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AGE OF TIME

임승오展 / LIMSEUNGO / 林承梧 / sculptuer   2009_0923 ▶︎ 2009_1006 / 토요일 휴관

임승오_소멸된 시간의 터_Wood-carving_120×200×45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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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92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10:00am~05:00pm / 토요일 휴관

국민일보 갤러리 KUKMINILBO GALLERY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2번지 국민일보 빌딩 B1 Tel. +82.2.781.9233

시간과 구조와 터로 나타난 문명사적 비전 ● 작가 임승오는 지난 개인전부터 「시간의 그릇」(2002), 「시간의 복원」(2005), 「시간의 차연」(2006), 「시간 여행」(2008)이란 용어들을 즐겨 사용해왔다. 이 주제들을 통해 작가의 의식이 시간의 주변을 맴돌고 있으며,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게 해주는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을 매개로 한 각각의 주제가 작업으로 형상화된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곧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첩경이 될 듯 싶다. ● 시간에 관한 작가의 일관된 주제를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어 살펴볼 수 있다. 초기의 「시간의 그릇」은 말 그대로 시간을 담아내는 거대한 그릇의 형태로 나타난다. 발굴된 부장품이나 유물로, 시간의 퇴적물인 자연을 담아내는 용기로, 그리고 때론 미래의 메시지를 수신하고 발신하는 레이더로 변주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의 복원」은 시간에 대한 인식론의 형태를 취한다. 즉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은 시간의 실체를 부여해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과 관련되는데, 작가는 이를 일종의 유사 고고학적 발굴 프로젝트를 감행함으로써 실현한다. 고대 유적의 발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복원한 것이다. 여기서 시간은 문명을 증언하는 흔적으로 표상되며, 이로부터 폐허화된 문명의 잔해와 대면한 것 같은 멜랑콜리와 노스탤지어를 환기시킨다.

임승오_퇴적된 시간 위에서_스틸_50×30×30cm_2008
임승오_회귀_나무_60×20×20cm_2008

이와 달리 근작의 「시간비행」과 현 전시 주제인 『시간 여행』에서는 말 그대로 시간비행 혹은 여행을 감행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원형의 구조물을 만들고, 비행기나 아톰으로 하여금 이 구조물을 통과시킨다. 여기서 그 속이 뚫린 원형의 구조물은 블랙홀(시간을 집어 삼키는)이나 화이트홀(시간을 뱉어내는)을 연상시키는데, 그 자체를 일종의 타임홀(시간의 축)과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블랙홀이나 화이트홀 그리고 타임홀은 물리적인 현상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의식 속에서 모든 기억이 깡그리 지워져 멍해지거나(망각), 이와는 거꾸로 온갖 기억의 편린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걷잡을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패닉상태를 경험한다. 바로 기억이 사라지거나 불현 듯 출현하는 마음 속 블랙홀이며, 화이트홀이다. 그리고 형태면에서 전작과의 차이점은 구조주의적 환원이 보다 의식적인 층위에서 적극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특히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킬 만큼 그 표면질감을 군더더기가 없이 심플하게 처리한 근작에서 고유의 구조적 특질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러한 성질은 대리석재를 소재로 한 일련의 작업들에서 더 뚜렷하게 부각되는 편인데, 아마도 단일의 재료나 색감 그리고 질감이 주는 통일성 때문일 것이다.

임승오_4개의 통_나무로_65×115×20cm_2008
임승오_시간의 통로_스틸_180×250×75cm_2009

작가 임승오의 작업들은 시간에 대한 인식론과 함께 인문학적 배경이 갈려있다는 점에서 하나로 관통할 수 있다. 시간에 대한 인식론의 다양한 지점들을 씨실과 날실삼아 긴밀하게 직조해낸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근작에서 주로 발굴 이미지와 터 이미지로 나타나며, 때로 신전이나 관문 이미지 그리고 일종의 타임홀의 형태로 현상하기도 한다. 이로써 시간과 구조와 터의 개념을 매개로 한 문명사적 비전을 예시해주고 있는데, 그 자체가 생태 개념과 강하게 연동된 것으로 보인다. 이 타임캡슐과도 같은 유적들에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따금식 동물들이 어슬렁거리거나 때로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동물들이나 사람들은 유적으로 상징되는 문명의 일원으로서보다는, 오히려 문명의 전면적인 파국을 마주하고 목격한 최후의 증언자처럼 보인다. 이렇듯 문명이 파국으로 맞을지도 모른다는, 해서 지구로부터 인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성 메시지에 힘입어 작가의 작업은 그 외연이 생태담론으로까지 확장된다 . ■ 고충환

Vol.20090930i | 임승오展 / LIMSEUNGO / 林承梧 / sculptu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