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자기 한 집

이경은展 / LEEKYOUNGEUN / 李京垠 / printmaking   2009_0909 ▶︎ 2009_0927 / 공휴일 휴관

이경은_엄마라는 배를 타고_드라이 포인트_40×54cm_2009

초대일시_2009_09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봄_SPACE BOM 서울 동작구 대방동 한숲길 22번지 서울 여성플라자 1층 Tel. +82.2.810.5086 www.seoulwomen.or.kr

밝고 깊게 그려 낸 '아기 자기 한 집'● 이경은의 작업들은 깊으나 무겁지 않고, 밝으나 가볍지 않다. 따뜻하지만 밀폐되어 있지 않고, 반성적이지만 부정적이지 않다. 그녀의 작업에는 아이들과 남편에 둘러싸여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는 지점과, 엄마도 아니고 아내도 아닌 채 자기 자신이고자 하는 지점이 동시적으로 동일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녀의 집에는 흘러감과 멈춤, 충만과 공허, 빠름과 느림, 복수성과 단수성, 순간과 영원,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실체와 그림자처럼 상이하고 모순적인 영역이 서로 분리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공존하면서 소외감과 무력감을 떨치고 있다.

이경은_그땐 날아다녔지_드라이 포인트_36×25cm_2009
이경은_형아랑 손잡고_드라이 포인트_40×27cm_2009

부정의 격렬함 없이 기우뚱거리며 균형을 이루는 이러한 공존은 작가가 길고 천천히 늘어난 시간, 그리고 여러 층으로 다양한 각도로 잘게 쪼개진 균질적이지 않은 공간을 삶의 축대로 삼고 있어서 가능한 것 아닐까? 이번 전시 '아기 자기 한 집'은 아기들과 '자기'로 불리는 남편이 나와 '함께 있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따로' 있을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아기자기한'의 단일하고 편협하며 공허한 이미지의 현실을 넘어 다양하게 움직이는 현실의 이미지를 생산한다. 

이경은_그릇_드라이 포인트_54×40cm_2009
이경은_재미_드라이 포인트_40×54cm_2009

먹의 농담으로 이루어지는 수묵화처럼 많은 색들이 등장하지 않는 그녀의 판화에는 서정성이 짙게 깔려 있으면서도 상징성이 강하다. 밝고 천진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매달려 있는 나무, 호기심과 재미로 가득찬 아이들을 태운 배는 땅 속에 깊은 뿌리를 내려야 하는 어머니, 거친 파도나 센 바람을 이겨야 하는 '큰' 어머니의 상징이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 동화 속 이상향처럼 보이는 풍경을 가까이 천천히 들여다보면 '작은' 어머니의 드러나지 않은 불안과 미세한 떨림이 배의 흔들림, 나무의 힘겨움으로 표현되어있다. 이는 작가가 주로 드라이포인트의 기법을 이용하여 거칠고 촉각적인 표면을 만들어내면서, 다양한 색채를 통한 직접적 전달보다는 단일 색감의 차이에 기대고 있는 데에서도 드러난다.

이경은_엄마 미안해요_드라이 포인트_27×40cm_2009
이경은_엄마와 매미 둘_드라이 포인트_56×38cm_2009

판을 오려 찍고 붙인 작고 예쁘게만 보이는 작업들과 직접 드로잉한 큰 그림들도 정서적 구속력을 벗어버리지 않는다. 작은 판화들은 형상들이 반복해서 등장하기도 하고 부피를 두텁게 하여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외관적으로는 한결같고 반복적인 일상이라도 그 밑에 감추어진 두께는 결코 고르지 않음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부유하는 큰 형상들은 테두리의 두꺼운 경계를 두르고 있어 일상과의 단절이나 화려한 축제의 부활을 꿈꾸지는 않는다. 이경은 작가의 작업 속에 녹아있는 이러한 정서적 구속력은 미적인 표현이 절제와 배려의 윤리적 행위와 결합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 임정희

Vol.20090911h | 이경은展 / LEEKYOUNGEUN / 李京垠 / printma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