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람기

2009_0924 ▶︎ 2009_1031

김윤재_금강산 Mt. Kumgang_혼합재료_50×40×40cm_2009

초대일시_2009_0924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보민_김윤재_임선이_조인호_진현미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잔다리_GALLERY ZANDARI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82.2.323.4155 www.zandari.com

『산수 유람기』라는 전시 제목을 만났을 때 당신이 자연스럽게 그리는 전시의 이미지 혹은 당신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작품들은 어떤 것인가? 제일 먼저 자연을 소재로 한 산수화나 위트있고 실험적인 동양화를 떠올렸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산수'와 '유람'이라는 단어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산수(山水)'라 하면 화선지 위에 먹으로 그려진 멀리 보이는 산과 앞쪽에 유유히 흐르는 물, 그 안에서 유유자적 강물에 낚시 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과 한 마리 새가 흰 여백으로 표현된 너른 하늘 위를 바람을 타고 나르는 모습이 떠오른다. '풍경(風景)' 이라 하면 어떠한가? 짙은 녹색 또는 울긋불긋한 색으로 표현된 무성한 나무와 구름이 떠있는 맑고 푸른 하늘이 캔버스의 위 부분을 차지하고 햇살에 부서지는 연못의 표면 위에서 미끄러지듯 노니는 물새들이 있는 한가로운 경치를 연상하지는 않았는지. 산수(山水)와 풍경(風景)은 모두 우리 주변에 우리가 바라보는 산과 강 혹은 바다, 나무와 숲, 하늘 등의 자연의 경치를 일컫는다. 그러므로 산수화와 풍경화는 모두 이러한 자연과 그것이 만들어낸 경치를 소재로 한 그림을 가리키는 것일 진데 '산수'하면 동양화를 '풍경' 하면 서양화를 떠올리는 것은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이분법적 구분 아래에서 미술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우리의 머리 속에 박혀버린 '동양화적'이고 '서양화적'인 자연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김보민_갈매기 The Seagulls_테이프, 리넨에 채색_45×110cm_2007

'산·수'를 '유람'하고 '기'록하다 ●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 높은 빌딩들로 북적대는 복잡한 도시에 살고 있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우리 주변에는 산과 물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우리의 마음은 늘 자연을 향해있다. 빌딩 숲과 도심의 뿌연 대기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조금만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내다보면 만날 수 있고 아침 저녁 출퇴근 길에 건너는 다리 아래와 달리는 도로 곁으로는 한강이 흐르며 서울의 한 복판에는 청계천이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다. 우리는 늘 곁에 산을 두르고 발 아래 물을 디디며 빌딩 옷을 입은 오늘의 산수를 유람하고 있는 것이다. 본 전시는 5명의 작가가 다루는 소재를 '산수'로,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과 관점을 '유람'의 형식으로 그리고 이를 여러 매체를 통해 시각적으로 구성해내는 방식을 '기록'으로 치환하여 전시장에 새로운 '산수화'를 그리고 색다른 '산수유람기'를 엮어 보고자 한다. 5명의 작가가 엮어내는 유람기의 대상이 되는 '산수'는 산수라는 단어가 우리의 인식 속에 고착된 동양화적 이미지의 풍경이 아닌 옛 선인들의 산수화에서부터 현재 우리의 생활 속에 함께하는 과거와 현재를 엮어내는 산과 물이다. 이러한 산과 물을 다섯 작가들은 머리와 눈, 손과 발 그리고 온 몸으로 유람하고 그 실질적 체험을 시각적 내러티브와 조형성으로 기록하여 관람객들에게 실제 산수를 유람하는 듯한 상상의 체험을 경험하게 하여 또 한 명의 유객이 되게 한다.

김보민_갤러리 잔다리_2009

5명의 젊은 유객들이 만들어내는 산수유람기 ●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공간에 머리칼을 삐죽삐죽 세운 반쯤 만 드러낸 소년의 얼굴을 만난다. 소년을 향해 다가간 순간 삐죽삐죽 세운 머리칼이 사실은 머리카락이 아닌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일만이천봉 금강산임을 알아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김윤재). 소년과 마주선 순간 우리는 소년이 머릿속으로 한창인 금강산 유람에 동승한 것이다. 조금은 침통한 소년의 표정으로 보아 아직 가보지 못한 금강산을 책에 실린 겸재의 「금강전도金剛全圖」만을 보고 상상하고 머릿속으로 금강산 풍경을 재현해가며 평면과 입체를 오가며 봉우리 봉우리를 유람해보기가 쉽지만은 않은 듯 한데 소년의 머릿속으로 들어선 우리는 소년의 수고로 높고 낮은 봉우리 이곳 저곳과 사이사이를 오르고 내려가 볼 수 있다. 금강산을 내려와 만나는 아득한 느낌의 한강과 목멱산에 걸린 아침 해 그리고 빽빽한 빌딩 숲의 도시풍경이 우리 눈에 한번에 과거와 현재의 서울의 산수를 담아주며 시각적 시간유람을 이끈다(김보민).

임선이_Trifocal sight 3_디지털 프린트_220×154cm_2008
임선이_갤러리 잔다리_2009

오리 보트와 오리, 유람선과 돛배, 강변에 자리잡은 높은 빌딩숲과 단층의 나지막한 집들이 우리 눈에 익숙한 현재와 과거의 시간 속 상징물이다. 한강의 이쪽 건너에서 저쪽 건너로 보이는 남산과 남대문, 강 위에 유유히 떠 있는 돛배에 올라 다리를 건너가면 물위를 헤엄치는 오리 떼를 만나고 오리와 함께 강을 따르면 강의 이쪽과 저쪽을 잇는 큰 다리들 너머 하늘을 나는 갈매기들과 함께 한강변의 산수 풍경을 내려다 보게된다. 아침해로 물든 남산의 풍광과 마주한 붉은 산은 마치 계단처럼 한 칸 한 칸 오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붉은 산수는 작가에 의해 솟기도 허물어지기도 하는 조선시대 서울의 명산, 인왕산이다(임선이).

조인호_해후-관악산 Encounter-Gwanak Mt_종이에 먹_130×162cm_2008
조인호_갤러리 잔다리_2009

서울의 대표적인 이 산을 작가는 작은 칼을 쥔 손으로 오르고 내린다. 인왕산 지형도의 등고선을 일일이 손으로 오려내고 이를 다시 켜켜이 쌓아 산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암벽 하나하나를 밟고 정상에 오르는 등반만큼이나 힘들고 지리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붉은 산수를 찍기 위해 작가는 수없이 반복되는 수작업을 통해 인왕산을 오르고 내리고, 곳곳을 읽고 살피고 손으로 어루만지며 또 다른 방식의 자신만의 산수 체험을 한다. 정적인 붉은 산수와는 대조적으로 단색조의 수묵이 회오리치고 급격히 꺾이고 위아래가 뒤바뀌어 하늘과 땅이 맞닿고 위아래를 알 수 없는 풍경이 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조인호)

진현미_겹-0103 The Layer-0103_종이에 먹, 클리어 필름_350×300cm_2006

수락산에서 시작된 산행은 불암산에서 끝나는 듯 하다가 다시 수락산으로 이어지고 북한산은 오르고 내려왔는데 어느새 다시 오르고 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간은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본 한 시점의 원근법이 아닌 작가가 체험한 산행의 발걸음과 시선에 맞춘 수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산수이다. 작품의 점경에 있는 인물을 따라 그림 속을 걸으면 작가가 바라본 산수와 그가 유람한 산수풍경과 만나게 된다. 이렇게 이어졌던 유람은 눈 앞에 드리워진 운무 자욱한 겹겹이 층을 이룬 산 풍경 앞에서 잠시 멈춘다(진현미). 조각, 회화, 사진을 따라 머리로 눈으로 손과 발로 경험한 산수가 가까운 듯 멀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산수풍경이 되어 눈앞에 그리고 바로 관람객의 곁으로 옮겨져 왔다.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고 소리 내고 반응하는 산과 숲을 거닐며 관람객은 어느새 온몸으로 느끼는 즉흥 유람에 빠져든다. ● 『산수유람기』라는 제목을 만나 산수화와 동양화 전시를 상상했을 관람객들에게 개성넘치는5명의 작가들이 엮어놓은 오색의 산수가 새로운 형식의 산수화가 되고 한편의 흥미로운 산수유람기가 되어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산수 여행에 좋은 산수지도가 되길 바란다. ■ 송희정

'Shanshui' Excursion What images or artworks come to mind when you hear the exhibition title 『Shanshui Excursion』? Probably conventional landscape paintings or some Oriental monochromic paintings cross your mind initially because the words 'shanshui (山水, mountain and water)' and 'excursion' might influence your thinking. ● Shanshui reminds more of Asians of Oriental black-ink paintings in which a stream is flowing in front of a mountain, where a fisherman has a fishing rod into water waiting for a fish to strike the bait, while a bird is gliding through the air in the open sky that is represented as white empty space on paper. What about just 'landscape or scenery (風景)'? Peaceful paintings with deep green or colorful trees, the clear blue sky spotted with clouds, birds skimming on the surface of a pond with the sunlight reflecting may have come to mind. Shanshui and scenery are both associated with nature around us - mountains, rivers, oceans, trees and the sky. But to the eyes of most Asians shanshui is reminiscent of Oriental paintings, whereas 'scenery' brings about the images from Western landscape paintings. This is probably because in Asia, particularly in Korea, throughout art education we learn the dichotomy between the two genres, which offers the stereotypical black-and-white notion. Cruise 'Mountain and Water' and Record ● Although many of us live in a city that is crowded with people, automobiles and high-rise buildings, there are mountains and rivers around us and our minds are always open to nature. Between buildings and smoggy downtown areas are glimpsed mountaintops when we look out the window. Han River runs under the bridge or beside the road on our way to work and back home, and Cheonggyecheon Stream runs through the heart of Seoul. We, surrounded by mountains and water, make an excursion to enjoy landscape that is clad with 'a forest of buildings.' This exhibition is to introduce a new form of landscape paintings and a unique travel journal by putting together the artworks of five artists through various media in the perspective of a 'visual' excursion, whose subject is the mountain and water. The subject - mountains and water - does not have the same stereotypical images that Oriental paintings usually produce. Rather, it links the past and the present by combining traditional monochromic paintings with contemporary visual arts. The five artists 'record' the mountain and water in visual narratives and forms, allowing the audience to enjoy an imaginary experience as if taking a pleasurable excursion. Shanshui Excursions Created by 5 Young Travelers ● When you enter the exhibition hall, you will meet a boy with spiked hair in a dark space - in fact, the half of his face. When you get closer to the boy, you will soon realize that his hair resembles the 12000-peak Geumgang Mountain (Yun-Jae Kim). At the moment that we stand facing the boy, we, as an audience, join the Mt. Geumgang tour in the middle of the hair with contour lines. His slightly depressed facial expression implies that the excursion is not an easy task because it is like traveling from peak to peak in two and three dimensions by reproducing the sceneries of the mountain with images in your head from a famous landscape painting 「Geumgang jeondo (金剛全圖)」 by Jeong Seon (pen name: Gyeomjae) during the Joseon Dynasty. Fortunately, without any trouble we can climb up and down peaks, high and low, thanks to the boy's help. ● Now descend the mountain, you will be guided to a 'visual' time travel between the past and the present of Seoul through urban landscape that is full of buildings with a vista of Han River and a sunrise over Mt. Namsan (BoMin Kim). Duck-shaped boats and ducks, pleasure ships and sailboats, high-rise buildings on the riverside and single-story houses are the symbols of the present and the past. Besides Namsan and Namdaemun Gate seen from each side of the river, you can see a flock of ducks swimming in the river while riding on a boat on the water and passing under bridges. Floating on the river along with the ducks, you can enjoy the riverside scenery including mountain views and seagulls in the sky, over gigantic bridges that connect both sides of the river. ● The crimson mountain facing Mt. Namsan colored by a sunrise appears to be stairs onto which you can climb step by step. The red landscape appears to rise and fall, which represents the city's signature mountain-Mount Inwang-during the Joseon Dynasty (Sun-Iy Im). The artist climbs up and down the mountain with a carving knife-carving out the contours according to the topography of the mountain and then creating another mountain manually by layering all of these strata. This is a tedious and laborious task as if a hiker ascends up to a mountaintop by climbing rocks one by one. In order to produce this crimson mountain, the artist went through a repeated manual work process: ascending and descending the mountain, observing all details, experiencing them and making a unique creation of landscape on her own. ● In contrast to the static mountain scenery, a monochromic tornado-like landscape in which upside down dynamic overturns the sky and the ground greets the audience (Inho Cho). A stroll starting from Mt. Surak appears to end at Mt. Bulam and then continue to Mt. Surak again. One has just descended from Mt. Bukhan, but finds himself ascending the mountain again. This is an ever-changing vibrant landscape with an unprecedented perspective (or trails) of the artist - not a conventional view overlooking the landscape from the mountaintop - showing a place that follows one after another similar to the Mobius Strip. If you walk along a person from a distant view in the painting, you will encounter the landscape that the artist enjoyed and experienced. ● The lingering journey comes to a halt in front of a mountain view in thick layers of cloud and fog (Hyun-Mi Jin). After experiencing mountains and water with the head, eyes, hands and feet through sculpture, painting and photography, the audience is now faced with a close but elusive landscape. While taking a stroll through the mountain and forest that make the movement and sound whenever people move, the audience joins an impromptu excursion that enables an experience using with all of the senses. ● The exhibition 『Shanshui Excursion』, which might have reminded the audience of Oriental landscape paintings at first, will offer a new form of landscape and intriguing excursions with five different sceneries by five different artists. I hope that this exhibition will serve as an excellent guide for future excursions. ■ Heejung Song

Vol.20090924i | 산수유람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