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Panorama)

김승택展 / KIMSEUNGTAEK / 金承澤 / painting   2009_1024 ▶︎ 2009_1104 / 월요일 휴관

김승택_돌담길(Ston wall)_디지털 프린트_105×160cm_2009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0902h | 김승택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9_1024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온_GALLERY ON 서울 종로구 사간동 69번지 영정빌딩 B1 Tel. +82.2.733.8295 www.galleryon.co.kr

파노라마; 김승택의 세 번째 개인전에 부쳐 ● 김승택의 작업에는 잊혀져가는 장소에 대한 추억이 묻어있다. 그는 도시화 과정에 뒤따르는 개발과는 무관하게 오히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억과 향수를 뒤쫓는 방식으로 작가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담히 그려낸다. 도회적 이미지보다는 번화한 도시 이면의 고요하고 쓸쓸함이 감도는 옛 동네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오래된 모습이야말로 바로 그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믿기 때문이다. ● 이처럼 작가 주변의 개인적 일상과 주변 대상에 대한 관심은 요즈음 젊은 작가들의 공통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공간과 사물을 먼저 수집한 뒤, 자신의 방식으로 재조직해 나가는 작업방식 또한 도시나 집, 주거공간에 대한 것을 소재로 삼는 작가들의 최근 작업경향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여러 장의 이미지를 이어 붙여 재구성한 각종 동네 이미지는 마치 동네를 산보하듯이 연필 대신 마우스를 따라 화면 위에서 선으로 그려지는 일련의 드로잉 작업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미세한 흔들림이 그대로 반영된 울퉁불퉁한 가는 선들이 매우 섬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작가는 왜 굳이 연필을 사용하지 않고 실로 엄청난 공력을 필요로 하는데다가 강약조절이나 변화가 거의 불가능한 일정한 굵기의 선이 나오는 마우스를 고집하는가에 대한 이유로 어떤 조건 하에 스스로 제약을 두고 작업하는 것이 오히려 일종의 희열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승택_바다향기(The Sweet of Sea)_디지털 프린트_90×160cm_2009
김승택_빨래터(Wash place)_디지털 프린트_90×160cm_2009
김승택_안거리밖거리(Angeori & Bakgeori)_디지털 프린트_77×120cm_2009

그런데 컴퓨터 드로잉과 더불어 화면에서 파스텔 톤으로 포인트 채색을 하거나 실제 사진 이미지를 결합시켜 프린트 과정을 거치는 김승택의 작업은 사실상 장르구분이 모호하다. 드로잉의 영역에서 보자면 마우스를 사용한 디지털 드로잉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며, 사진을 기초 자료로 활용하긴 하나 정작 사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또 회화로 보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많다. 바로 이런 연유로 인해 작가의 작업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디지털 프린트를 기초로 다시 연필 드로잉에 아크릴 채색하는 방식으로의 회귀를 시도하기도 한다. ● 김승택의 작업은 도시의 단편을 시각적으로 재조립하여 조각조각 이어 붙인 파노라마 구성으로 인해 도시 전체를 한 눈에 다 조망할 수 있다. 일견 만화적인 느낌이 드는 잔잔한 화면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공간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시각과 접근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옥을 둥글게 배열함으로써 형성된 왜곡된 공간인 널찍한 마당에는 노트, 장갑, 가방, 슬리퍼, 의자 등 다양한 실내 오브제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김승택_월산북로39번지(Wallsan Bukro 39number)_디지털 프린트_90×160cm_2009
김승택_제주도(Jejudo)_디지털 프린트_90×110cm_2009

작가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은 한 개인이 바라보는 동네에 대한 사적인 기억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서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기억, 즉 도시 자체의 기억을 지닌다. 어떤 도시건 그 곳에는 저마다 겪어온 역사와 문화의 무게가 분명히 존재한다. 작가는 서울 내 여러 지역, 그 중에서도 특히 작가가 30년 이상 살았던 이문동, 중화동을 비롯하여 옛 안기부 건물이 자리했던 한예종, 개미마을, 이태원 등 모두 퇴색해버린 도시의 변두리나 후미진 뒷골목들이 품고 있는 도시의 이야기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처럼 도시의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사로운 시선으로 도시가 숨겨온 이야기와 추억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통해 어릴 적 거닐던 동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김승택의 작업에는 그야말로 작가만의 고유한 정서를 간직한 나의 살던 고향으로 대변되는 정감있는 마을의 모습이 그려진다. ● 이번 전시에 출품된 김승택의 작업은 특히 제주도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제주도하면 우선 일반인들의 관념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국적이고 화려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관광지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이미지라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의 본연의 모습은 개발과는 멀어져 노후하고 쇠락한 아직도 농사짓는 마을이다. 전신주와 돌담이 존재하며 육지 주택과 전혀 다른 주거 문화를 형성하는 독특한 살림집의 배열은 작가의 작품 제목 「안거리 밖거리」처럼 실제로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 밖거리, 목거리로 나뉜다고 한다. 「제주도 1, 2, 3」은 전형적인 제주 마을이라는 공간을 둘러싸고 저녁 어스름부터 어둠이 깔리는 시점까지 시간의 경과에 따른 하늘의 변화를 실제로 기록한 연작이다.

김승택_제주도(Jejudo)_디지털 프린트_90×110cm_2009

한편 이문동 프로젝트의 일환인 「이문동길」과 「하늘을 바라보다」에서는 그간의 작업과는 달리 예외적으로 사람들이 간간이 등장한다. 무수히 쌓아올린 큰 집들과 대조적으로 인물들은 개미같이 아주 작고, 무채색의 잿빛 가옥들과 대비되게 유독 도심의 하늘만 채색되었다. 작가가 어릴 적 기억 속에 하루 종일 할 일 없이 동네를 배회하다 보면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아주 가끔 눈에 뛸 뿐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하고 있듯이, 이는 삭막한 도시 생활 속에 내재한 소통부재의 상황을 말하고자 함이다. ■ 양혜숙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09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장 임대료, 인쇄료, 홍보료, 작품재료비 및 전시장 구성비, 전시컨설팅 및 도록 서문, 외부평론가 초청 워크샵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091025a | 김승택展 / KIMSEUNGTAEK / 金承澤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