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Herbage

성민우展 / SUNGMINWOO / 成民友 / painting   2009_0923 ▶︎ 2009_0929

성민우_결혼_비단에 채색, 금분_162×97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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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92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목인갤러리_MOKIN GALLERY 서울 종로구 견지동 82번지 Tel. +82.2.722.5066 www.mokinmuseum.com

연민과 숭고 그리고 장엄 - 풀의 영고성쇠와 장엄 ● 성민우는 한여름 길가에 피고 지는 소소한 식물들, 방동사니, 그령, 쑥부쟁이, 망초, 돼지풀, 방가지똥 등 생소한 그러나 정겨운 풀들에게 강한 존재감과 생명력을 부여한다. 우기와 건기를 거치는 몇 달의 여름이 지나고 자잘한 꽃과 씨앗을 매달며 생장과 번식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풀들은 계절이 지난 어느 즈음에 꼿꼿한 그리고 찬란한 죽음을 맞는다. 생명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풀의 영고성쇠와 장엄은 숭고와 연민, 생명의 순환과 원형을 느끼게 한다. 이 소소한 장엄을 부각시키기 위해 검은 화면의 강력한 배경위에 식물의 형태를 금분과 채색으로 올린 작업의 이면에는 죽음을 이긴 강렬한 생의 환희가, 죽어서도 금빛으로 빛나는 절정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금빛과 보라, 녹색의 조화를 통해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다하는 풀의 장엄을 전개시킨다.

성민우_부케_비단에 채색, 금분_162×131cm_2008

붉고 푸른 보랏빛 힘들, 힘줄 같이 연결된 피의 혈맥들은 식물과 꽃의 이미지이면서 인간 삶의 연관을 비유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성민우는 이전 작업에서 생명의 이상과 원형이 만나는 순간의 광휘를 금빛으로 그려내면서 형태의 순수성과 생장의 추상적 성격을 담아냈다면 금번 작업에서는 이러한 순수성의 형태위에 개인적 시각의 사물과 기억, 경험을 담아 양식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생장과 번식의 금빛 삼라만상이 일상의 기억을 담은 식물의 이미지로 전환되고 화면은 연민과 그리움의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풍경으로 바뀐다. 식물과 꽃은 비유이고 은유이며 기억과 자아의 투영이다. 강렬한 금빛을 배경으로 섬세하고 다층적인 형태와 보라색의 색감은 불완전하고 사그라져 가는 인생의 성쇠와 강렬한 생의 의지를 모순적으로 발휘한다.

성민우_7월_비단에 채색, 금분_162×194cm_2008
성민우_가족_비단에 채색, 금분_162×262cm_2009

「결혼」은 달개비와 질경이로 구성된 결혼사진이다. 오래된 그러나 인생에서 절정인 옛날 사진을 식물이미지로 전환시키면서 생명과 순환, 덧없음, 그리고 살아있어서 이어지는 생명의 영속성을 느낀다. 식물 이미지는 서로 이어져서 하나로 흐르게 한다. ● 「가족」은 부케를 들고 결혼식을 올리는 가족사진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물군상을 표현하고 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인물에서부터 어린 조카들, 어머니와 시집 안간 누이들에 이르기까지 식물이미지로 덮인 인물초상들은 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식물의 삶처럼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희망, 존재의 영속을 꿈꾼다. 작품에 등장하는 부케들은 모두 불멸의 상징들이다. 「방가지똥 부케」에서 「그녀를 위한 부케」에 이르기까지 결혼식의 주인공을 위한 부케들은 화려한 꽃이 아닌 무명의 식물들로 장식된 부케들이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태양의 강렬한 에너지를 받고 화려한 성장과 명멸, 그리고 재생과 부활을 꽃피우는 무명의 식물들은 존재의 환희요 경이인 것이다.

성민우_초상_비단에 수묵, 금분_99.5×65cm_2009

육체와 재생의 열망 ● 이러한 환희와 열망 속에 풀로 표현된 육체와 재생의 열망은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허망, 상실과 대리만족의 재구성이다. 식물과 꽃의 이미지 가운데 금빛의 화면에서 시도했던 것은 내면의 식물로 가득한 부처의 법신인 「초상」과 수풀 속에서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지장보살과 나한을 그린 「보살과 나한」등의 작품이 있다. 식물과 꽃을 관상하는 것이 곧 부처를 관상하는 것이요 여래의 몸이 곧 빛이요 생명이므로 금빛의 찬란한 화면은 「초상」이 되고 「방동사니 부케」가 되었다. 이러한 금빛 식물의 곳곳에 중생의 고통을 함께 한 보살과 나한이 숨어 있으므로 식물과 꽃을 그리는 것은 새로운 연기와 인연에 의한 생의 열망이 강력히 숨어있는 것이다. ● 태어난 사람은 언젠가 죽게 마련이고 우리의 삶은 육체의 죽음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는 것, 인간은 자기 내부에 깃들어 있는 영원한 생명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식물의 성장과 소멸 그리고 재생을 통하여 확인하게 된다.

성민우_방동사니 부케_비단에 수묵, 금분_99.5×65cm_2008
성민우_보살과 나한_비단에 수묵, 금분_162×388cm_2008

죽음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묶은 껍질을 벗어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성자의 말이 아닌 자연의 관찰을 통해서 깨닫는다. 생명은 쉼 없는 운동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무한한 생명운동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육체의 애착과 상실감은 사라질 것이다. 생명은 계속 흐르고 있다. 식물과 꽃이 그 존재를 확장시키며 신비롭게 이어지듯이 현재의 생존 속에 있는 사소한 사랑이 자기 삶을 이루고 존재의 지평을 넓힌다. ● 성민우는 삶과 죽음이라는 이중적인 대비, 성과 속, 세속과 초월의 다양한 관념상을 식물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생의 숭고와 환희가 금빛으로 쌓이고 기억과 자아의 다층적 색감이 강렬한 생의 의지를 발하는 화면은 모순적이면서도 아름답다. ■ 류철하

Vol.20090927h | 성민우展 / SUNGMINWOO / 成民友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