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받아쓰기2 Dictation of thoughtⅡ

정명국展 / JUNGMYOUNGGOOG / 鄭銘國 / mixed media   2009_1104 ▶ 2009_1117

정명국_No.5 MINI_흑연_260×195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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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0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문화일보 갤러리 MUNHWAILBO GALLERY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82.2.3701.5755 gallery.munhwa.co.kr

면과 면의 접점을 통한 이미지의 고고학 ● 우리는 일상생활이나 주변의 자연현상 속에서 많은 '흔적'들을 보게 된다. 어떤 흔적에 대해서는 흥미를 가지고 매료되기도 하며 재미있어하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또 어떤 흔적들은 그 형태나 남겨진 상황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며 작가들은 인위적으로 조건과 상황을 설정하여 그 흔적을 유추해 내어 표현하기도 한다. ●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유형의 물질세계는 어떠한 형태로던 그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흔적이란 일종의 사물의 변형된 결과물이다. 즉 원래의 사물이 어떤 변형 과정을 통하여 원래의 사물과는 다른 상태로 전환되어 나타난 결과물이다. 우리는 이러한 흔적을 통하여 (원래 사물의 부재를 통하여) 원래의 대상과 결과 간의 인과관계를 읽거나 상황 논리를 유추해 낼 수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일반적으로 '기억'이라고 부르는 프로세스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작용하게 되며 이는 우리의 과학적, 예술적 사고의 첫출발이 되기도 한다. 어떤 물질의 표면을 다른 표면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로서의 흔적의 기술과 역사는 미술 이전의 아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찾을 수 있으며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미술의 중요한 가치로 역할 하였다. 오늘날 판화, 사진, 영상 등과 같은 간접표현매체의 다양한 장르와 기법은 이러한 흔적의 기술로부터 전승 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흔적'에 관한 사고는 Print Art의 중요한 조형개념의 근간이 된다.

정명국_No.4 soul_흑연_184×372cm_2009

정명국은 자동차를 떠낸다. 프로타주로 마치 자동차가 허물을 벗듯이 실물과 똑같은 또 하나의 오리지널로서의 자동차를 떠낸다. 프로타주의 속성상 그가 떠낸 자동차는 실물 그대로의 등신대 크기와 질감을 가진 원래의 모습그대로이며, 작가는 이를 위하여 될 수 있는 한 그야말로 인고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최대한 원래의 모습과 애초의 대상이 가지고 있는 형태와 물성의 밀도를 재현하려 한다. ● 정명국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실제의 자동차와 또 하나의 실제 자동차와의 미묘한, 그렇지만 실로 큰 간극 사이에 서게 된다. 작가가 구사한 프로타주라고 하는 흔적의 기술을 통하여 원래의 대상과 결과로서의 흔적 사이의 인과 관계와 상황논리 속에 서게 되는 것이다. 얼핏 보면 자동차의 객관적인 표피에 지나지 않은듯하지만 원래의 자동차와는 판이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간극을 통하여 실물로서의 자동차는 하나의 은유와 상징으로 전환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정명국_No.4 soul_흑연_184×372cm_2009_제작과정

프로타주는 형식상 보통 판화의 일종으로 구분하며 판화가 가지고 있는 일련의 특징 또한 대부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프로타주는 일반적인 판화와는 구별되는 특별한 특징과 차별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품을 통한 사유의 방법과 폭 또한 일반적인 판화와는 사뭇 다르다. 시각매체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대상과 결과 간의 유추 관계를 추구하는 판화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는 최종 결과로 남겨진 형상이 중요시 되지만 정명국의 작업에서는 두 물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과정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프로타쥬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누구보다도 판화와 간접표현매체의 특징과 역할을 잘 알고 있는 그는 프로타쥬의 이 차별된 가치를 유감없이 구사하고 있다. ● 정명국의 프로타쥬 작품은 먹물, 물감 등으로 어둡게 칠한 바탕위에 검은색의 흑연으로 문지른 색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우리는 '이미지의 환원성'이라는 미묘한 시각적 체험을 우선 하게 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눈높이와 각도, 빛의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어둡게 묻혀 사라지기도 하고, 금속성을 띤 밝은 색으로 뚜렷이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마치 입체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 듯 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두운 화면에 어두운 재료를 사용함으로서 사물의 포지티브 이미지와 네거티브 이미지 - 즉 대상의 볼록한 부분과 오목한 부분의 이미지를 함께 드러냄으로써 대상의 이미지는 한 가지로 고정 되지 않고 가변적으로 환원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물의 요철이라고 하는 물리적인 조건을 넘어선 어느 쪽도 아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중간지대에 서서 자동차의 원래의 모습과 또 하나의 원래의 모습 사이에서 우리의 경험과 역사, 기억의 경계선을 넘나들게 된다.

정명국_No.6 soul_색연필_184×195cm_2009

이미지의 역사 속에서 프로타주는 소위 '보다'라는 것과는 다른 계열의 이미지이다. 렌즈를 통한 이미지는 물론, 사람의 눈으로 본 이미지조차도 확대, 축소, 거리조절, 변형 등 기본적인 시각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반면에 프로타주는 대상에 직접 접촉해야 한다는, 대상과의 거리가 제로일 때 그 이미지가 성립된다. 따라서 프로타주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인 대상과 결과는 1:1의 크기와 공간으로 전환되며 보여주기 위해서도 같은 크기의 공간이 필요하다. 즉 오리지널로서의 대상은 또 하나의 오리지널로 전환하게 됨으로서 우리는 실체와 허상, 실체와 또 하나의 실체라고 하는 미묘하고도 애매한 두 접점의 사이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 정명국의 작품은 우리에게 시각이외의 또 다른 감각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찰하고 보다'라는 행위와 '그리다'라고 행위로 그림이 이루어진다고 할 때 프로타주에서는 이와 같은 행위가 차별된 방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상의 표면위에 올려진(밀착된) 종이는 일종의 스크린과 같이 작가와 대상간의 시선을 차단하고 있다가 작가의 스트로크를 통하여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일차적으로 작가는 '보다'라는 감각보다는 표면의 요철을 '촉각'으로 느끼게 되며 대상이 갖는 요철에 대응하여 손에서 팔로 그리고 온몸으로 대상을 느끼며 힘차게, 약하게, 길게, 짧게, 깊게, 얕게... 미묘한 스트로크의 변화와 연속에 의해 비로소 시각화 된다. 또한 프로타주는 제작 과정상 오랜 시간과 공간 감각을 함께 요구한다. 하나의 대상을 본다는 것과 접촉하여 신체로 느낀다는 것은 크게 다르다. 이러한 작가의 표현 감각은 시각이외의 또 다른 소통의 수단으로 작용하여 작품을 보는 공감의 정도를 크게 좌우 한다. 프로타쥬는 시각, 촉각, 시간, 공간 감각이 함께 어우러진 작가가 직접 표현대상에 부딪친 '행위'의 결과 인 것이며 우리의 일상, 행위의 흔적, 삶의 경과가 동시에 각인 되는 것이다. 작가는 스트로크를 통하여 온몸으로 이 시대의 이야기를 발굴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정명국_ No.1 smart_흑연_184×248cm_2009

프로타주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일회성'을 들 수 있다. 똑같은 대상이라 하더라도 느끼고 해석하는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 다 다르게 표현되며 한 사람이 같은 대상을 표현한다 하더라도 특정 시간, 특정 환경, 신체적 반응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프로타주를 모노프린트로 구분 하거나 에디션의 유무를 따지는 형식상의 구분을 말 하고자 함은 물론 아니다. 프로타주는 또 다시 올 수 없는 단한번의 경험인 것이다. 우리는 작가가 온몸으로 말하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과 기억에 대한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현대 산업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많은 물질의 총체가 표현의 대상과 '판'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동안 정명국이 다루어온 자동차는 후기 산업사회의 대표적인 공산품으로 자본주의의 체계와 시대적 경제논리 그리고 우리의 시대적, 문화사적인 삶의 질곡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1950년대의 시발택시에서부터 1970년대 한 시대를 풍미한 포니, 브리사, 시보레, 숨 막히게 진행되던 산업화와 삶의 선두에 있었던 삼륜 용달, T-600 트럭, 타이탄 트럭, 그리고 버려진 폐차... 그는 이러한 자동차를 프로타주로 떠내어 한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와 그 흐름을 재구성하기도하고, 우리 근현대사 속의 아픈 상처와 사연을 말하기도 하였으며, 자동차에 남겨진 삶의 흔적을 통하여 개인의 정체성과 사생활을 엿보게도 하였으며, 자동차 광고 문구를 통하여 자본주의의 수사학과 사회학적 기호를 읽을 수 있게 끔도 하였다. 이미 유물이 되어버린 그러나 아직은 유물이 될 수 없는 자동차를 통하여 가까운 과거로부터 현재를 이야기 하였다.

정명국_ No.1 smart_흑연_184×248cm_2009_제작과정
정명국_ No.1 smart_흑연_184×248cm_2009_제작과정

이번 전시에서는 앙증맞고 귀여운 미니, 특이한 형태의 소울, 스마트... 우리가 어릴 적 장난감을 갖고 싶어 했듯이 누구나 한번쯤은 갖고 싶은(적어도 관심이 가는), 그러나 이미 희박하게 잊히고 있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우리들의 마지막 희망과 로망. 사람들 누구나가 의식의 저변에 간직하고 있는 애매모호한 바램과 정서를 만나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예측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것은 아닌지. 자칫 간과하기 쉬운, 잊히기 쉬운 지극히 인간적인 경험과 소중한 기억속의 이야기들을 우리는 온몸으로 표현한 정명국의 숨결과 땀으로 보상받고 있는 것이다. ■ 박광열

Vol.20091102d | 정명국展 / JUNGMYOUNGGOOG / 鄭銘國 / mixed media