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lace Like Home

아드리아 줄리아展 / Adrià Julià / photography.video   2009_0911 ▶︎ 2009_0927 / 월요일 휴관

아드리아 줄리아_잃어버린 '오'에 대한 짧은 기억Notes on the Missing Oh_비디오 프로젝션_2009

작가와의 대화_2009_0911_금요일_05:00pm 초대일시_2009_0911_금요일_06:3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서울 종로구 원서동 90번지 Tel. +82.2.760.4722 www.insaartspace.or.kr

아드리아 줄리아(Adrià Julià)는 영상과 사진작업을 통해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기억 사이,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와 간극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다. 이번 한국에서 그의 첫 개인전 『No Place Like Home』은 이러한 그의 작업 태도가 한국이라는 새로운 장소를 통해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드리아 줄리아_잃어버린 '오'에 대한 짧은 기억Notes on the Missing Oh_비디오 프로젝션_2009
아드리아 줄리아_잃어버린 '오'에 대한 짧은 기억Notes on the Missing Oh_비디오 프로젝션_2009
아드리아 줄리아_잃어버린 '오'에 대한 짧은 기억Notes on the Missing Oh_비디오 프로젝션_2009
아드리아 줄리아_잃어버린 '오'에 대한 짧은 기억Notes on the Missing Oh_비디오 프로젝션_2009

그의 신작 「잃어버린 '오'에 대한 짧은 기억Notes on the Missing Oh」(2009)는 작가가 미국에서 우연히 발견한 필름 보관 캔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 필름은 1982년 미국에서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인천Inchon』(1982)의 네거티브 필름으로, 그 소유주는 종적을 감춘 채 LA의 한 영화제작사 창고에 방치되고 있다. 『인천』은 한국전쟁 당시 전세를 뒤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미국, 한국, 일본 등 여러 국가가 합작하여 영화화 한 것이다. 감독은 007시리즈로 유명한 테런스 영(Terence Young)이 맡았고,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 재클린 비셋(Jacqueline Bisset), 토시로 미푸네(Toshiro Mifune), 우리나라의 남궁원, 윤미라 등과 같이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했던 영화다. 그러나 총 제작비가 약 46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의 투여에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 박스 오피스 수익은 약 500만 달러에 그쳤고, 불과 몇 주 후 최악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비디오 테잎이나 DVD와 같은 형태로도 제작되지 않은 채 무대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인천상륙작전이라는 특정한 시간과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대부분의 촬영을 한국에서 진행했던 이 영화는 1979년 촬영 당시 영화계에 상당한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높은 기대를 샀다. 하지만, 미국에서 흥행에 참패한 이후 한국에서는 개봉조차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출연 배우들조차 이 영화를 보지 못하였다.

아드리아 줄리아_시간을 보내는 방법 A Means of Passing the Time_16mm 필름 프로젝션_00:06:00_2007
아드리아 줄리아_시간을 보내는 방법 A Means of Passing the Time_16mm 필름 프로젝션_00:06:00_2007

아드리아 줄리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이 영화를 선택하고, 주인 없는 필름 『인천』을 관리하고 있는 영화사 직원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영화 촬영 시 참여했던 한국의 스탭 및 배우들을 찾아내어 인터뷰하였다. 그는 영화에 대한 개개인의 기억을 되살리고, 그 기억을 따라 실제 촬영했던 장소를 쫓으며 그만의 『인천』을 재구성하고 있다. 막대한 물량이 지원되었다는 표피적이며 유일한 공통의 기억 이외에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의 각각의 기억 속에서 이 영화는 주인도 없이 버려진 필름이었으며, 개봉 전 가제인 『오!인천』 으로만 기억되거나 스펙터클이 난무한 영화, 썩 나쁘지 않았던 영화, 혹은 디렉팅이 부족했던 영화였다. 줄리아는 이와 같이 불분명하고 주관적인 개인의 기억을 기반으로 작가 자신으로만 이루어진 일인 프로덕션 작품 「잃어버린 '오'에 대한 짧은 기억」을 제작했다. 거대한 자본으로 만들어진 당시의 특수효과 대신, 간단한 편집과 우연하게 만들어진 효과로 대체하고, 시나리오에 의해 멋있게 연출되는 배우의 모습대신 아무런 대사 없이 무의미한 표정으로 앵글에 잡힌 배우를 담아내며 최소한의 스펙타클로 인천을 새롭게 기록하고 있다. 함께 전시되고 있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 A Means of Passing the Time」(2007)은 전직 '미군 위문 협회(USO)'에서 활동했던 배우가 과거 자신이 해외주둔 병사들에게 공연했던 극을 작가의 카메라 앞에서 재연한 작품이다. 여타의 위문공연이 그러하듯 극의 내용은 병사들이 고향의 텔레비전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드라마로, 비록 타국에 있지만 그들이 마치 집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로 공연된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실제의 고향 혹은 집은 따뜻함 만이 있는 일원적인 공간이 아니라, 개개인마다 다르게 존재하는 것이다. 줄리아는 이 작업에서 재현된 익숙함을 통해 과거의 것을 하나의 형태로 집단기억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전시의 제목 '집 만한 곳이 없다'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과거의 기억에 의존하여 현재의 자신이 임의로 구축한 것이다. 이 과정으로 인해 실제의 집과 현재의 기억을 지배하는 집 사이에는 간극이 발생하며, 이는 한 때 거기에 있었지만 동시에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대상을 '집'이라는 메타포로 설정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필름 『인천』을 담은 필름 보관 캔 이미지에서, 보관 캔은 개인의 기억을 수집해 놓은 하나의 오브제로 보이면서 동시에, 고정된 특정 대상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층위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두 가지 작업 「잃어버린 '오'에 대한 짧은 기억」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서 우리는 존재감 없는 대상을 발견하고 선택한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이질성을 경험할 수 있다. ■ 홍남경

Vol.20090921a | 아드리아 줄리아展 / Adrià Julià / photography.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