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gram of light 빛의 다이어그램

박현주展 / PARKHYUNJOO / 朴昡姝 / painting   2009_0915 ▶︎ 2009_0929 / 일요일 휴관

박현주_Diagram of Light-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금박_215×227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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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915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빛갤러리_VITGALLE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76번지 인곡빌딩 B1 Tel. +82.2.720.2250 Vitgallery.com

박현주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템페라를 연구한 화가다. 템페라는 수성용매를 섞어 제작한 그림을 일컫는 것으로 점착제(粘着劑)가 들어있지 않은 그림물감을 사용하는 프레스코와 비교된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예술대학에 재학하면서 템페라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땄다. 작품활동도 활발한 편이어서 국내외 화랑, 즉 오사카 카wm갤러리, 필라델피아 크리클로아트 갤러리,동경 고바야시갤러리, 독일 DNA갤러리, 선화랑, 인화랑, 금산갤러리 등에서 각각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빛갤러리 개인전은 작년 선화랑에서의 설치전에 연이은 국내전으로 평면작품과 일부 저부조 작품이 출품된다. ● 박현주의 작품에는 '금박'(Gold Leaf)이 빠지는 법이 없다. 옛부터 내려온 수법을 이어받아, 금박을 원하는 모양대로 잘라 지지체에 조심스럽게 붙이고 주위를 아크릴 물감으로 도포하거나 템페라로 덧칠을 해간다. 중세 제단화에서 천상의 빛, 신성과 그리스도의 영광 등을 나타낼 때 이용한 금박을 자신의 방법론으로 삼는 것은 작가가 사실의 전달보다는 초월적인 가치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표시로 읽힌다. 구체성이 희미해지는 대신 그 자리를 영원성과 불멸의 정신성으로 대체시킨다. 그 자신도 "물체인 오브제가 빛을 입는 순간 그 물성을 상실하고 전혀 다른 존재로 승화"한다고 적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2,3차원에 속했던 오브제가 다른 차원으로 '이행'하는 것으로써 물질로서의 오브제가 물질을 초월한 공간으로 옮겨간다." (박현주) 박현주의 스승인 사또 이찌로교수(동경예술대학)가 말하듯이 박현주는 "과거의 영원한 예술의 본질과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언급에서 그가 금박을 애용하는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박현주_Diagram of Light-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금박_180×227cm_2009
박현주_Diagram of Light-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금박_180×227cm_2009

박현주의 금박 작업은 '천사같은 사람'이란 뜻을 지닌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의 「성모자상」을 모사하면서 시작되었다. 또 이탈리아 산마르코 수도원에서 안젤리코의 벽화를 돌아본 뒤 "천사나 성인의 얼굴엔 어디에선가 본 듯한 친근한 기원이 감돌았고, 붓질의 표현을 통해 프라 안젤리코가 참으로 따듯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음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안젤리코의 작품에 매료되면서 작품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을 받은 셈이다. 단순히 재료적 흥미만이 아니라 도미니크교단의 수사였던 사제로서의 기독교적 정신세계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박현주_Diagram of Light-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금박_130×162cm_2009
박현주_portrait of P.K.J.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금박_100×100cm_2009

이번 작품전에는 대략 세가지 유형의 작품이 출품된다. 하나는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된 그림이요 둘째는 가족그림이요 셋째는 직육면체의 오브제 작업이다. 먼저 기하학적 패턴의 그림인 「빛 상상 도면 Diagram of the Light」을 살펴보면, 바탕에 금박을 입히고 그 위에 형형색색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삼각편대를 이루고 가장자리에 다시 동그라미가 에워싸고 있다. 중앙이 비어 있는 것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실선의 동그라미가 들어 차 있다. 물론 조심스럽게 금박을 붙인 동그라미다. 둘째 가족그림인 「황금배경 인물도」에 있어서도 금박이 들어간다. 몇 년전에 작고하신 부친을 비롯하여 모친, 사랑스런 외동딸, 두명의 조카, 남동생 부부를 특수 제작한 원형의 캔버스에 새겨넣었다. 가족애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어머니로서, 이모로서, 딸로서, 언니로서 혈육의 정을 되새기는 심정이 들어있다. 게다가 오랜 유학으로 그간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하고 딸에게 충분히 사랑을 나누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도 곁들여 있다. 셋째 오브제 작업은 직육면체의 구조물 상단을 칼라로 입히고 측면에는 금박을 입혀 금빛이 찬란한 원색과 더불어 반짝이게 만들었다. ● 금박의 사용과 함께 형식적으로 대립되는 두 요소의 병치도 눈에 띈다. 그의 작업은 상반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평면과 입체, 원형과 사각, 빛과 색, 수직과 수평 등. 대수롭지 않은 것같지만 이러한 상반된 요소들은 우리 삶과 연관성을 지닌다. 즉 영혼과 육체, 삶과 죽음, 자연과 문명, 시간과 공간, 기쁨과 슬픔 등을 환기시키는 메타포로 기용하고 있다. 그것이 대립으로만 끝나지 않고 빛의 은총속에서 종합되고 화해되는 특성을 엿볼 수 있다. ● '반짝거림'은 두 요인에서 연유한다. 하나는 금박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명을 받아내는 빛이다. 광원이든 빛을 더 환히 드러내는 쪽이든 모든 작품에 빛을 드리움으로써 실체를 구성하는 요인을 인식시키려고 한다. 단순한 추상이나 인물그림이 아니라 빛에 의해 조명된 존재들을 재인식하려는 의도가 풍겨난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물질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실주의자가 되기는 어려운 것같다.

박현주_portrait of K.B.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금박_100×100cm_2009

그가 추구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불변의 질서이거나 영원한 정신이다. "태양의 빛이 유형적인 것을 육안에 보이게 하듯이 천상의 조명은 영원한 진리를 정신에 보이게 한다." (F. 코플스톤) 그것은 배운다고 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영혼에 조명됨으로써 가능하다. 조명의 빛을 만질 수도, 입증할 수도 없지만 참되고 확실한 것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아무리 사람이 이성적이고 지적일지라도 스스로 조명되지 아니하고 영원한 진리를 분유함으로써 조명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 그의 작품에 드리운 금빛은 성좌처럼 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축복의 팡파르요 은총의 별빛으로 다가온다. 지금 그의 그림에선 즐거운 향연과 축제의 연회가 한바탕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에는 찬란한 별빛이 동동 떠 있는 작품이 등장하는데 마치 '춤추는 영혼'을 보는 것과 같은 인상을 풍긴다. 어둠을 뚫고 난관을 통과하고 아픔을 치유할 길은 '불멸의 빛'밖에는 다른 묘책이 없다. 박현주가 제시하는 빛은 희망이고 따듯한 온기요 생명의 펄럭임이다. 작가가 그런 경이로운 빛에서 눈을 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 서성록

Vol.20090916h | 박현주展 / PARKHYUNJOO / 朴昡姝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