲 가운데 호수 표면에 어지러이 비치는 잔영들인 듯도 하고, 호수에 떠서 깜박 잠이 든 꿈속의 모습인 듯도 하다. 작가 김소영이 물의 표면, 그리고 잠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로 '수면'을 보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아래에 있는 풍경과 꿈을 그림에 담았다. 그렇다면 수면 아래의 풍경, 그리고 꿈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꿈속에서 나비였을 때가 너무나 즐거웠던 나머지 자신의 존재가 어디에 속해있는 지 헛갈려 버린 장자. 그처럼 김소영은 그림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결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한 사람으로, 그리고 한 여자로 보고 느낀 현실의 본 모습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김소영_Stuffed plane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1×53cm_2009

메를로-퐁티가 「눈과 마음」(1964)에서 회화는 화가가 세계를 보는 일상적인 시지각 속에서 존재 이전의 비밀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한 것처럼. 그리고 메를로-퐁티의 비유에서처럼, 수영장 바닥의 타일을 보는 것은 물과 반사광을 거쳐서 보는 것이며, 그 같은 왜곡, 즉 물의 살이 있어야만 그것이 존재하는 방식대로 그 위치대로 보는 것처럼. 그리고 물에 어른거리는 반사광이 옆의 삼나무 숲까지 올라가 물의 생기발랄한 특성을 내보이는 것까지 말이다. 이러한 과정, 다시 말해 화가의 작품을 통하여 보이는 세계, 그 왜곡된 세계는 마치 물의 살을 느끼듯 작가가 바라본 현실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왜곡된 이미지가 담긴 화폭은 다시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김소영_Fishbor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1×53cm_2009

그래서 김소영의 그림을 통하여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김소영에게 있어, 물의 표면은 삶의 위치와도 같다. 물 위에서 숨을 쉬고 있지만, 물속을 하염없이 꿈꾸며, 들여다볼 수 있는 곳. 그러면서도 물의 흐름을 따라 아직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를 할 수 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는 세상에 노여워하지 않는다. 단지 그림 속 형상들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세상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유토피아의 세계, 그리고 자신의 태곳적 안락함이 있는 곳을 향해, 그 닿을 수 없는 섬을 향해 계속해서 꿈을 꾸며 나아가고 있다. ■ 허나영

Vol.20090910h | 김소영展 / KIMSOYOUNG / 金昭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