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nely Table

바이앤展 / ByeN / painting   2009_0930 ▶︎ 2009_1006 / 10월3일 휴관

바이앤_To ZiA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08

초대일시_2009_0930_수요일_05:00pm

그라우 갤러리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6:30pm / 10월3일 휴관

그라우 갤러리_GRAU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36번지 오원빌딩 3층 Tel. +82.2.720.1117 www.graugallery.co.kr

바이앤에 관한 짧은 에세이 - 그의 책상이 가진 기억 장치, 그 은유적 시선 ● 2005년, 바이앤의 작업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쌤 갤러리를 가득 매운 그의 드로잉과 캔버스 작업들은 '나는 외로운데, 당신도 외롭지 않은가?' 라며, 관객들에게 가벼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다. 그 질문들은 그가 일본에 다녀와서 그려온 신작을 포함한 100여점의 그림 모두에 전반적으로 걸쳐져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복잡한 은유적 구조를 띤 채 깊고 무거운 감정들로 덧대어 이어지고 있다.

바이앤_차갑던 새벽 네 시 모호한 선택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07
바이앤_보이지 않는 판토마임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08
바이앤_말하지 못한 프로포즈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08

그의 고독감(孤獨感)은 그가 붓을 들었던 첫 순간부터 존재 했었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그의 옛 연인의 부재를 통한 상실에서 비롯된다. 정신적 교감을 나누었던 타인의 부재는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을 주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그러한 결핍을 조금씩 그의 고독감으로 다시 메꿔 버린다. 결핍을 대신한 그의 고독감은 핑크, 초록, 하늘색과 같이 여성스럽고 말 그대로 '예쁜' 색깔 밑에 숨어 스물스물 흘러나온다. "검은 색을 쓰고 싶지 않다"는 작가의 말은 "나의 고독감을 직접적으로는 보여주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지와 일치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들 역시 직접적인 감정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그의 고독감은 하나같이 이중적 혹은 다중적인 메타포 구조를 띠고 있다. ● 이번 신작 「my lonely table」 은 그가 본격적으로 작업 안에 그러한 메타포 구조를 실현한 연작이다. 그림 속 책상은 캔버스의 절반 조금 안되게 인물과 비슷한 비중으로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림 속 주인공은 비밀스럽게 책상 서랍을 열어 다양한 사물들을 꺼내 놓는다. 사물들은 주인공이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이야기들은 (당연한 말이지만) 철저히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재의 사물과는 다른 색깔과 형태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고 꿈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이 초현실적으로 왜곡 되어 있는 것이다. 그의 초현실적인 사물 표현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러나 순수하게 기획한 기억 장치로서 일종의 투영방식일 뿐, 1920년대의 초현실주의자들이 흔히 사용했었던 자동기술법과 같은 무의식에서 나온 작업 행위와는 다르다. 책상 위 사물들은 한 편의 시, 하나의 작은 세계가 되어 하나부터 열까지 그 존재의 이유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다. ● 조금 더 신작을 위주로 살펴보자면, 작품 「이상한 게임」과 「차갑던 새벽 네 시, 모호한 선택」에서는 양과 늑대가 이상한 체스 게임을 하거나 그림 속 주인공의 손바닥에 얌전히 올려진 채 약 올리듯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사랑에 관한, 사소한 관점」에서는 옛 연인이 수녀 복장을 하고 피노키오처럼 코가 긴 천사와 악마 장난감을 손가락 끝에 매달아 놀고 있다. 그의 기억 장치가 가장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지아에게」에서는 예수가 초콜릿으로 만든 지팡이를 들고 검은색 양과 함께 등장한다. 대부분의 사물들은 혼자가 아닌 '짝수'다. 사물들이 대결 구도를 펼치며 게임을 하던 전쟁을 하던, 옆으로 쓰러질 듯 눕혀져 있던 작가는 적어도 그들을 외롭게 두지 않는다. 그가 사용하는 아름답고 화려하기까지 한 색채는 그래서 더 처연해 보인다. 홀로 있는 것은, 오로지 외롭게 책상 위 세계를 구축하는 주인공일 뿐이며 그 주인공은 대부분 작가 자신이다. ● 작품 속 주인공의 눈은 대부분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다. 그 눈은 책상에 나열된 복잡한 기억장치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허공 속에서 공허하게' 흩어져버리는 시선은 최소한의 사실만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 사실이란 작가가 부인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고통과 같다. 그 고통은 입으로 말해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입과 귀는 자국처럼 남아 있다. 실재로 작가는 입과 귀를 그린 후 다시 지우는 행위를 한다. 흔적만 남은 입과 귀는 그의 그림에서 슬픔과 함께 옅게 묻어날 뿐이다. 그리고 그 고통은 그의 기억 장치를 거쳐, 책상에 모두 쏟아져 나올 때만 발화(發話)한다.

바이앤_끝나지 않는 아픔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09
바이앤_9월30일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09

"만일 주인공이 없는 빈 책상만 놓여 진다면 나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을 것이며, 그릴 수도 없다." (바이앤) ● 누구나 그렇겠지만 삶에서 상처와 치유는 반복된다. 2009년, 일본에서 돌아온 그는 그래도 덜 아파 보였다. 이제는 조금씩 치유해가고 있는 단계인 듯싶다. 다소 방어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관조적 시선은 사실 따뜻하고 섬세한 작가의 실재 성격과 닮았는지, 결국 관객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건다. 관객은 은밀히 그의 세계에 초대받는다. 나 역시 그 관객의 한 명으로서, 그를 천천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의 작업이 가진 에너지에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어느새 그림 속 인물과 천천히 눈을 맞추고 수수께끼처럼 숨겨진 슬픈 그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다.www.DearByeN.net (문의 02-720-1117, 10월6일까지) ■ 봄로야

Vol.20090921j | 바이앤展 / ByeN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