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미인 Oriental Beauty 东方美人

이재길_천자강展   2009_0917 ▶ 2009_0930

이재길_꿈 #13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1989

초대일시_2009_0917_목요일_05:00pm

책임기획_권연정

후원_주중한국문화원_파리-베이징 포토갤러리_Q 아트뱅크_계명대학교_닥터프린트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주중한국문화원_Korean Cultural Service, China 중국 북경시 조양구 광화로 광화서리 1호 中國北京市朝阳区光华路光华西里1号 Tel. +86.10.6501.6566 china.korean-culture.org

차(茶)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봄직한 이름, 동방미인. 한국과 중국의 여인이라는 공통 소재로 특별 기획된 이번 사진전의 화두는 차 이야기에서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영국 왕실이 극찬한 차 동방미인은 타이완(台湾)에서 생산되는 우롱차(乌龙茶)의 한 종류로 재료의 특별함이 풍부한 맛을 만들어 낸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찻잎을 다룰 때에는 여성을 대할 때 만큼이나 조심스러워야 하며 찻잎을 함부로 만지면 상처가 나서 향이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차를 만들 수 없다. 찻잎에 '사랑'이 스며들어 있어야만 진정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적색, 갈색, 황색, 녹색, 백색의 다섯 가지 오묘한 빛깔을 띤 동방미인은 그 신비로운 맛과 향으로 세계 각국의 차 애호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사진도 차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진의 프로세스가 차를 만드는 과정과도 유사하기에 사진의 대상과의 관계가 좋은 사진을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조건이 될 수 있으리라 상정해 보았다.

이재길_꿈 #1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1986
이재길_꿈 #4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1986

이재길(李在吉)의 꿈 ●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복을 입은 여인들의 신비로운 자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넋이 나간 듯 황홀함에 사로잡힌다. 영화에서 나오는 팜프파탈(妖妇)이나 여전사(女战士)도 아닌, 그렇다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선녀(仙女)나 천사(天使)도 아닌 보통의 인간과 같이 숨쉬는 손에 잡힐 듯한 여인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설경 속에서도, 새벽녘 동 트기 전 푸른 어둠 속에서도, 끝을 알 수 없는 숲과 벌판의 잔잔함에서도 여인들은 치마 저고리 자락을 휘날리며 우리를 유혹하는 것만 같다. ● 중학교 때 첫 카메라를 갖게 된 후 10대 시절을 온통 사진에 몰두해 지내면서 고등학교 시절 첫 개인전을 열었을 만큼 후회 없는 삶을 걸어온 이재길. 대학 시절 영화와 사진을 폭넓게 전공하면서 기본기를 다지고 광고사진가로서 그의 노력은 현장에서 일찍이 빛을 발한다. 사진가를 직업으로 고른 것은 잘 한 선택이었다고 작가는 회고한다. 인본을 기반으로 한 휴머니즘(人本主义)을 토대로 아름다움, 특히 미(美)의 현실적 이상(现实的理想)을 추구하고 있는 그는 사진 속에서 이미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듯 하다. 더불어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전통적인 미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과 상업예술의 첨단을 오가는 연출의 미묘함이란 말(言)로서는 충분히 형언하기가 힘들다. ● 사진가 이재길은 1980년대 초부터 서울에서 광고사진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해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은 진실 그 자체요, 아름다움은 곧 현실이었다. 사진가에게 현실은 카메라를 통해서 보여지는 것이요, 우리가 느끼는 현실은 오히려 비현실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가 처음 여성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동경(憧憬)에서 시작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감정, 내면적인 인내와 에로티시즘 등을 예술로 승화시켜 「환(幻)」시리즈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작가에게 있어 여인이라는 대상은 한없는 그리움이자 최고의 기쁨이요, 아름다움의 순수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사각의 카메라 앵글을 통해서 바라보는 모습은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여행과도 같다고 작가는 표현한 바 있다.

천자강_대삼선 15_C 프린트_240×400cm_2008
천자강_삼선 03_C 프린트_160×200cm_2007

천자강(陈家刚)의 현실 ● 치파오(旗袍)를 입은 여인들, 혼자 혹은 둘이서 무표정한 모습으로 정면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연기를 내뿜는 공장의 한 가운데에서, 버려진 폐가의 공터에서, 위대한 대자연의 한 구석에서, 시공(时空)을 초월한 사진 속에서 아름다운 자태로 무슨 이야기라도 건넬 것만 같다. 그녀들이 왜 이 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우리는 자세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여지는 장소와 풍경, 시간과 시대적 배경을 통해서 우리는 어렴풋이나마 그녀들의 짐작해 낼 수 있을 뿐이다. 때로는 중첩과 디지털 작업으로 전면에 나타났다가 어느 새 연기처럼 사라지는 여인의 모습은 역사와 추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환영의 존재이다. 사진 속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에서 여인이라는 대상은 한없이 약한 인간을 상징하며, 작가는 관객과 작품 사이에서 현실과 환상을 교란시키는 매개적인 역할을 하고있다. ● 사진가 천자강은 일찍이 건축을 전공하고 중국의 영향력 있는 컨템퍼러리 예술품 컬렉터(当代艺术品收藏家)이자 성공한 건축가로 이름을 날리면서 샹허미술관(上河美术馆) 등 유수한 중국 내 건축물을 설계하기도 하였다. 1999년 UN에서 선정한 걸출한 청년건축가 1위(杰出青年建筑师之一)에 지목되기도 하였으나, 사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2001년 늦깎이로 사진가로 전향해 전업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사회를 향한 날이 선 시선과 디테일을 압도하는 초대형 카메라의 퀄리티로 중국현대미술계의 총아(骄子)로 또다시 거듭나게 된다. 그는 독특한 왜곡효과를 만들어 내는 접사 렌즈를 풍경과 인물용으로 사용하면서, 정제된 톤의 빛이 바랜 듯한 중성의 컬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천자강_유혹 04_C 프린트_240×400cm_2008
천자강_유혹 22_C 프린트_240×400cm_2008

그의 첫 번째 시리즈 「제 3의 선 (大三线)」에서는 냉전(冷战)시대를 겪을 당시의 중국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재현되어 있다. 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의 시장지향정책으로 노동자들은 쓰촨(四川)이나 귀저우(贵州) 등지로 모여든다. 갑자기 도시화 되어버린 마을, 천자강은 그 속에 아직도 맴돌고 있는 산업화의 유령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화려한 이미지는 슬프도록 이상적인 사회주의(社会主义)를 대변하고, 변해버린 도시를 여인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려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에 반해 이번에 전시되는 「풍월 风月」 시리즈는 서정적이며 감미롭다. 답답한 도시에서 광활한 자연으로 배경이 바뀌었을 뿐인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훨씬 밝아졌다. 화면 속 인물은 예전 그대로 변함 없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크게 변한 탓일까. ● 현실과 환상에 대한 주제는 여전히 많은 현대예술가들의 작품에서 다뤄지고 있다. 독보적인 3D 그래픽으로 국내외에 잘 알려진 사진가 미아오샤오춘 (缪晓春)은 몇 년 동안의 시리즈를 통해서 노아의 방주나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작품, 신화(神话) 등을 현실의 이미지로 재현해 낸 바 있다. 미래의 디지털 프레스코화(壁画)로 명명되기도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은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예술가의 상상력을 펼치고 나아가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나 인간의 정체성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에 대한 탐구는 예술가들에게 지워진 사회적 임무(任务)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권연정

Vol.20090917c | 동방미인 Oriental Beauty 东方美人-이재길_천자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