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the wormhole

2009_0914 ▶︎ 2009_1001 / 일, 공휴일 휴관

이한울_dummy-(trick 인형)_피그먼트 프린트_100×66.6cm_2009

초대일시_2009_0914_월요일_06:00pm

part 1 / 2009_0914 ▶︎ 2009_0923 참여작가 / 구성수_김수란_이군_이갑철_이한울_임지우_손준호_조가희

part 2 / 2009_0923 ▶︎ 2009_1001 참여작가 / 광모_방병상_전정은_이다슬_이주형_이지영_이헌지_유지원_윤석환

관람시간 / 10:00am~08:00pm / 토요일_10:00am~03:00pm / 일, 공휴일 휴관

갤러리 이룸_GALLERY ILLUM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1-13번지 2층 Tel. +82.2.2263.0405 www.galleryillum.co.kr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다시 찍혀지는 사진들 ● 이 전시를 애초 기획한 백연희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다양하게 소통하는 작가들의 장(場)'을 기대했고, 그 후에 기획에 동참한 이다슬은 '웜홀wormhole에서의 시간여행의 장'이라 말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웜홀과 순식간에 블랙홀blackhole로 변하는 화이트홀whitehole사이에서 사진으로 시공간여행을 하라니, 무슨 애매모호한 이야기인가. 본인들을 '블랙홀로 진입하는 작가들'이라고 규정하면서 전시될 작품은 자기를 지켜내려는 존재미학의 아우성으로 가득하니 이 싱싱한 감수성에 아찔하기만 하다. 나는 이번 전시를 에콜의 차이를 초월하여 일체의 정치적 이념이나 자신의 미적 취향을 방해할 주위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획득해나가기 시작한 이들의 기운생동한 장이라 말하겠다.

구성수_Read My Desire-a Career Woman Goodbye Collection Series No20093001_ C 프린트_100×75cm_2009 전정은_흑광(黑光) #2_잉크젯 프린트_40×26.77cm_2009
광모_얼룩말, 잡초를 보며 동정하다 from the series of "3rd Story"_피그먼트 프린트_150×150cm_2007 이지영_Foodchain_잉크젯 프린트_128×160cm_2008

기성과 신진의 구별이 플랫해지고 있는 오늘의 미술계, 특히 사진계라는 장(場)에서, 이 블랙홀에 진입한 젊은 작가들은 얼마나 치열하고 생생하게 작업하고 있던지, 각자의 작업에 대한 열망이 현실의 조건과 대결하면서 긴장을 발산한다. 이들은 삶으로부터 필사적인 탈주를 통한 불가해한 환상, 기억에 몰입하는가 하면, 기존 질서에 편입을 거부하며 세상의 시간을 다르게 해석하려한다. 그런가하면 삶과 죽음, 혹은 생과의 최초의 접촉, 생의 근원까지 내려가려는 열정적인 고뇌와 눈부신 표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부 작업들은 작가가 감당해야 하는 운명의 무게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다소 과장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미리 의미를 규정하고 정의 내리려하면서 이미지는 사라진 채 작가의 언표만 남아있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나르시시즘과 감상, 날렵한 허무가 잘 버무려져 기성작가들의 기왕의 수법에 편승하려는 불온함도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이들은 사진의 자리를 유의미하게 하는 법을 알고 있다.

방병상_이야기꾼Storyteller_피그먼트 프린트_120×160cm_2004 이다슬_From the series Drama_secenade_피그먼트 프린트_140×193cm_2009
윤석환_Matching_젤라틴 실버프린트_20×24"_2009 이갑철_무당 Shaman, 태안_젤라틴 실버프린트_20×24"_1992
손준호_Still-Life for Magician_앨리스 증후군 #1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09 유지원_흑광(黑光) #2_잉크젯 프린트_26.77×40cm_2009
김수란_낯설고도 익숙한 경계_잉크젯 프린트_2006 이군_别憬(별경) #24_피그먼트 프린트_100×66.6cm_2009

또한 이 젊은 작가들은 사진적 율법에 길항하면서 작업의 길이 저마다의 운명의 완성이라는 비범한 덕목과도 연관시킨다. 이들의 사진을 향한 각각의 변론은 우리 기성작가들이 이제까지 남긴 아우라 생산 기제보다도 자유롭고 급진적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그들의 정열이 일회성을 내포하는 가벼운 맹목성에 염려를 느낄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저 '본데없는' 치기로서의 방종이 아니라 자기를 확인하려는 열정임을 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곧 작업에 대한 갈등의 밀도, 사유의 치열함으로 그들 작업이 기운생동하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이주형_Architectural Vestigedigital_피그먼트 프린트_90×60cm_2009 임지우_박은미.장재희_피그먼트 프린트_115×110cm_2009
조가희_인어세계, 곧 유행할 옷_C 프린트_57×45cm_2009 이헌지_무제_피그먼트 프린트_76.2×50.8cm_2009

이들에게 남은 것은 작업에의 길이 일상의 삶에 보다 단단히 이어지게 만드는 것,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화적 환타지의 세계가 현실적 차원의 문제와 만날 때 때로 느껴지는 위태로움을 극복하는 것. 매혹적인 이미지의 세계에의 강조가 어리석은 신비화나 오만한 추상화로 빠져들지 않게 하는 것. 그리하여 현실의 조건과의 보다 치열한 싸움 끝에 매순간 작업을 부정하며 작가로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것. ● 그러니 그대들! 아우라라는 위장막을 조심하시오. 창작의 분수령이라는 순간조차 잊으시오. 황금알을 낳는 작가의 반열, 그대들이 얘기했던 화이트홀은 없소. 그저 유혹으로부터 흔들림 없이 이미지의 갱신을 향해 오늘도 망망대해의 파고를 유유히 항해하시오. 불길한 이 현실에 대책 없는 치기나 허황된 감상으로 전락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땅에 견고하게 뿌리박을 줄 아는 것, 그것이 벌레들의 강점 아니겠소? 안전하게 표면을 내딛는 것보다 속살을 갉아먹는 고통을 감내하며 작업의 길을 찾는 것이 웜홀worm_hole의 벌레들의 본디 모습이오. 당신들이 사진 속에서 풀어내야 할 위태로우면서 아름다운 마력이야말로 당신들 사진의 진실이자 당신 삶의 진실입니다. 그것은 곧 현실과 환상 사이의 다리, 블랙홀과 화이트홀 사이에서 끝없이 생동하는 웜홀이겠지요. ■ 최연하

(이 서문은 열네 명의 젊은 작가들의 제각각 흩뿌려 놓은 사진들이 에피파니의 현장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두 기획자와 필자와의 모종의 공모임을 밝힌다. 공모를 하는 와중에 이들이 선정한 선배작가들의 참여가 저조해지면서 처음의 선배와 후배의 어울림의 계기가 희미해졌지만, 어떤 공모도 터무니없지는 않을 터, 작가로 거듭난 이들의 현장에 부디 관객들의 동참을 권유한다.)

Vol.20090923e | Between the wormhol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