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회화 Hyper Realism

한국현대미술의 흐름Ⅱ   2009_0924 ▶︎ 2009_1009

최수앙_The Between_합성수지에 유채_92×40×28cm 최수앙_The Vegetative State_합성수지에 유채_20×120×40cm_부분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구자승_김강용_김대연_김명숙_김성진_김은옥_김진욱_김창영_김혜옥_문창배 박동인_박종경_박창범_배동환_서정우_서정찬_설경철_신제남_오흥배_유용상 윤병락_윤병운_이목을_이석주_이원석_이임호_이재권_이호철_정규석_정영한 조상현_지석철_최수앙_최정혁_한만영_한영욱_한운성_황순일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금요일_10:00am~09:00pm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Gimhae Arts and Sports Center Yunseul art gallery 경남 김해시 내동 1131번지 Tel. +82.55.320.1261 www.gasc.or.kr

Hyper Realism ●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인간의 미적 태도는 크게 "영감"과 "모방"이라는 개념을 통해 발전해 왔다. 알려져 있다시피 영감은 일종의 접신(接神)이나 장르가 분리되지 않은 고대의 무용과 제사의식에서 주로 사용되던 개념으로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성질의 감정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영감은 낭만주의나 초현실주의 혹은 표현주의 등을 통해 현대에 계승되었다. 반면 모방은 말 그대로 대상이나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미적 태도이다. 그래서 모방은 리얼리즘이라는 이념으로 계승되고 발전하게 되는데 고대 그리스의 미학이나 르네상스 그리고 17세기 신고전주의 회화 등은 미메시스(M?mesis)의 이념을 구현한 사조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하이퍼 리얼리즘(Hyper Realism)은 이러한 경향을 가장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미술사조라고 말할 수 있다.

김강용_Reality+Image 805-891_캔버스에 혼합재료_180×180cm_2008
김창영_Sand Play 9601-E_캔버스에 유채, 모래_84×182cm_1996

극사실주의(Hyper Realism)란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일어난 새로운 미술경향으로, 사진과 같은 완벽한 묘사력을 특징으로 하여 슈퍼 리얼리즘(Super Realism), 포토 리얼리즘(Photo Realism), 래디컬 리얼리즘(Radical Realism)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렸다. 1960-70년대 미국 미술계는 추상표현주의의 엄숙성을 외부로부터 비판하면서 다양한 미술사조가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던 시기이다. 팝아트(Pop Art), 미니멀아트(Minimalism), 그리고 하이퍼 리얼리즘 등이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며 미국 미술계의 전면에 대두되었다. 팝아트(POP Art)와 함께 강력한 운동으로 제시되었던 극사실주의는 대중성을 중시하면서도 일상적 생활, 즉 우리 눈앞에 있는 현실적인 이미지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이로써 정신적 가치, 혹은 미적 관조의 태도를 중시했던 추상표현주의의 시대는 가고 서서히 새로운 미술사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 사물이나 인물 혹은 풍경 등을 대상으로 하는 극사실주의는 작가의 주관을 지양하고 사진과 같은 실제적이고 사실적인 화면이 특징이다. 일상적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극사실주의는 사진을 확대하여 캔버스에 옮기거나 슬라이드를 투사 하는 제작기법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에어브러쉬를 사용하거나 감광유제를 발라 캔버스 표면에 붓 자국이 드러내지 않고 마치 사진과 같은 매끄러운 질감을 유지하기도 하였다. 다시말해 인간의 육안으로 묘사가 불가능한 사물의 특징들을 사진이나 현미경 혹은 영상기법 등 기계적인 장치의 도움을 얻어 사물이 가지고 있는 실체에 근접하려 했다. 시각적인 기계장치들이 미처 포착하지 못한 미세한 세부묘사로 인해 카메라를 능가하는 손의 기술을 회복시킨 극사실주의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선보이며 오늘날 현대미술에 있어서 주요 경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에서 극사실 회화가 태동했던 1970년대를 하나의 기점으로 삼았으며 최근 시장과 평단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 2000년대 이후의 극사실회화로 분류하여 전시를 구성하였다.

김성진_pure reason_캔버스에 유채_163.3×112.1cm_2009
유용상_Takeout cup-INSTANT LOVE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9
김은옥_The Precious Message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9

1970년대 Korean Hyper Realism ● 한국에 극사실주의가 등장하던 1970년대는 단일한 색조를 바탕으로 한 모노톤의 추상회화로 대변되는 단색회화가 대세를 이루던 시기였다. 한국의 극사실주의는 미국에서 발현된 하이퍼 리얼리즘의 영향 이외에도 당대 한국 화단의 주류를 이루던 모더니즘 미술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의 미술사조들은 현실과 유리되어 지나치게 관념적인 세계를 탐미했다. 형식주의 모더니즘 미술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일 수 있으며 서구미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용자적 입장의 한계일 수도 있다. ● 잃어버린 형상성을 회복하고자 한 젊은 작가들에 의해 한국의 극사실주의는 태동하게 된다. 김형근, 김창렬과 같은 작가들이 극사실적인 경향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보다 본격적인 극사실회화의 태동은 1978년 "사실과 현실" 그룹의 창립전과 "형상 78展"을 통해서 구현된다. "사실과 현실"에서는 김강용, 서정찬, 주태석, 지석철 등이 참여를 했고 "형상 78展"에는 김홍주, 이석주, 한만영 등이 주도적으로 전시를 이끌었다. 이들은 기존 구상회화와는 차별화 된 새로운 형상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들의 회화를 모두 극사실이라는 사조에 편입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한국적 아카데미즘과는 조형적으로 뚜렷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당시 단색회화로 대변되는 추상회화와 미술계의 강력한 권위를 행사했던 한국적인 아카데미즘에 대한 비판은 한편으로는 주관적 감정을 극대화하는 형상미술로 다른 한편으로는 대상에 대한 철저한 사유를 이끌었던 극사실회화로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극사실회화가 동시대성을 획득하고 있는 지점이며 구상회화와 차별화 되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극사실회화에서는 인상파류의 구상회화에서는 볼 수 없는 현실과 사회에 대한 뚜렷한 자각과 성찰을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석주_사유적공간_캔버스에 유채_97×194cm_2009
김진욱_비빔밥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129.1×218.2cm

70년대 후반 극사실회화를 주도한 화가들은 산업사회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근대의 경험이 일천 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에서 산업사회가 만들에 내는 다양한 시각적인 경험들은 이들을 단번에 매료시켰다. 광고와 인쇄물, 공업 생산품, 도시풍경, 기계적인 장치물 등 급속한 도시화를 겪는 우리의 시대상황을 화폭에 투영시켰으며 산업화와 그 이면을 철학적으로 사유했다. 이 당시 극사실회화의 특징은 사물에 대한 중성적인 '재현'에 맞추어져 있기 보다는 일정정도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초현실적인 화면으로 표현되는 경우(이석주, 고영훈, 한만영)가 많았다. 많은 미술평론가들이 미국의 극사실회화가 대상의 물성만을 강조하고 지극히 중립적인 입장으로 일체의 내러티브를 배제한 화풍을 선보인다면 한국의 극사실회화는 소재나 내용 면에서 작가들의 주관적 감성이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한국의 극사실주의는 정교한 재현력을 담보로 하되 산업화 이면에서 느낄 수 있는 허무와 향수, 서정적인 감성이 화폭에서 드러난다. 이는 심리적인 반응이나 감성적인 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단색회화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황순일_In a Strange Darkness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04
김대연_Grapes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2000년대 Korean Hyper Realism ● 1970년대에 시작된 극사실회화는 최근 새로운 신진작가들의 등장과 활동으로 다시 재평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세대들의 시각적 체험을 반영하는 것으로 읽혀지기도 하고 '이념과 정신' 보다 '사물과 현실'에 대한 성찰을 중요시하는 가치체계의 변화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미디어아트와 같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미술 사조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리기의 회복이라는 측면과 연계되어 해석할 수도 있다. 과거 70년대 초기 극사실회화는 구상회화에서 좀 더 진보된 형태이거나 초현실주의와 결합된 양상이 많았지만 최근의 작품들은 사물에 시선을 최대한 밀착시켜 실재감을 더욱 강화한 작품들이 많아진 것도 하나의 특징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1970년대 극사실화화가 사진을 매개로 한 아날로그적 세대라면, 2000년대는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 등 눈부시게 발전한 미디어를 자양분으로 성장한 디지털 세대라 할 수 있다. 광학적 기계장치에 의해 생산된 이미지를 보고 자란 디지털 세대는 감성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도 이전의 작가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비빔밥의 일부, 립스틱이 묻어있는 종이컵, 키스하는 입술 등 그동안 예술로 다루지 않았던 참신한 것들을 거침없이 화폭에 담아낸다. 예술이란 고고한 그 무엇이라는 관념을 넘어 일상과 생활세계의 생생한 현장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들 작품들은 그런 면에서 해석의 여지를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 최근 젊은 신진작가들의 작품은 상업적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극사실회화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고영훈, 한만영, 이석주, 김홍주, 주태석, 지석철과 같은 1세대 작가들이 보여주는 저력도 만만치 않은 것이어서 극사실회화의 생명력을 강화하고 있다. - 물론 김홍주나 한만영의 경우 최근의 작품을 극사실회화로 분류하기 어렵지만 초기작은 분명 하이퍼리얼리즘적인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 분명한 것은 최근 신진작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하이퍼리얼리즘은 형식적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70년대의 이념과는 분명 다르다. 그 차이를 단지 디지털 세대의 이미지에 대한 친화성 혹은 형식적인 몰입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쉽게 드러내기 힘든 내밀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이번 전시는 70년대 이후 지속적인 생명력을 보이고 있는 극사실회화에 대한 최근의 흐름을 조망하고 대중적인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기획하였다. ■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

Vol.20090920j | 극사실회화 Hyper Realism-한국현대미술의 흐름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